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물줄기(百川)는 바다를 향하고, 바다는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納). 진(晉)나라 원굉(袁宏)이 '삼국명신송'(三國名臣頌)에서 삼국시대 위(魏)나라 명신 서막(徐邈)을 기리는 글에서 왔다. 서막은 양주(涼州)의 자사(刺史·지방장관)로 서북의 이민족들을 잘 다스렸다. 원굉은 이러한 서막의 치정(治定)을 "물욕을 버리면(形器不存) 한 치의 마음속에 바다를 담는다(方寸海納)"고 평했다.
전국시대 초(楚)나라 사람 이사(李斯)는 진왕(후에 진시황)의 객경(客卿·다른 나라에서 온 고급관료)이 되었다. 이때 이웃의 한(韓)나라는 치수전문가 정국(鄭國)을 진나라에 보내 논밭에 물길을 튼다며 진나라의 국력을 소진시키려 했다. 이를 알고 진나라의 종실 귀족들이 "객경은 조정에서는 진왕을 섬기지만 결국 자기 나라를 위하고 있다"고 상소하자, 객경을 추방하는 축객령(逐客令)이 내려졌다.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이사는 과거 진나라를 위해 공을 세운 객경들의 예를 들면서 이들을 추방하는 것은 "적에게 병사를 빌려주고 도적에게 식량을 내주는 격"이라며 추방령을 거두어달라는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렸다. 글 말미에서 그는 "태산이 큰 것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았음이요(太山不辭土壤), 바다가 깊은 것은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았던 까닭이라(河海不擇細流)"면서 포용의 덕치(德治)를 호소했다. 진왕은 추방령을 거두었고, 20년 뒤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이루었다.
천하를 다스리는 포용력이 해납백천이다. 마오쩌둥(毛澤東)도 집무실에 이 글귀를 걸어 놓고 항시 새겼다 한다. 2020년, 새 해의 한국 정치는 다툼과 파행에서 벗어나 해납백천의 자세로 제구포신(除舊布新·묵은 것은 버리고 새 것을 펴다)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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