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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 인사에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항의성 사표' 전례 눈길

김대중·노무현 정부 김각영(임기 3개월여만에 사퇴), 노무현 정부 김종빈(6개월여), 이명박 정부 김준규(10개월여) 등 검찰총장 중도 사퇴 사례 주목

(위)윤석열 검찰총장 (아래) 김각영 전 검찰총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김준규 전 검찰총장. 매일신문DB
(위)윤석열 검찰총장 (아래) 김각영 전 검찰총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김준규 전 검찰총장. 매일신문DB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일 취임한 후 1주일도 지나지 않은 8일 법무부가 단행한 첫 검사 인사, 즉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을 모두 갈아치웠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부산고검 차장검사 발령),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제주지검장 발령), 강남일 대검 차장검사(대전고검장 발령),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수원고검 차장검사 발령),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서울고검 차장검사 발령), 노정연 대검 공판송무부장(전주지검장 발령), 문홍성 대검 인권부장(창원지검장 발령),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법무연수원장 발령), 윤대진 수원지검장(사법연수원 부원장 발령) 등이 교체됐다.

이 가운데 서울고검으로 가는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을 제외하면 가까이는 경기 고양(사법연수원)부터 멀리는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영호남 가리지 않고 전국 골고루 '지방행'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 발을 모두 잘라냈다'는 비유가 나오고 있다.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청와대 선거 개입 및 하명 수사 의혹 등 수사의 힘을 빼는 맥락에 있다는 분석이 더해진다.

◆곧 총선 정국 "빨리 사표내라?"

종국엔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표 제출을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풀이도 제기된다. 앞서 조국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체제가 함께 출범했는데, 이번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짝을 이룰 검찰총장 인선을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최대한 빨리 갈아치우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 특히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있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판단 역시 서두를 것을 요구하는 맥락에 있다는 해석도 더해진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다. 이 임기 만료 전 해임은 정치적 부담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임기를 모두 채우거나 중간에 스스로 사표를 내는 등의 교체 요인이 발생해야 한다.

◆인사 반발 김각영, 수사 지휘 항의 김종빈, 검경 수사권 책임 김준규

①그런데 중도 사퇴하는 경우 검찰 인사 문제에 항의하며 물러난 검찰총장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김각영 전 검찰총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김준규 전 검찰총장. 매일신문DB
김각영 전 검찰총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김준규 전 검찰총장. 매일신문DB

노무현 정부 때 강금실 법무부 장관 시절 김각영 32대 검찰총장(2002년 11월 11일~2003년 3월 10일, 김대중 정부 말기에 취임해 노무현 정부의 첫 검찰총장이기도 했다)이다. 당시 강금실 장관이 서열을 파괴하는 검찰 인사지침을 마련했고, 이에 대해 일부 검사들은 김각영 검찰총장이 강금실 장관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며 책임론을 제기한 것. 이에 김각영 검찰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는 얘기다.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은 퇴임사에서 "새 정부가 파격인사라는 이름으로 급히 기준도 없는 인사를 벌이고 있다"고 직설적인 비판을 하기도 했다.

②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 문제도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게 만든 배경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천정배 법무부 장관 시절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와 관련해 천정배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하라며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자, 당시 김종빈 34대 검찰총장(2005년 4월 3일~10월 17일)이 항의성 사퇴를 한 바 있다.

③이명박 정부 때는 지금도 화두인 검경 수사권 때문에 검찰총장이 사퇴했다.

2011년 7월 국회 법사위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통과시키자 검사들이 당시 김준규 37대 검찰총장(2009년 8월 20일~2011년 7월 13일)에게 책임론을 쏟아냈다. 당시 일부 검사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사표를 내거나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는데, 이에 대해 김준규 검찰총장은 "후배 검사들의 사직서와 사퇴 의사는 모두 반려한다. 퇴임 전 검찰총장의 마지막 권한행사"라고 밝힌 후 사퇴한 바 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이귀남.

◆취임 6개월째 윤석열 검찰총장의 운명은?

이들 3개 사례를 살펴보면 이번에 이뤄진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말고도 곧 국회에서 있을 검경 수사권 조정안 상정을 비롯한 '검찰의 힘을 빼는' 그래서 '검사들이 반발하고' 이게 '검찰총장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지는 맥락의 이슈들이 계속 윤석열 검찰총장(2019년 7월 25일~)을 향해 사표 제출을 저울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를 묵묵히 견디며 임무를 계속 수행해나갈 지, 아니면 앞서 3명의 검찰총장들이 그랬듯이 2년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날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현재 취임 6개월째이다.

이와 함께 물갈이 된 윤석열 사단의 사직서 제출 뉴스도 잇따를 지에 시선이 향하고 있다.

한편, 이번 법무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다음과 같다.

◇ 고등검사장급 승진
▷대검찰청 차장검사 구본선 ▷법무연수원장 배성범 ▷대구고검장 오인서 ▷광주고검장 박성진 ▷수원고검장 조상철

◇ 고등검사장급 전보
▷대전고검장 강남일

◇ 검사장급 승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이정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심재철 ▷대검찰청 형사부장 김관정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 배용원 ▷대검찰청 인권부장 이수권

◇ 검사장급 전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심우정 ▷법무부 검찰국장 조남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이영주 ▷사법연수원 부원장 윤대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노정환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이주형 ▷서울고검 차장검사 조상준 ▷부산고검 차장검사 한동훈 ▷수원고검 차장검사 이원석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서울동부지검장 고기영 ▷서울북부지검장 김후곤 ▷서울서부지검장 장영수 ▷의정부지검장 박순철 ▷수원지검장 조재연 ▷춘천지검장 조종태 ▷대전지검장 이두봉 ▷부산지검장 권순범 ▷창원지검장 문홍성 ▷전주지검장 노정연 ▷ 제주지검장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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