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보수대통합을 바라보며

정치부 차장 이창환
정치부 차장 이창환

4·15 총선을 앞두고 대통합이 보수 진영의 화두로 떠올랐다. 대한민국 보수를 대표하는 지역인 대구경북(TK) 유권자들도 보수대통합 성공 여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수 진영의 큰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갈지자 행보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은 보수대통합은 선거일 97일을 남기고서야 혁신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보수대통합을 향한 첫걸음을 겨우 내디딘 셈이다.

분열된 채 치른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보수는 참패했다. 이대로 총선을 치른다면 보수의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 대선의 전초전인 총선에서 완패한다면 정권 교체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범여권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나마 균형을 맞추게 할 최소한의 장치가 보수대통합이다.

최근 일부 서울 언론이 TK 정치권을 '반(反)통합 진원지'로 지목하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TK 정치권이 "영남권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다면 (수도권을 일부 잃어도) 총선에서 자력으로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보수당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보도를 접하면서 4년 전인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불거졌던 '존영 파동'이 떠올랐다. 당시 유승민·주호영·류성걸·권은희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선거전이 가열되던 3월 28일 새누리당 대구시당은 이들 의원 당원협의회 사무실에 걸린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철거해 반납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의 예산으로 제작해 배포한 사진은 정당 자산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오전 대구시당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사진 철거를 요구한 데 이어 오후 관계자가 직접 공문을 들고 당협 사무실을 찾아갔다. 권은희 의원 측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유치하고 치사하다"며 울분을 토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존영 파동의 후유증은 컸다. TK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엄청난 역풍이 불었고, 특히 수도권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4석을 얻으려다 수도권에서 20석 이상 날아갔다"며 자조했다. 취재기자로서도 낯뜨거웠던 기억이다. 비상이 걸린 TK 의원들은 두류공원에 모여 '한 번만 살려달라'며 무릎 꿇고 읍소했지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TK 보수 정치권은 지역 정서에 의지해 꽃길을 걸어왔다. 꽃길에 취해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고 반통합 세력으로 비치면 TK 정치권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TK 탓에 통합이 되지 못하고 총선에서 패했다는 평가가 나와선 안 된다.

TK는 보수 진영의 본진이다. 보수 정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도덕적 해이에 빠질 때 회초리를 들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오히려 TK에서 보수 정당의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참신하면서 보수의 가치에 동의하는 젊은 층이 선거에 많이 나와야 한다. 중앙당은 파격적인 공천으로 이들에게 힘을 실어야 한다. 그래야 TK 정치권에 미래가 있고 보수도 살아남을 수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민주주의를 보편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제도가 선거라는 의미다. 정당 입장에서 선거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승리를 위해서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정당이 가진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보수대통합은 보수 진영이 완패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TK 정치권이 앞장서지는 못하더라도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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