매일신문

[북돋움] 마크 트웨인 없는 마크 트웨인

김은아(그림책 칼럼니스트)
김은아(그림책 칼럼니스트)

해는 서편 먼 산 너머/ 잠든 강물 끝에 쉬다 가고/ 새는 강 너머 어딘가 쉼 없이 흘러 흘러온 듯/ 강물에 실려 알게 된 건 내가 닿을 곳이 아니라/ 하루는 그저 이렇게 간다는 것/ 흔들며 손짓하며 음~ 뒤돌아 보내며/ 그저 하루가 저물 뿐.

가수 최백호 씨가 부른 '마크 트웨인'의 노랫말이다. 5인조 밴드인 '신나는 섬'의 앨범 '집으로'에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가사 어디에도 마크 트웨인이라는 단어가 없다. 그래서 처음 들었을 때 '제목이 왜 마크 트웨인이지?' 하는 궁금함이 생겼다.

허클베리 핀의 뗏목처럼 인생을 부유하다 어른이 된 마크가 어린 시절의 마크에게 들려주는 노래라고 한다. 작곡과 작사를 한 최성은 씨는 한 소년이 집을 떠나 방황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성장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기 위해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었는데 소설의 내용보다 마크 트웨인이란 이름이 주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고 했다. '마크 트웨인'은 배가 지나가기에 안전한 수심, 정확히 말하면 '두 길(fathom) 물 속'을 뜻하는 단어이다. 지금 내 삶을 지탱해 주는 것들은 뭐지? 나만의 마크 트웨인은 뭘까? 이 시기를 다 겪고 난 미래의 나 자신을 만나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저런 대화들이 '신나는 섬' 밴드 멤버들 사이에서 오갔고 대선배인 최백호 씨에게 노래를 부탁했다는 사연을 알고 나서야 노랫말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이해되었다.

마크 트웨인(1835~1910본명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은 미국 현대문학의 효시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미국의 현대문학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란 단 한 권의 책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가 갖는 위치는 대단하다.

미국 미주리주(州) 플로리다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죽은 열한 살 때부터 인쇄소 견습공으로 생업 전선에 뛰어든다. 20대에는 미시시피강의 수로 안내인으로 일하면서 흑인들의 노래와 사투리, 배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 관심을 가졌다. '마크 트웨인'이라는 필명은 뱃사람으로 살던 당시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그 외에 신문기자, 사업 투자자, 광산 개발자로서 일했고 발명에도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았다. '마크 트웨인의 관찰과 위트'(맥스미디어 펴냄)에는 스크랩북 발명에 관한 일화가 실려 있다. 자신을 칭찬하는 글을 열심히 스크랩했던 그는 손으로 일일이 풀칠하는 것이 귀찮았기에 접착력이 있는 스크랩북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는 '마크 트웨인의 특허 스크랩북'이라는 이름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판매되었을 정도로 꽤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런 운이 자주 따르지는 않았다. 매체 기고와 작품 활동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출판사 경영과 주식 투자, 발명품 개발 실패로 빚더미에 앉을 때가 많았다. 첫아이였던 아들은 생후 22개월 만에 죽었고 인생 후반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을 잃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의 자서전은 막내딸 진 클레멘스의 죽음에 대한 비통함으로 끝을 맺는다.

2년 전 7월, 미국과 캐나다를 육로로 오가는 여행을 하던 중 마크 트웨인이 살던 집이자 박물관(The Mark Twain House &Museum)에 들르게 됐다. 미국 북동부 코네티컷주의 주도인 하트포드에 위치한 3층짜리 집은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 여행가이자 모험가로 살았던 인간 마크 트웨인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당구대가 놓인 그의 작업실, 따뜻하게 꾸며진 아내와 딸들의 방, 실내로 들인 정원은 그가 얼마나 낭만적인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주었다.

마크 트웨인의 삶은 그야말로 모험의 연속이었다. 모험은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하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삶에도 위트를 잃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했던 그는 세상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탐험하고 꿈꾸고 발견하라." "스스로 용감하다고 믿으면 용감해진다. 중요한 것은 이것 하나다."

올 한 해 나는 어떤 모험을 했던가? 새해에는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 한 해의 끝자락에서 '모험'이라는 두 글자를 꾹꾹 눌러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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