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정' 외친 문 정부 공기업의 '불공정 갑질'의 민낯

감사원이 26일 발표한 49개 공공기관 대상의 '공공기관 불공정 관행 및 규제 점검' 결과는 놀랍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과 '갑질 근절' 같은 가치 추구가 헛구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서다. 이번 감사원 결과는 지금까지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문 정부의 정책이 겉돌고 있음을 자명하게 보여준 생생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감사원을 통해 밝혀진 불공정 행위는 도를 넘은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고스란히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도로공사의 불공정 행위는 압권이다. 2016년 3월 전국 135곳의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시설 개선 사업과 관련, 총 415억원의 비용 가운데 310억원을 휴게소 위탁 운영 임대 업체에 떠넘겼다. 전체 사업비의 75%에 이르는 금액을 임대 업체가 떠안은 반면 달라진 화장실은 공사 자산으로 편입시켜 자산 가치를 키웠다. 남의 돈으로 공사 자산 가치를 늘린 갑질을 저질렀으니 휴게소 위탁 운영 임대 업체는 마치 '날강도'를 만난 꼴이라 어찌 억울하지 않겠는가.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자신의 귀책 사유로 용역을 정지시키고도 지연보상금 57억원을 주지 않았다. 이 밖에도 공공기관 입찰 가격을 멋대로 깎아 부실 공사 등의 폐해를 낳을지도 모를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한국수력원자력 등 10개 공공기관 등 모두 49곳의 잘못된 관행은 문 정부가 입만 열면 외쳐온 공정의 국정 철학을 완전히 뒤집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문 정부로서도 이들 공공기관의 불공정 행위가 불만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처럼 이들 기관에 대한 문 정부의 '낙하산 불공정 인사 관행'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문제는 지난 2017년 5월 출범한 문 정부가 임기 5년의 절반을 훌쩍 넘겼지만 만연한 불공정이 당장 해소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조국 사태를 비롯한 문 정부의 도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들이 잇따라 일어나는 데다 무엇보다도 여야 대치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까지 겹친 탓에 공공기관의 자정 노력은 물론, 정부나 사정기관의 관리 감독과 통제 감시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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