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 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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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In] 폭탄 돌리기에 좌초된 국민연금 개혁

    [뉴스In] 폭탄 돌리기에 좌초된 국민연금 개혁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좌초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에는 여야가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받는 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보험료율 인상 합의, 소득대체율 이견 연금특위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의 13% 인상에는 합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보험료율(18.2%)의 절반가량인 현행 보험료율을 그대로 둬서는 연금재정 고갈이 불가피해서다. 소득대체율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당은 현행 42.5%에서 43%로 올리자는 반면 야당은 최소 45%를 고수했다. 소득대체율 2% 포인트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금 개혁이 1년 지체될 때마다 수십조원의 국가재정이 투입돼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도 22대 국회로 개혁안을 넘겼다. 22대 국회는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이 예정돼 있다. 연금 개혁 동력이 살아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연금 개혁 실패는 정부와 국회 모두의 책임이다. 논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폭탄 돌리기를 연상케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산하에 두고 국민연금,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 개혁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인수위 단계에서 국회에 특위를 두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2022년 7월 출범한 국회 연금특위는 국민연금만 대상으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민연금 장기 재정 전망과 제도 개선안을 포함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금 고갈 시기, 노후소득과 맞물린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연금 수급 연령 등 중요한 목표치는 모두 비워두는 맹탕 계획이었다. 국회 연금특위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의도였다. 연금특위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두 차례 활동 기간을 연장하며 12차례 회의를 했지만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대신 지난 1월 말 시민대표단 논의가 중심인 공론화위원회에 개혁안 도출을 떠넘겼다. 시민대표단은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1안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하는 2안 중에서 1안을 선택했다. 1안은 고갈 시점을 2061년으로 6년 늦추지만 누적 적자를 더 키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적자를 2093년까지 702조원 증가시킨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최신 분석에서는 적자 증가 규모가 1천4조원으로 늘어났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하는 만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안이다. 1안이 선택되자 그제야 정부가 다급해졌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재정을 더 어렵게 하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재정 안정에 방점을 뒀다면 처음부터 연금특위를 설득했어야 했다. 연금 개혁이 물 건너 간 데는 정부가 방향성을 명확하지 하지 않은 탓이 크다. ◆22대 국회 숙제로 넘겨져 연금 개혁은 22대 국회로 넘겨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하게 하는 것보다 22대 국회로 넘겨 더 충실하게 논의하고 국민이 깊은 관심을 갖게 해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임기 안에는 확정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회담에서 연금 개혁에 대해 "차기 국회로 넘기자"고 제안했다. 문제는 22대 국회에서 21대보다 더 진일보한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여소야대 국회가 여전히 지속되면서 정부와 여당의 '재정안정론'과 야당의 '소득보장론'이 지속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연금 개혁이 불발된 배경도 재정안정파와 소득보장파 간 해묵은 논쟁이 깔려 있다. 해묵은 논쟁이 반복되는 동안 연금 개혁은 2007년 이후 아무런 진척이 없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재정수지를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 재정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보험료율과 연금액을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올린 후 26년째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OECD 회원국의 공적연금 평균 보험율은 18.4%(2022년 기준)로 우리의 두 배 수준이다. 보험료율 인상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22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잠정적으로 합의한 보험료율 인상안(13%)을 논의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반면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안겨줄 우려가 있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할 게 연금개혁안이라는 것을 여야 모두 명심해야 한다.

    2024-05-12 06:30:00

  • [포커스On] 꼭두각시 국회의장 되려나…중립 내던진 의장 후보들

    [포커스On] 꼭두각시 국회의장 되려나…중립 내던진 의장 후보들

    대한민국 국회의장은 2002년 이후 법적으로 중립의 상징이다. 국회는 2002년 국회의장은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국회법을 개정했다. 의사 진행을 책임지는 국회의 대표로서 당파성에서 최대한 벗어나 공정하게 운영해 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반영됐다. 국회의장의 중립성 확보는 대한민국 정치의 숙제였다. 독재와 권위주의 정치 체제 속에서 국회의장은 정부와 여당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직위였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국회의장의 역할도 변화가 필요했다. 고(故)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2000년 16대 총선 이후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장이 된 후 "나는 한 번은 여당을, 또 한 번은 야당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국민을 보고 양심의 의사봉을 친다"는 말을 남겼다. 그만큼 국회의장의 중립성에 관심이 집중되던 시기였다. ◆깨질 위기에 처한 국회의장 전통 2002년 국회법 개정 이후 국회의장은 중립적 입장에서 여야와 밀당했다. 때론 다수당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했지만 소수당도 배려했다. 출신 정당 만을 감싸지 않으려고 애썼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야 합의를 중시했다. 국회의장은 원내 1당 최다선 의원이 맡아 왔다. 최다선이 여럿이면 물밑 조정을 거쳐 결정하거나 형식적인 경선으로 뽑았다. 21대 국회에서는 전반기에 6선인 박병석 의원이, 후반기에 5선 중 연장자인 김진표 의원이 맡았다. 두 의원 모두 당파성이 덜하고 합리적인 덕분에 진영 논리에서 비교적 벗어나 있는 인물이었다. 지난 22년간 쌓았던 '중립'과 '선수(選數)'는 국회의장의 정체성이 됐다. 하지만 22대 국회의장은 중립과 선수 우선 전통이 모두 파괴될 공산이 커졌다.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서 출사표를 던진 의원들이 모두 '중립 전통'을 벗어던지겠다고 공언한 탓이다. 국회의장 후보 등록을 한 후보는 조정식(6선) 의원과 추미애(6선) 당선자와 우원식(5선)·정성호(5선) 의원 등 4명이다. 이들 후보들은 모두 여야 합의보다 거대 야당 중심의 의회 운영에 방점을 찍고 있다. 추 당선인은 총선 직후부터 국회의장의 중립 무용론까지 펴고 있다. 조정식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호흡을 강조했다. 정 의원과 우 의원도 이 대표와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당리당략에 따르지 않고 이견을 조정하는 국회의장보다는 출신 정당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반영하는 의장이 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셈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국회의장의 '법률안 직권 상정'도 예고했다. 법률안 직권 상정은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 중 최소 1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개정 과정에서 직권 상정 요건이 엄격하게 제한됐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들은 의장의 가장 강력하면서도 최후 보루로 지켜야 할 직권 상정을 손쉽게 언급하고 있다. 통상 법안은 본회의 표결에 부치기 전에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와 본회의 일정 및 안건을 조율한다. 반대로 이견의 클 경우 상임위 또는 법사위에 장기간 계류한다. 이럴 경우 의장이 직권 상정을 통해 법안 심사 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중립 포기하면 꼭두각시에 불과 보다 못한 김진표 국회의장이 나서서 일침을 가했다. 그는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적인 행정과 편파적인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를 한 사람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상 중립 의무를 부여하니까 그래도 조정력이 생기고 양쪽 얘기를 들어보고, 또 여러 가지 현안 별로 의회의 모든 기구를 통해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장 무당적은 영국 의회를 참고했다. 영국은 하원의장이 의장선출과 동시에 모든 당직을 사임한다. 하원의장은 비당파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하원을 대표하고 각종 권한을 행사한다. 토론에 참가하지 않고 가부동수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초당적이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의장으로서 역할이 강조된 것이다. 동시에 소수 의견과 이해관계를 보호해야 할 책임도 진다.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을 포기하면 국회는 다수의 횡포에 노출된다. 다수결은 현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이다. 하지만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충분한 토론과 숙의가 필요하다. 국회의장이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다수당 의견만 좇을 경우 상임위, 법사위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의미가 없어진다. 또 모든 의사를 다수결로 정한다면 소수당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다수의 의견을 따르되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이 이런 태도를 가지지 않으면 국회는 다수당의 횡포로 운영되고, 의회 독재로 이어진다. 2002년 국회의장 당적 포기와 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은 여당과 야당의 타협으로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 반영됐다.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들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망각하고 있다.

    2024-05-10 06:30:00

  • 다품복지센터, 대규모 효잔치 행사 개최

    다품복지센터, 대규모 효잔치 행사 개최

    이엔씨컴&다품복지센터(대표 박영분)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지난 7일 동구 아양아트센터에서 '사랑해孝 감사해孝 효잔치 한마당' 행사를 개최했다. 이엔씨컴&다품복지센터가 주관하고 (사)다품문화예술협회의 후원한 이번 행사는 바우처서비스를 이용하는 지역 어르신 700여명을 초청해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취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 이엔씨컴과 다품복지센터 서비스 관계자들과 떠오름종합에술단의 축하공연 등이 펼쳐졌다. 특히 각 바우처 기관 어르신들이 참여한 장기자랑(노래, 춤과 율동, 민요 등) 무대는 큰 호응을 얻었다. (사)다품문화예술협회 후원기업 (주)바다푸드와 협회 회원들은 참여하신 어르신들에게 떡과 음료수, 선물 등을 전했다. 박영분 대표는 "매년 '효잔치'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어르신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선사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했다.

    2024-05-08 16:58:38

  • [뉴스In] 도파밍 전성 시대…자극과 익살을 찾아 나서다!

    [뉴스In] 도파밍 전성 시대…자극과 익살을 찾아 나서다!

    젊은 세대는 자극적이거나 익살스러운 콘텐츠를 보고 '재미있다', '흥미롭다'라고 말하는 대신 '도파민 돈다', '도파민 터진다'라고 표현한다. '도파민(Dopamine)'은 과거 운동과 음식 등 주로 건강과 관련된 분야에서 쓰였다. 현재는 유튜브, 소셜미디어, 숏폼(Short Form), 소설,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도파민은 뇌 신경 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과 게임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를 뜻하는 '파밍(Farming)'의 합성어가 도파밍(Dofarming)이다. 재미와 즐거운 경험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사회 현상이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도파민이란 단어 언급량이 2022년 1월 대비 약 1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KB경영연구소도 최근 '재미와 경험을 쫓는 소비자들, 지금은 도파밍(Dofarming) 시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도파밍이 트렌드로 부상한 현상을 분석했다. ◆트렌드로 떠오른 도파밍 도파밍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모바일 기기 보급이 가장 큰 요인이다. 모바일 기기 보급에 따라 글자로 생각을 전달하는 '문자 언어'에서 미디어로 생각을 전달하는 '영상 언어'로 발전했다. 놀이 방식도 더 빠르고 직관적인 형태로 진화했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 세대는 직관적이고 단순한 영상 등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문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며 성장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정적인 활동보다 서사 없이 즉각적인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 감상을 선호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둘째, 시간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다. 사람들은 가능하면 적은 노력으로 많은 행복을 누리려고 한다.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게 전 세계적 트렌드다. 시장조사 기업인 트렌드모니터의 시간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현대인은 시간을 가장 큰 자원이며(82.4%), 시간을 곧 돈이라고 생각(77.7%)한다. 데이터 분석 기업인 와이즈앱의 조사에서는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숏폼 플랫폼의 월평균 사용 시간이 46시간 29분이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티빙, 디즈니 등 OTT 플랫폼의 월평균 사용 시간 9시간 14분 대비 5배 많다. 셋째, 재미를 대하는 인식도 변했다. 일과 놀이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놀이가 주는 보상으로 인식되던 재미가 삶의 목표이자 풍요롭게 하는 필수 요건으로 진화했다.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스트레스에 대한 반동으로 영감과 낙천주의에 대한 욕구에 기대 즐거움을 추구하는 '조이코노미(Joy-conomy)'가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과 취미의 조화를 강조하는 '덕업일치(德業一致)'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상업적으로도 다양하게 활용 도파밍 트렌드에 부합하려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강렬한 첫인상이다. 시간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사용자 요구를 반영해 3초 이내에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도록 랜딩 페이지에 짧고 강렬한 영상이나 감각적인 헤드라인, 카피 등을 삽입한다. 예컨대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는 콘텐츠의 하이라이트를 여러 개의 1분 이내 영상으로 제작해 사용자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랜딩 페이지에 눈길을 끄는 후킹(Hooking) 문구 등을 삽입해 사용자가 끝까지 콘텐츠를 시청하도록 유도한다. 최근 게재된 삼프로TV의 미국 채권 관련 콘텐츠의 하이라이트를 담은 세 편의 숏폼 조회 수는 51만회로 본 방송 조회 수 2.8만회의 18배에 달했다. 둘째, 역쇼루밍 전략이다. 이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 정보를 수집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를 구매하는 소비 행태다. '더현대서울'은 오픈 당시 백화점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로 불리는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를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대신 온라인에 기반을 둔 영패션 브랜드를 오프라인으로 유치하고 짧은 기간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를 개설했다. 온라인 기반 브랜드는 개점 전부터 소셜미디어에서 브랜드 대표와의 만남, 포토부스 촬영, 오프라인 추가 할인 쿠폰 제공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홍보해 소비자의 방문을 유도했다. 그 결과 더현대서울은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역쇼루밍 전략을 활용해 국내 백화점 중 최단 기간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중 2030세대 비중이 58%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셋째, 밈과 챌린지는 이미 놀이 문화로 진화했다. 사용자는 하나의 놀이문화로 밈을 자발적으로 생산하고 공유하며, 챌린지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확산되도록 유도한다. 몇 년 전 외국인이 편의점 점원에게 '농협은행' 위치를 물었는데,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지않아 점원이 "넘흐 옙흐넹(너무 예쁘네요)"으로 착각했던 일화를 담은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영상은 패러디 돼 다양한 밈으로 확산되었고, 젊은 세대 사이에서 '농협은행'은 '너무 예쁘네요'를 의미하는 신조어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밈을 가사로 붙인 노래에 춤을 추는 챌린지가 온라인에서 하나의 놀이로 확산되자 농협은행은 이를 활용하여 '넘흐옙은행' 영상 광고를 출시하였는데 1천만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넷째, 세계관 구축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세계관을 구축해 소비자를 팬으로 만들고 자발적인 참여와 몰입을 유도한다. 개그맨 김경욱은 인기 없는 유흥업소 호스트 직업을 가진 일본인 '다나카'를 연기하여 실제 캐릭터보다 '부캐'가 회자되며 큰 관심을 얻었다. 머리카락 끝을 뾰족하게 깎는 헤어스타일인 샤기컷, 타이트한 셔츠, 큰 로고 벨트 등 20년 전을 추억하는 요소들로 구성된 세계관을 구축하여 소비자와 교감했다. ◆과도한 도파밍의 부정적 영향도 무시 못해 도파밍 트렌드가 강한 자극에는 빠르게 반응하지만 일상생활에는 흥미를 잃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팝콘 브레인이란 워싱턴대학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 교수가 만든 용어로, 옥수수에 열을 가하면 톡톡 터지듯 강렬하고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하는 뇌 구조를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3년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읽기' 분야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009년 5.8%에서 2022년 14.7%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스마트폰 대중화 원년으로 꼽히는 2010년 이후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두드러졌다. 스탠퍼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너무 빠르고 잦은 멀티태스킹, 소셜미디어를 통한 자극적인 영상 감상 등으로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고 했다. 또 단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시간은 19초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러한 자극에 대한 내성이 생겨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팝콘 브레인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대학에서 짧은 영상에 과다 노출된 대학생들의 뇌를 분석한 결과, 집중력 결핍이나 기억력 감퇴 등 기능 저하와 연관된 수동적 뇌 신경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책을 읽을 때는 전달된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전두엽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반면, 영상을 볼 때는 전두엽을 거치지 않고 후두엽으로만 자극을 받아들이는 현상이 관찰됐다.

    2024-05-05 06:30:00

  • [포커스On] 영남자민련으로 전락한 국민의힘, 반전의 계기 찾을까

    [포커스On] 영남자민련으로 전락한 국민의힘, 반전의 계기 찾을까

    국민의힘이 '영남자민련'으로 전락했다는 자조와 조롱을 받고 있다. 4·10 총선에서 영남을 제외하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참패한 탓이다. 영남에서 일방적 지지가 아니었으면 100석도 위태로웠다. 6·25 전쟁에서 낙동강 방어선을 연상케 하는 게 이번 총선 결과다. 영남자민련이라는 말에는 자조와 조롱이 섞여 있다. 자조는 지지층에서, 조롱은 정치적 반대자들에게서 나온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당선자를 내지 못한 채 영남이라는 특정 지역에만 지나치게 많은 국회의원을 보유한 것은 비상식적이다. 보수가 대패한 상황에서 영남 텃밭을 지킨 건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확실한 텃밭을 가지면 이를 기반으로 힘을 길러 미래를 기약할 수 있어서다. ◆안전하지 않은 부산 영남권 전체 의석은 65석이다. 이중 국민의힘 59석, 민주당 5석, 진보당 1석을 각각 차지했다. 4년 전에는 국민의힘 56석, 민주당 7석이었다. 국민의힘은 3석 늘었고, 민주당은 2석 줄었다. 대구경북(TK)은 국민의힘이 25석을 모두 싹쓸이했다. 40개 의석이 걸려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선 국민의힘 34석, 민주당 5석, 진보당 1석을 각각 얻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32석, 민주당이 7석을 가져갔다. 국민의힘은 2석 늘었고, 민주당은 2석 줄었다. 진보당이 1석을 차지한 덕분에 전체적으로 범야권은 1석 줄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낙동강 벨트에서 선전했다. 흔들렸던 영남 민심이 선거 막판 결집한 덕분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PK도 안전지대만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부산의 경우 18석 중 17석을 차지하며 4년 전에 비해 2석 더 가져왔다. 의석수는 늘었지만 민주당과 경합을 벌이는 지역은 더 늘었다. 부산에서 국민의힘이 차지한 17곳 중에 민주당 후보들은 모두 40%대의 고른 지지율을 보였다. 수영구 민주당 후보가 40.4%를 얻어 부산 민주당 후보 중 꼴찌를 했다. 4년 전에는 해운대구갑과 사하구을 등 2곳은 민주당 후보가 30%대 득표율에 불과했다. 이번 총선에서 두 지역 모두 10%가량 더 득표했다. 이제는 부산에서 어느 선거구도 국민의힘의 안전지대가 없다는 게 수치로 확인된다. 울산 6곳 중에 2곳이 범야권으로 넘어갔다. 울산 동구는 민주당이, 북구는 진보당이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애초 6석 전석 승리가 목표였지만 4년 전 5석보다 한 석 더 줄었다. TK는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20~30%에 불과해 국민의힘 지지세가 견고하다. 부산 동래에서 당선된 서지영 당선인은 최근 당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부산도 이제 안전하지 않다. 부산의 정치 지형도 바뀌었다. 민주당 후보가 선거구별로 모두 40% 이상 득표했다. 선거 기간 여론조사상 4050대는 민주당 후보가 이겼다"고 강조했다. 서 당선인이 분석이 맞다면 장기적으로 영남자민련도 사치스러운 닉네임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부산이 흔들리면 영남권 절반이 위태로운 상황에 몰리게 된다. ◆TK발 당 변화, 주도해야 국민의힘이 수도권, 충청권에서 지지를 얻지 못한 국면에서 PK마저 안전하지 않다면 그야말로 비상이다. 전통적인 텃밭인 PK가 4년 후 당장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60대 이상 세대가 저물고 4050세대가 유권자의 큰 영역을 차지하면 부산도 장담하기 쉽지 않다. 그렇게 될 경우 영남자민련에서 자칫 범TK자민련으로 추락할 수 있다.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민의힘 일부 수도권 당선인들이 영남 정치권에 패배의 책임을 물으며 '2선 후퇴'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한가한 이유다. 장기적으로 영남도 안전하지 않은 데 패배의 책임론까지 나오면 영남 유권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 울고 싶은 사람한테 뺨을 때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우선 국민의힘이 뼈를 깎는 혁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을 뺏어오기는커녕 텃밭조차 지키기 쉽지 않다. 특정 지역을 폄훼하거나 고립시키는 행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 상황은 어수선하다. 몇 안 되는 수도권 당선인과 다수의 영남 당선인 간 소통이 잘 안 되고, 영남에서도 PK와 TK 당선인의 기류도 다른 탓이다. 이 국면에서 가장 텃밭인 TK 정치권에 주목한다. TK가 당 변화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당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바람직하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 수도권에서 펼쳐질 재보궐,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당이 되도록 TK가 변화를 추동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의 기폭제는 6월 당 대표 선거다. 아직은 누가 당 대표 선거에 뛰어들지 알 수 없다. 다만 TK가 당을 살리는 대표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부터 심사숙고해야 한다.

    2024-05-03 06:30:00

  • [뉴스In] 산으로 가는 연금 개혁안…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뉴스In] 산으로 가는 연금 개혁안…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국회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가 내놓은 '더 내고 더 받기'식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개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재정 안정화에 방침을 찍었던 정부가 "공론화 과정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안에 대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공론화위 개혁안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도 소득대체율 상향이 재정 안정이라는 연금 개혁 취지에 맞지 않고, 미래 세대에 심각한 부담을 전가한다며 정부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개악을 넘어 대참사 공론화위는 두 가지 연금 개혁안을 두고 시민대표단 500명을 상대로 4차례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보험료율 9%이며 소득대체율은 40%다. 이대로 두면 기금은 2055년 고갈한다. 이에 대해 1안은 보험료를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생애소득 대비 노후연금 비율)도 40%에서 50%로 올렸다. 소득보장안이다. 2안은 보험료를 9%에서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40%)대로 유지했다. 재정안정안이다. 시민대표는 1, 2안을 두고 4차례 토론회를 개최했고, 지난 21일 4차 토론회 후 1안을 선택했다. 연금 전문가와 정부 등은 역대 연금 개혁을 재정 안정에 방점을 두고 추진해 왔다. 그 결과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올렸고, 소득대체율은 꾸준히 낮췄다. 하지만 시민대표단이 보험료율을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도 올리는 방안을 채택하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의 개혁안 방향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서다. 1안과 2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안은 기금 고갈 시기가 2055년에서 2061년으로, 2안은 2062년으로 늦춰진다. 보험료도 각각 13%, 12%로 비슷하게 오른다. 여기까지는 별 차이가 없다. 문제는 소득대체율과 그에 따른 후폭풍이다. 1안은 소득대체율이 50%, 2안은 40%로 현재와 동일하다. 보험료율과 기금 고갈 시기가 비슷한 데도 혜택은 1안이 훨씬 커 보인다. 1안 찬성이 높게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1안과 2안의 재정 안정 효과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전문가들은 이를 시민대표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반발한다. 우선, 누적 적자 규모다. 1안대로 하면 기금 고갈을 2061년으로 늦추되 그 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가 30~40년 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2093년이면 연금 적자가 702조원에 달한다. 반면 2안은 같은 기간 누적 적자를 1천970조원 감소시킨다. 두 안의 미래세대 부담 전가 규모 차이가 2천700조원에 이른다. 1안이 개악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둘째, 보험료율이 급등한다. 1안대로 개편한 뒤 2061년이 되면 기금이 고갈돼 매년 보험료를 걷어서 연금액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지금은 수정적립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경우 1안은 2078년 소득의 최고 43.2%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그래야 그해 연금을 받는 사람에게 줄 수 있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두거나 2안대로 하면 35.1%다. 두 안의 격차는 8.1%포인트(p). 소득대체율을 10% 높였는데 1, 2안의 기금 고갈 시점은 고작 1년 차이가 난다. 반면 연금 고갈 뒤 내는 보험료는 8.1%p나 차이 난다. 이는 소득대체율 인상 영향이 뒤늦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 40%의 의미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매년 1%p씩 소득대체율이 올라 40년 가입하면 가입 기간 평균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부터 50%로 올리면 매년 1.25%씩 소득대체율이 올라 40년 뒤인 2065년에는 소득대체율이 50%가 된다. 현 노인 세대가 아닌 40년 뒤 미래 세대의 소득대체율이 오르는 것이다. 이에 따른 영향도 기금 고갈 이후 뒤늦게 나타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공론화위는 다수 전문가가 선호한 재정안정 방안은 무력화시키고 소득대체율을 더 올리자는 위원 중심으로 자문단을 구성했다. 공론화위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론화위에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핵심 재정지표가 소득보장 강화를 옹호하는 자문단 항의로 학습자료에서 배제됐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1안의 소득보장안으로 가면 보험료로 재원을 충당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국고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보장에 무게를 두는 1안이 재정 안정에 심각한 약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발언이다. 게다가 보험료로 운영하는 사회보험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포퓰리즘에 흔들리는 연금 개혁 시민대표단의 선택은 참고 자료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 29일 전까지 최종안을 마련해 본회의를 통과시켜야 개혁안이 완성된다. 시민대표단의 선택이 미래 세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개악이라는 여론이 커지면서 정치권도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운영계획안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해 백지안을 제출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야당이 시민대표단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미래 세대에 책임을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는 개악안에 정부와 집권여당이 손을 들어줄 수는 없다. 선거도 끝난 탓에 집권여당의 부담은 다소 줄었다. 개악을 넘어 대참사 수준이라는 시민대표단의 선택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거대 야당도 마찬가지다. 시민대표단의 선택에 매몰되지 말고 저출산 시대에 나라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2024-04-28 06:30:00

  • [포커스On] 국민의힘,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패배 첫 반성

    [포커스On] 국민의힘,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패배 첫 반성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를 극복하고 생명력 있는 정당으로 탄생할 수 있을까?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25일 당 차원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이 주제였다. 토론자들은 수도권 참패, 젊은층 외면, 정권 심판론 등등 참패의 원인을 분석했다.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모색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한 참석자는 "문제도 알고, 나아가야 할 방향도 알고 있다. 문제는 (당이) 실천할 용기가 없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배종찬 인사이트게인 연구소장 등이 외부 인사로 참석했다. 당내에서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 서지영 당선자(부산 동래), 김재섭 당선자(서울 도봉갑)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수도권에서 포기한 정당 수도권 패배가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수도권은 전체 지역구(254석)의 절반(122석)이 걸려 있다. 국민의힘 19석, 민주당이 102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이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 총선 수도권(121석)에서 국민의힘은 17석(윤상현 의원 포함), 민주당 103석을 건졌다. 48석인 서울만 따지면 국민의힘 11석, 민주당 37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4년 전에 비해 3석이 늘었다. 서울은 보수당이 승리하기 쉽지 않았다. 보수당이 차지한 의석을 보면 2002년 17석, 2004년 16석, 2008년 40석, 2012년 16석, 2016년 12석, 2020년 8석이었다. 2008년은 이명박 대통령 당시 뉴타운 이슈 덕분에 거둔 승리였다. 경기도는 애초 보수 정당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나빠졌다. 보수 정당 당선인은 2008년 32명, 2012년 21명, 2016년 19명, 2020년 7명, 2024년 6명이었다. 2008년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앞으로도 수도권을 이기지 못하면 제1당이나 다수당이 결코 될 수 없다. 박명호 교수는 "보수 가치가 비주류가 됐다. 지지층은 고령층으로 국한돼 있고, 2030 세대에서 가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이다. 당선자 3분의 2가 영남과 관련이 있어서 영남자민련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배종찬 소장은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정당)이라고 했다. 그는 "총선 전부터 경기도를 놓치면 큰 일 난다고 했다. 그런데 대책이 없었다"며 "젊은층이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 탓에 경기도로 옮기면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진다는 게 세간의 평가였다. 당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당선인은 수도권 중심 정당을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 민심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중앙당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수도권 중심으로 당이 개편되고 수도권 낙선자들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야 한다"며 "3040 낙선자 모임 '첫목회'에 여러 낙선자가 모이고 있다. 이분들의 목소리가 당에 직접적으로 닿도록 통로를 마련해 달라"고 했다. ◆유권자 지형 변화 =보수 정당이 수도권에서 큰 성과를 낸 적이 있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후 치러진 선거에서 한나라당 153석, 통합민주당 81석을 얻었다. 한나라당은 서울 48석 중 40석, 경기 51석 중 32석, 경기 51석 중 32석을 차지했다. 더욱이 친박연대 14석, 무소속 25석 등이었다. 한나라당에서 친이-친박 갈등이 폭발하면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이 등장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한나라당 내 갈등을 떠나 보수층 입장에서는 의석 수에서 압승을 한 선거였다. 한국 보수 정당의 전성기로 불릴만하다. 박원호 교수는 "당시 정두언 의원이 서울 선거를 주도하면서 3중 전략을 썼다. 중산층, 중도, 전국 및 수도권 정당을 추구했다. 현재 국민의힘이 당시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은 전통적인 보수와 새로운 흐름의 보수가 있다. 전통적 보수는 국가주의, 박정희 등 국가주도 경제 성장 보수다"며 "하지만 2007년 이후 새로운 흐름의 보수가 나타났다. 개인적이고,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자유주의 성향의 보수층이 새로운 형태의 흐름을 형성했다. 이번 선거에서 이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았고, 심지어 반대당을 지지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여성, 환경, 노동, 지역 등 제3의 의제들을 자유주의적 가치와 어떻게 접할 시킬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배종찬 소장은 40대 유권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4포당'(40대도 포기한 정당)이기도 하다. 40대는 체불 임금, 직장 갑질, 주거, 자녀교육, 이직, 재테크 등에 관심이 많은 세대"라며 "김남국 의원이 비트코인 투자 때 (40대들이) 굉장히 분노했다. 그때 (국민의힘이) 40대 유권자들을 잡았어야 했다.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는 2030 유권자들을 붙잡기 위해 당 차원에서 토론회를 정말 많이 했다. 최근에는 일체 없었다. 당에서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부산도 안전하지 않아 =부산은 국민의힘이 개현 저지선(100석)을 확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부산 18석 중에 17석을 차지한 덕분이다. 40개 의석이 걸려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선 국민의힘 34석, 민주당 5석, 진보당 1석을 각각 얻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32석, 민주당이 7석 승리했었다. 국민의힘은 2석 늘었고, 민주당은 2석 줄었다. 흔들렸던 영남이 선거 막판 지지층이 결집한 덕분이다. 하지만 부산 동래구에서 당선된 서지영 당선인은 부산도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의석 수는 늘었지만 내용 면에서는 불안한 승리라는 것이다. 그는 "(부산의) 민주당 후보들이 40%를 넘게 지지를 얻었다. 여론조사에서 보면 4050 세대는 민주당 후보를 더 지지하고 있다. 데이터에 입각해 지역 분석 작업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지역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특히 민주당에서도 소수파였던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강한 부산의 2030세대들이 지금은 4050대가 됐다. 이들이 민주당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 당선인은 "보수 정당에서 역대 가장 좋았던 슬로건은 '경제는 한나라당'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었다. 힘 있는 보수 정당이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줬다. 하지만 탄핵 이후 능력도, 실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젊은층이 (이런 당에 대해) 기대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 선거 결과"라고 했다. 선거는 패할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다. 승패보다 자세와 태도가 더 중요하다. 실수를 인정하고 반복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패배에도 바뀌지 않는 정치 세력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토론회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심기일전해야 하는 이유다.

    2024-04-26 06:30:00

  • [뉴스In] 저출산 최전선 대응하는 전담 부서 생기나…여야 공약 내세워

    [뉴스In] 저출산 최전선 대응하는 전담 부서 생기나…여야 공약 내세워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담 부처 설치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고령사회위)가 나열식 정책과 취약한 컨트롤타워로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탓이다. 특히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라는 충격적 통계가 발표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전담 부서 설치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인구부', 야당은 '인구위기대응부' 등 인구 전담 부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균형발전에 방점을 둔 '인구지역균형발전부' 신설을 제안했다. 이 밖에도 저출산고령사회위를 중앙행정기관으로 승격하거나, 보건복지부 장관을 부총리로 하여 관계부처를 총괄·조정하도록 하는 대안도 제시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이슈와 논점을 통해 '인구감소 시대, 인구 전담 부처 설치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발표해 이 문제를 다뤘다. ◆인구 전담 부처 설치 논의 인구 문제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 2005년 설립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계속 감소해 2023년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담 부처 설치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나왔다. 저출산고령사회위 존립에 회의적인 시각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전담 부처인 '인구부' 신설을 약속했다. 여려 부처에 흩어진 관련 정책을 인구부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포함)도 비슷한 공약을 내놨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전담하는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약속했다. 종합적인 저출산 대책과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현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정치권도 공감한 것이다. 정책적 중요성과 정치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인구 전담 부처 신설의 구체적인 방향성과 조직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자문위원회 한계를 못 벗어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00년대 초반 저출산 현상을 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됐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됐다.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인 저출산고령사회위가 출범했다. 중요 정책 심의 권한을 부여받은 저출산고령사회위는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구 관련 정책을 집행한다. 하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나타나자 저출산고령사회위가 해당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정책 간 연계와 부처 간 협력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2023년 저출산고사회위 산하 '인구정책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인구정책기획단은 인구정책 범부처 상설협의체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분과와 '인구구조 변화 대응' 분과로 나뉘어 구성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민간을 포함해 정부의 종합적인 대응을 목표로 시작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문위원회라는 조직 특성의 한계로 인해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에 따르면 자문위원회는 법령에 규정된 기능과 권한을 넘어서는 범위에서 자문·조정·심의 등을 할 수 없다. 자문위원회인 저출산고령사회위는 대통령 직속 기관임에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규정한 정책 심의 권한만 갖고 있을 뿐, 집행권과 예산권이 없다. 새로운 인구정책을 개발하고 부처 간 정책 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설립 의도와는 달리 저출산고령사회위는 각 부처의 정책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고, 부처 간은 물론 중앙·지방 사이를 연계하는 역량도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다. 신설된 인구정책기획단 또한 범부처 협의체를 표방하지만 저출산고령사회위 산하 조직이기 때문에 자문위원회라는 동일한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 인구 정책은? ▷일본= 세계적인 고령화 국가인 일본은 2022년 합계출산율이 1.2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2022년 '아동기본법'과 '아동가정청설치법'을 제정하고, 2023년 '아동가정청(こども家庭庁)'을 설립해 저출산과 고령화 담당 부처를 분리했다. 독립적인 전담 부처인 아동가정청으로 저출산 정책을 일원화하고, 다른 부처의 아동 관련 정책에 권고권을 부여해 통합적인 시각에서 저출산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강화한 사례다. ▷프랑스= EU 내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하는 프랑스는 중앙부처인 노동보건연대부를 중심으로 장단기 인구정책 계획을 수립·실행한다. 정부와 민간대표로 구성된 총리 산하의 '가족아동고령화고등위원회'가 다양한 인구정책을 제안하고 검토한다. 특히 가족수당기금공단(CNAF)은 전국 100여개의 지역사무소를 통해 각종 수당 지급, 보육 관련 서비스 등을 수혜자에게 직접 지원한다. 현장중심으로 일원화된 재정 지원과 사회서비스 공급을 통해 효과적인 정책 집행을 추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995년 1.71명을 기점으로 2010년 2.03명으로 증가했고, 최근 감소 추세에도 2020년에 1.83명을 기록했다. ▷스웨덴=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저출산 현상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국가다. '보건사회부'를 중심으로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포함한 복지정책을 실시한다. 보건사회부는 사회복지, 보건, 사회서비스, 노인·사회안전 담당 장관이 각각 해당 분야를 총괄·감독한다. 또한 보건복지청, 사회보험청, 연금청 등 부문별 산하 책임 기관이 세부 정책의 집행을 맡는다. 특히, 주민들과 밀접하게 교류하는 지방정부가 복지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문별 책임 기관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 속에서 유기적인 정책 추진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담 부처 설치 쟁점과 고려 사항 인구 전담 부서 신설 논의에 앞서 주요 쟁점과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먼저, 인구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응책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기존의 인구정책이 인구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우리나라 인구 문제의 특성을 바탕으로 기존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전면적인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둘째, 인구 문제는 보건·복지, 교육, 고용, 지역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한다. 부처 간 전면적인 업무 재조정을 실시하고 인구 전담 부처만의 역할과 권한을 설정해야 한다. 관련 부처 간 업무조정 없이 전담 부처를 설립할 경우, 업무 중복성과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이 반복될 여지가 있다. 즉 인구정책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지역균형·발전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신설 논의가 있는 이민청 등 개별 정책 부처들과 업무 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담 부처의 불분명한 정책 영역은 부처 간 업무 중복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과도한 집행과 예산의 권한 수준은 전담 부처를 옥상옥(屋上屋)으로 만들 수 있다. 셋째, 인구 전담 부처를 중심으로 한 인구정책의 효과적인 추진과 집행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관련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 전담 부처의 업무 범위, 권한, 부처 간 협력 메커니즘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인구 전담 부처의 정책적 책임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구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인구 전담 부처 설치를 위해서는 기존 인구정책의 한계를 분석하고, 이에 기반한 전면적인 인구정책 추진 체계 재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인구 정책의 합리성과 전담 부처 설치의 정당성이 부여받는다면 인구 위기를 극복할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2024-04-21 06:30:00

  • [포커스On] 한동훈 언제 복귀할까…선거 패배에도 지지세 굳건

    [포커스On] 한동훈 언제 복귀할까…선거 패배에도 지지세 굳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여전히 관심 대상이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국민의힘과 보수층은 그에게서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지자들은 화환으로 응원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SNS로 그를 맹비난했지만 당원들의 관심은 숙지지 않고 있다. 4년 전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총선 대배와 함께 사실상 정치권에서 물러났지만 같은 처지인 한 전 위원장은 벌써 복귀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한동훈 한 전 위원장은 총선에서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26일 여당 선거를 총괄하는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했다. 직전까지 그는 검사에 이어 법무부 장관으로 살아왔다. 비교적 시(是)와 비(非)가 분명하고, 판단의 범위가 폭넓지 않으면서 매뉴얼에 충실한 게 대한민국 공무원의 삶이다. 옳고 그름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때론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하며 논리만큼이나 감각(感覺)이 중요한 정치는 행정과 다른 세계다. 더욱이 선거 국면은 상대의 전략에 대응해 고도의 순발력이 필요하다. 정치 감각이 더더욱 필요한 게 선거전이다. 정부 여당으로선 벼랑 끝 절박한 상황에서 현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동훈을 선택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야당 국회의원에 맞서 싸움닭 기질을 보이면서 보수층에 팬덤을 가진 게 유일한 자산이었다. 비대위원장 취임 후 자신의 장기를 발휘했다. 정권 심판론에 맞서 86운동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민주당 의원들을 공격할 때는 거칠고 거침이 없었다. 잊고 지냈던 과거의 먼 민낯까지 소환해 화력을 쏟아부었다. 보수층은 열광했다. 선거 기간에는 이재명 대표에다 조국 대표까지 엮어 '이·조 심판론'을 내세웠다. 총선을 '한동훈 대 이재명·조국' 싸움으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홀로 전국을 다니면서 이·조 대표에 맹비난을 쏟아냈다. 선거 막판 불리하게 전개되자 읍소 전략까지 내세워 개헌 지지선 확보를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4년 전(103석)에 비해 의석 수가 늘어난 것(108석)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이는 무지의 소치다. 역대 여당이 총선에서 이번처럼 굴욕적인 참패는 없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워낙 거셌다. 이종섭 전 대사 사태와 김건희 여사 건, 대파 논란 등 선거를 코 앞에 두고 벌어진 난맥상은 정부 심판론에 불을 질렀다. 여당의 전략 부재도 한 몫했다. 한 전 위원장이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전통적으로 여당의 선거 전략은 민생이었다. 야당의 공세를 뒤로 한 채 민생만 줄곧 강조해도 크게 패하지 않았던 게 과거 선거였다. 국민의힘은 달랐다. 한 전 위원장이 가장 잘하는 영역을 선거 전략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86 심판론'과 '이조 심판론'은 정부 심판론에 막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치는 힘과 의지 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유리된 채 밀어붙이는 힘과 의지는 국민들과 더욱 멀어지게 한다. '정치인은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대중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 특히 선거 때는 더욱 그렇다. 한 전 위원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범죄 혐의가 짙고 수감 가능성이 농후한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비판하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유권자는 오늘내일의 삶이 더 중요하다. 그 점을 간과한 건 한 전 위원장이 여전히 엘리트 검사의 시각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책임론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한 전 위원장은 패장이지만 당원들의 지지는 변하지 않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표 출마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지지자들은 국회에 그에 대한 지지 및 복귀를 바라는 화환을 150m나 늘어놓고 있다. 한 전 위원장 주변에서는 출마 가능성을 낮게 본다. 맺고 끊는 면이 확실한 탓에 명분 없이 당장 복귀하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다. 황교안 전 대표와는 다른 지점이다. 황 전 대표는 총선 패배 후 정치적으로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이는 선거 책임론과 닿아 있다. 당원들은 4년 전 총선 패배는 황 전 대표 탓이지만 이번 선거 패배가 한 전 위원장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당내 여론도 그렇다. 한 수도권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선거 패배는 99%가 윤 대통령 때문이다. 2년간 업보를 쌓았고 선거 과정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악영향을 줬다"며 "한 전 위원장도 정치 경험이 없어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부산은 지켜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한 전 위원장 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7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331명) 중 44.7%가 한 전 위원장을 꼽았다.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 18.9%,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9.4%, 유승민 전 의원 5.1% 순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어떻게 쉬느냐가 중요 한 전 위원장은 여전히 보수층에서 필요한 정치인이다. 73년생으로 젊은 데다 강한 공격력과 언변은 보수 정치인 중에 단연 뛰어나다. 비록 패했지만 총선을 이끌면서 여의도 정치 메커니즘도 숙지했을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범야권의 맹렬한 윤석열 정부 공격을 지켜보면 보수층은 한 전 위원장을 더욱 그리워할 가능성도 있다. 현실 정치 복귀 경로는 다양하다. 당장 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더라도 재보궐 선거를 비롯해 복귀의 경우의 수는 적지 않다. 다음 대선을 겨냥하면 재보궐 선거에 눈독을 들이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2026년 지방선거도 복귀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의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어서다. 복귀 시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쉬느냐가 더 중요하다.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게 많다. 분야별 전문가들과 공부를 하는 건 필수다. 특히 경제, 외교 및 남북 관계, 사회의 주요 이슈 등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정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일천한 게 국정 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진영 간 대결이 격한 한국 정치에서 지도자들에게 정치적 상상력과 고도의 정치력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4-04-19 06:30:00

  • [뉴스In] 복권의 세계…1등 당첨 가짜 비법 난무

    [뉴스In] 복권의 세계…1등 당첨 가짜 비법 난무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테오도루스 스트루익(65) 씨는 지난 3월 17억6천500만달러(약 2조4천억원) 복권에 당첨된 후 고향 마을에서 사라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복권액에 당첨됐다. 미국 파워볼 복권 1등 당첨자가 3개월 가까이 나오지 않아 상금이 누적되면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당첨금이 쌓인 덕분이다. 그는 인구 3천100명 마을의 프레지어 파크 마켓에서 정기적으로 파워볼을 구매했다고 한다. 당첨 이후 불안 증세에 시달린 그는 집에 '무단 침입 금지' 안내문을 내걸고 두문불출했다고 한다.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복권을 사서 일주일을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2023년 1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복권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권이 있어 좋다'는 긍정적인 인식에 74%가 답했다. 복권이 있어서 좋은 이유로는 '기대나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라고 답한 경우가 40.5%로 가장 많았다. 그만큼 복권은 우리 일상 생활에 다가와 있다. ◆벼락 맞기보다는 당첨될 확률이 더 높아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당 벼락 맞을 확률은 약 2천500만분의 1인 데 비해 한국에서 주당 로또 맞을 확률은 약 8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벼락 맞기가 3배 정도 더 어렵다는 얘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간 벼락 맞을 확률은 약 50만분의 1이고 이를 52주로 나누면 주당 벼락 맞을 확률은 2천500만분의 1이다. 한국 복권 로또6/45는 45개 번호 중 6개를 고르는 방식이다. 1등 숫자 조합은 하나이지만 가능한 경우의 수는 814만5천60개다. 1등 당첨 확률은 주당 약 800만분의 1이다. 한국에서 로또는 주당 약 1억매가 판매되고 있고, 매주 11명 내외의 당첨자(건수 기준)가 나온다. 수백만 분의 1 확률은 개인 입장에서 발생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일이지만, 수십억 명이 사는 지구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 될 수 있다. 전체 인구가 한국보다 6배 많은 미국에서는 양대 복권인 파워볼과 메가밀리언 1등에 당첨될 확률이 각각 3억분의 1에 불과하지만 당첨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로또 복권이 판매액의 90% 차지 한국에서 발행되는 복권은 로또6/45, 연금복권720+, 스피또, 기타 전자복권이 있다. 이중 로또6/45가 전체 복권 판매액의 90%를 차지한다. 로또6/45는 복권 판매점이나 동행복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고, 1매당 판매가는 1천원이다. 1등 당첨 확률은 주당 814만5천60분의 1이고, 1억매가 팔릴 경우 예상 당첨금은 19억5천만원이다. 연금복권720+는 총 500만매의 복권이 발행되고(5개조로 이루어져 있으면 조별로 000000~999999까지 100만매), 이중 번호 하나를 뽑는 방식이다. 1매당 판매가는 1천원이고 1주일에 한 번 추첨한다. 1등 당첨 확률은 500만분의 1이며, 당첨금은 월 700만원씩 20년간 지급한다. 스피또는 1매당 판매가에 따라 스피또500, 스피또1000, 스피또2000으로 나누어지며, 구입 후 곧바로 긁어서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복권 종류에 따라 1회차당 800만매, 2천만매, 4천만매를 발행하고, 이중 2~8매를 1등으로 뽑는 방식이다. 1매 가격에 따라 1등 당첨금 규모가 결정된다. 즉석복권은 인터넷에서 구입한 뒤 곧바로 당첨 여부를 확인하거나, 몇 분 주기로 추첨해 1등을 가리는 방식이다.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제공하며 보통 1등 당첨 확률이 수십만분의 1로 비교적 높은 데 비해 당첨금 규모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복권 판매액 해마다 증가 2023년 복권 판매액이 6조7천억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업비를 제외한 순 수익금은 2조7천735억원이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4조2천억원에서 점차 늘어 2021년 6조원을 달성한 이후 꾸준히 판매액을 늘려가고 있다. 발행액도 2023년 7조330억원으로 전년 6조8천898억원보다 약 2% 늘었다. 복권 종류별로는 로또 판매액이 5조6천52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스피또 등 인쇄복권이 6천580억원, 전자복권이 1천25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당첨금은 3조4천837억원으로 전년 3조3천158억원보다 5% 늘었다. 판매액에서 약 절반에 해당하는 당첨금, 판매수수료 등 사업비를 제외한 작년 순 수익금은 2조6천430억원이다. 이 수익금은 정부가 기금으로 조성해 부족한 세수를 메꾸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복권기금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35%는 법정배분사업, 65%는 소외계층 지원 등 공익사업에 활용한다. 로또의 경우 당첨금과 사업비가 각각 판매액의 50%, 7%를 차지하고, 나머지 43%가 기금으로 조성된다. 2021년 기준 당첨금 규모는 판매액 기준으로 1등 24%, 2등과 3등이 각각 4%, 4등 6.8%, 5등 11.2%를 차지했다. ◆1등 당첨 가짜 비법 난무 ▷가짜 비법1 : 그동안 안 나온 번호를 노려라, 많이 나온 번호를 버려라 =통계적으로 모든 번호가 당첨 확률에 근접하게 뽑히는 탓에 그동안 안 나온 숫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이지만 틀린 추론이다. 2002년 12월 17일 시행된 1회부터 2021년 6월 5일까지 시행된 966회까지 1등 당첨 번호 분포를 살펴보면 1회차에서 1~45번 중 하나가 뽑힐 확률은 45분의 6이다. 총 966번 추첨이 이루어졌으므로 각 번호가 뽑히는 기댓값은 128.8회이며 실제 평균 역시 128.8회였다. 966회 추첨할 경우 95% 확률로 각 번호가 뽑히는 횟수는 108.1~149.5회 이내여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45개 번호 중 5%에 해당하는 2~3개 번호는 108.1~149.5회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실제 9번이 101회, 34번이 150회 뽑혀 108.1~149.5회 범위를 벗어났으며, 단 2개 번호가 기댓값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확률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다시 말해 9번이 기댓값보다 매우 적게 뽑힌 것은 통계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가짜 비법2 : 셋 혹은 넷 이상 연속된 번호는 나오지 않는다. =셋 혹은 넷 이상 연속된 번호가 나올 확률은 정해져 있다. 통계상 확률만큼 실제로 로또에서 뽑히고 있다. 로또 45개 번호 중 6개를 뽑아서 나오는 모든 경우의 수는 814만5천60개이다. 6개 번호 중 3개 번호가 연속된 경우의 수는 42만5천497개로, 확률상 5.22%. 966회 추첨이 이루어질 경우 3개 연속 번호가 나오는 기댓값은 50.5회이며, 95% 확률로 37~64번 사이 숫자가 나올 수 있다. 실제 966회 추첨하는 동안 3개 연속 번호가 나온 경우는 50회로 기댓값과 차이가 없다. 6개 번호 중 4개 번호가 연속하는 경우의 수는 3만1천200개로 0.38% 확률이며, 966회 추첨이 이루어지는 동안 기댓값은 3.7회(범위 0~7.5회)이지만 실제로는 5회 뽑혔다. ▷가짜 비법3 : 특정 숫자 중 1개 이상을 넣어라, 특정 숫자를 모두 고르지 마라. =로또 번호를 적는 용지에서 좌상단 4개 숫자, 우상단 4개 숫자, 좌하단 4개 숫자, 우하 4개 숫자, 총 16개 숫자 중 1개 이상 숫자가 나온다는 비법이 이에 해당하다. 16개 숫자 중 1개 이상 숫자가 나올 확률은 94.2%로 매우 높기 때문에 이 비법이 마치 대단한 진리인 양 여겨질 수 있다. 45개 숫자 중 6개를 뽑는 것이므로 16개 숫자 중에서는 평균 2.13개가 뽑힌다. 16개 숫자 중 0개가 나올 확률은 5.8%, 1개가 나올 확률은 23.3%, 2개가 나올 확률은35%, 3개 이상이 나올 확률은 35.8%이다. 비법 전수자들은 특정 번호 군을 찍어주면서 1개 혹은 2개라고 특정하는 대신 1개 이상이라고 모호하게 말함으로써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려 든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숫자나 16개를 고른 다음 이 중 1개 이상이라고 말하면 모두 94% 적중률로 들어맞는 비법이 될 수 있다. ▷가짜 비법4: 명당에서 사라 =1등이 자주 나오는 판매점에서 복권을 사면 1등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는 비법이다. 통계적으로 1등이 자주 나오는 판매점은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판매량이 늘어난 결과다. 1등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지 1등이 나올 확률이 높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966회 로또 추첨이 이루어지는 동안 6천557명의 1등 당첨자가 나왔다. 전국 복권 판매점 수는 약 7천곳으로 평균 1개 매장에서 한 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든 판매점에서 동일한 매수의 로또를 판매할 경우, 확률적으로 특정 판매점에서 0명의 당첨자가 나올 확률은 34%, 1명의 당첨자가 나올 확률은 37%, 2명의 당첨자가 나올 확률은 20%이다. 만약 처음에 운이 좋아 1등 당첨자가 나오고, 이후 명당으로 소문 나 다른 판매점에 비해 10배의 판매액을 올렸다면 약 10명의 당첨자를 기대할 수 있다. 확률적으로 15명 이상의 당첨자도 나올 수 있다. ◆당첨 확률 높이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 로또는 도박을 양지로 끌어내 국가 재정 마련에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중산층, 서민들의 자금을 끌어모아 더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한다. 서민들은 주택을 마련하거나 빚을 갚는 등에 필요한 돈을 기대하면서 로또를 구매하고, 중산층은 소액으로 약간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는 도박적 특성을 즐긴다. 로또 맞을 희망은 1매당 판매가 1천원 중 약 600원을 비용으로 지불하고 얻는 대가다. 1천원 중 430원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국가 사업에 활용된다. 70원은 사업비로 이용되고, 90원은 세금으로 납부된다. 나머지 410원도 다른 사람들에게 갈 확률이 높다. 로또는 당첨 확률을 높이는 특별한 비법이 없다. 당첨금에 눈이 멀어 헛된 비법에 돈과 노력을 쏟아 붓기보다는 재미 차원에서 소소한 금액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2024-04-14 06:30:00

  • [포커스On] 국민의힘 역대급 참패, 보수가 살 길은?

    [포커스On] 국민의힘 역대급 참패, 보수가 살 길은?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참패했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 이슈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간신히 대통령 탄핵과 개헌 저지선(100석)을 지켰다. 나머지 의회 권한을 모두 내줬다. 20대 총선 결과와 큰 차이가 없지만 정치적으로 여권에 던진 타격은 크다. ◆대통령 국정 기조 바뀔 수밖에 없어 위성 정당까지 포함한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 175석, 국민의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등이다. 4년 전 총선에서는 지난 총선 민주당 183석, 미래통합당 103석, 정의당 6석 등이었다. 의석수로만 따지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4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패스트트랙 저지선(180석)이 뚫린 것은 4년 전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회·정치적 의미는 전혀 다르다. 4년 전에는 야당이었다. 책임은 없고 목소리만 높여도 존재감이 있는 게 야당이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재앙까지 덮쳤다. 정권 심판론은 약해졌고, 세계적인 팬데믹 앞에 정부를 중심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정부가 현금을 앞세운 재난 지원금도 여당에게 유리했다. 대패를 했어도 그럴만한 이유를 댈 수 있었다. 지금은 집권 여당이다. 선거에서 정책, 민생 등 이슈를 주도적으로 이끌 다양한 카드가 있는 게 여당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집권 여당이 총선에서 대부분 승리했다. 이번 선거와 같은 큰 격차로 야당에 패한 것은 처음이다. 여소야대로 시작한 윤석열 정부 이후 국회는 여야 간 공방만 벌였다.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고 법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졌다. 22대 국회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통령이 여당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지는 탓에 여당 내 반란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용산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장관 임명조차 야권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국정 기조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될 상황까지 몰렸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공조 회복, 원전 생태계 회복, 건전재정 기조 유지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반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이종섭 전 호주대사 거취 논란 등 작은 실책을 관리하지 못하면서 큰 비판을 받았다. 결국 소통 부재에 따른 일방적 국정 운영에 대한 반발이 선거 대패로까지 이어졌다. ◆딜레마에 빠진 보수 대한민국 보수도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21대 총선에 이어 22대에서도 너무나 크게 패한 까닭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가 정치 지형에서 소수파라는 게 확인됐다. 중도와 손을 잡지 않으면 앞으로도 승리하기 어렵다는 게 드러났다. 특히 수도권에서 중도 끌어안기는 큰 숙제다. 전체 지역구(254석)의 절반(122석)이 수도권에 있어서다. 이번에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19석, 민주당이 102석을 차지했다. 지난 총선 수도권(121석)에서 국민의힘은 17석(윤상현 의원 포함), 민주당 103석을 건졌다. 48석인 서울만 따지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11석, 민주당 37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4년 전에 비해 3석이 늘었지만 기대했던 '한강 벨트'에서 무너졌다. 서울은 역대 선거에서도 보수당이 승리하기 쉽지 않았다. 보수당이 차지한 의석을 보면 2002년 17석, 2004년 16석, 2008년 40석, 2012년 16석, 2016년 12석, 2020년 8석이었다. 2008년은 이명박 대통령 당시 뉴타운 이슈 덕분에 거둔 승리였다. 60석이 걸린 경기도는 4년 전보다 성적이 더 나빠졌다. 국민의힘 6석, 민주당 53석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7석, 민주당 51석, 정의당 1석이었다. 앞으로 수도권에서 유의미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선거 승리는 사실상 어렵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장기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보수가 수도권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진중권 작가는 '보수를 말하다'라는 책에서 보수가 그동안 반공과 시장에 집착한 탓에 정책적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시대정신을 읽는 데도 능숙하지 못해 박정희 대안 서사(산업화) 구축에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 작가의 진단이 절대적으로 옳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소수파라는 게 명확하게 확인된 지점에서 보수의 미래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 보수가 대패한 상황에서 영남 텃밭을 지킨 건 다행이었다. 확실한 텃밭을 가지면 미래를 기약할 수 있어서다. 영남권 전체 의석 65석 중 국민의힘 59석, 민주당 5석, 진보당 1석을 각각 차지했다. 4년 전에는 국민의힘 56석, 민주당 7석이었다. 국민의힘은 3석 늘었고, 민주당은 2석 줄었다. 대구경북(TK)은 국민의힘이 25석을 모두 싹쓸이했다. 40개 의석이 걸려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선 국민의힘 34석, 민주당 5석, 진보당 1석을 각각 얻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32석, 민주당이 7석 승리했었다. 국민의힘은 2석 늘었고, 민주당은 2석 줄었다. 낙동강 벨트 사수에 성공한 셈이다. 흔들렸던 영남이 선거 막판 지지층이 결집한 덕분이다. 대패를 했다가도 대승을 거둘 수 있는 게 선거다. 승패보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패배에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패배가 일상화되는 정치 세력은 퇴출되는 게 더 낫다.

    2024-04-12 06:30:00

  • [뉴스In] 잠 못 드는 대한민국…손흥민도 못 이긴 잠

    [뉴스In] 잠 못 드는 대한민국…손흥민도 못 이긴 잠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불면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손흥민은 최근 아마존 다큐멘터리를 통해 "경기가 늦게 끝나는 날에는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영장과 체육관이 갖춰진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불면증 극복에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인 손흥민조차 불면증으로 힘겨움을 토로할 정도로 수면 장애는 현대인에게 익숙하면서도 힘겨운 질환이다. 영국인 3명 중 1명이 불면증 관련 증상을 겪고 있고, 전 세계 인구의 약 10%는 장애로 간주될 만큼 심각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국민도 예외가 아니다. 수면 시간 부족과 낮은 수면의 질로 힘들어 한다. 최근 KB경영연구소는 '돈 되는 잠, 슬리포노믹스' 보고서를 통해 한국인이 심각한 수면 장애를 겪고 있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최근 수면산업진흥센터를 열고 관련 산업 지원에 나섰다. ◆숙면하지 못하는 한국인 수면 부족과 낮은 수면 질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손실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OECD 2021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1분이다. 일본(7시간 36분)과 더불어 최하위 수준이다. OECD 회원국 평균 8시간 27분에 비해 30분 이상 부족하다. 우리보다 수면 시간이 더 적은 일본의 경우 구마모토현 우토중학교는 오후 1시 20분부터 10분 동안 교사와 학생 모두 의무적으로 잠을 재운다. OECD 회원국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을 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9시간 21분, 중국 9시간 1분, 호주 8시간 53분 등이다. 우리 국민들은 수면의 질도 낮다. 필립스가 2021년 3월 19일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전 세계 13개국 1만3천명을 상대로 진행한 수면 조사에서 세계인의 55%가 수면에 대해 만족했다. 한국인은 41%만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만족하지 못한 이유는 불면증·기면증(항상 꾸벅꾸벅 졸거나 잠이 들어 있는 상태)·수면무호흡증 등 수면 장애, 걱정, 스트레스,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등 생활 습관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수면 장애 환자는 2018년 85만5천명에서 2022년 109만8천명으로 4년간 2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료비는 1천526억원에서 2천851억원으로 무려 86% 늘어났다. 수면 장애 환자 비율은 장년층과 노년층이 높았다. 연령대별 수면 장애 환자 비율은 2022년 기준 60대가 23%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50대 18.9%, 70대 16.8% 순이었다. 수면 장애 환자 10명 중 6명이 50대 이상으로, 장년층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수면의 질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수면의 양과 질 모두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수면 장애를 유발했고,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손실로 확대될 수 있다. 수면 장애는 고혈압·심혈관 질환·당뇨병 등 만성 질환, 비만, 우울증 등을 유발해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보험연구원이 2023년 10월 발표한 '수면 부족의 사회경제적 손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 부족으로 발생하는 연간 경제적 손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85~2.92%로 추정했다.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등장 코로나19 이후 면역력을 키우고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사람이 늘면서 수면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 '슬리포노믹스'도 등장했다. KPR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수면에 관한 245만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상반기 수면에 대한 관심이 전년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에 대한 언급량이 2022년 상반기 137만4천503건, 2022년 하반기 153만8천1건, 2023년 상반기 158만2천188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제품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슬리포노믹스 현상도 나타났다. 수면과 직접 관계된 침대·베개·이불 등 기본 침구 외에도 침실 온도·공기·조명 등 환경 요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숙면 관련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loT)을 활용해 수면 상태를 분석하고,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해 숙면을 돕는 슬랩테크(SleepTech)가 주목받고 있다. 슬립테크는 수면(Sleep) 문제를 기술(Technology)을 활용해 해결하는 첨단 기술을 지칭한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는 2011년 4천800억원에서 2021년 3조원으로 10년간 6배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2026년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실제 서울대병원은 올해 1월부터 불면증 환자에게 약 대신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한다. 5년 전부터 직장 스트레스와 가족 문제로 불면증을 앓은 40대 A씨는 불면증 치료용 모바일 모바일 앱(App) '솜즈' 사용 2개월이 처방됐다. 2년간 수면제에 의존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A씨는 이 앱을 통해 매일 수면 일기를 작성했고, 주간 단위로 자신에게 맞는 수면 시간(누워 있는 시간)도 처방받았다. 올바른 수면 습관을 들이고, 수면 관련 잘못된 생각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불면증을 치료했다. ◆수면 장애를 치료할 슬립테크 슬립테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4년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는 반지, 헤어밴드, 마스크, 안대 등 수면 건강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가 30여종이 출품됐다. 헬스케어 디바이스 전문 기업 텐마인즈(10Minds)는 AI를 탑재한 베개가 코 고는 소리를인식해 자동으로 부풀어 고개를 움직이게 하는 모션필로우&시스템으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비알랩(BRlab)은 수면 전후 생체 데이터와 수면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수면 상태를 제어하는 AI 수면 솔루션 브랜드 '벤자민(Benzamin)'을 공개했다. 벤자민의 대표 기능은 ▷깊은 수면 강화 ▷기상 시점 컨디션 최적화 ▷코골이 기록 등이 있다. 아미라헬스(Amira Health)는 스마트 팔찌와 급속 냉각 매트리스를 활용해 폐경기 여성이 자주 겪는 열감으로 인한 수면 장애 개선을 돕는 안면 홍조 모니터링 프로그램 '테라 슬립(Terra sleep)'을 공개해 관심을 받았다. 드림에그(Dreamegg)는 신생아부터 성인까지 편안한 수면을 돕는 백색소음(새소리, 파도소리, 천둥소리와 같은 자연음) 기계를 공개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슬리포노믹스 시장 선점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애플은 '손목', 삼성은 '손가락'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슬립테크 제품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슬리포노믹스 시장 선점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지난 3월 15일 충남 아산에 국내 최초의 수면산업 전문 지원기관인 수면산업진흥센터가 문을 열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이 운영을 맡고 있다. 슬리포노믹스 제품 인허가·설계·검증 단계의 전기적·기계적 안전성뿐 아니라 포장·보관·운송·부품에 대한 신뢰성 등을 검증한다. ◆다른 분야 기업과 협력도 활발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으로 인한 도파민 중독 등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요인도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그동안 의료기기 기업,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제품 개발이 이루어졌으나 향후 다른 분야 기업 진출과 기업 간 협력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닌텐도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5는 숙면을 돕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 슬립'을 출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금융권에서도 관련 시장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2023년 11월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의 수면 측정 앱 '슬립루틴'의 유료 서비스를 자사 앱 '하나원큐'에 탑재하고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KB손해보험은 업계 최초로 헬스케어 자회사 'KB헬스케어'를 설립하고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접목해 수면 데이터와 같은 개인화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2024-04-07 06:30:00

  • [포커스On] 국민의힘, 범야권 180석 저지할까…선거 막판 변수는?

    [포커스On] 국민의힘, 범야권 180석 저지할까…선거 막판 변수는?

    여야가 4·10 총선 승리를 위해 올인하고 있다. 전국 254곳 지역구를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양 정당이 막판 세몰이에 총력을 쏟고 있다. 현재 각 정당과 여론조사 기관 등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이 우세 지역이 약 90곳, 민주당 우세 지역 110곳 등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50여 곳이 박빙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재까지는 박빙 지역이 '민주당 경합 우세'가 많은 탓에 국민의힘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박빙 지역이 대거 민주당으로 넘어가면 비례대표까지 포함해 범야권이 180석을 넘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비상 상황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읍소를 비롯해 막판 표몰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김준혁 후보 성상납 파장과 양문석 후보 사기성 대출 의혹 등 대형 돌발 변수가 미칠 파장에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읍소 전략으로 반전 계기 마련하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전국 55곳에서 박빙으로 이기거나 지고 있다. 그 중에 수도권이 26곳"이라며 "박빙 지역에서 무너지면 개헌 저지선(100석)까지 뚫릴 수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밝혔다. 직접 위기를 언급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읍소했다. 또 정권심판론에 대해 "여러분께서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면 늘 바꿀 것이다. 지금도 제가 그러고 있다"며 몸을 한껏 낮췄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염치없는 줄 알면서도 고개 숙여 국민께 호소드린다. 딱 한 번만 저희를 믿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선거운동방송 연설에서다. 그는 "저희의 부족함 잘 알고 있다. 실망을 드린 일도 적지 않다"며 "저희부터 달라지겠다.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정치 쇄신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야당 심판론을 앞세우며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한 위원장이 용서, 반성, 부족함 등이라는 표현으로 자세를 낮추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 같은 읍소 전략은 과거 선거에서 막판 지지층 결집에 효과를 낸 적이 있다. 2004년 17대 총선이 대표적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다. 선거판이 요동치면서 당시 한나라당은 탄핵 역풍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속죄하는 의미로 당사를 천막 텐트로 옮겼다. 1당 독재를 막아달라는 의미로 노란색과 파란색이 균형을 이루는 일명 시소 TV광고도 나왔다. 조계사를 찾아 108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터졌다. 여론은 또 한 번 요동쳤고 한나라당은 개헌 저지선(100석)을 넘어 121석을 확보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여권은 읍소 전략으로 패배를 면했다. 선거 두 달 앞두고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새누리당의 패배가 예상됐다. 여당은 당시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와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등은 서울역광장에서 사과의 뜻으로 큰절을 했다. 서울시장은 박원순 후보에게 뺏겼지만 17개의 광역단체장 중 경기, 인천, 부산 등 8곳에서 승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4일 페이스북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화난 국민들에게 마지막까지 읍소해라. 그게 사는 길이다"고 했다. 읍소 전략이 지지층을 결집시켜 불리한 판세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현 여권 입장에선 최소한 '샤이 보수'를 투표장에 나오게 할 수는 있다는 얘기다. ◆샤이 보수, 변수 되나 샤이 보수 결집 여부도 국민의힘으로선 관건이다. 샤이 보수 비율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수백에서 수천 표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에서는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샤이 보수는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지만 보수 지지층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보수 성향이 진보 성향보다 비율이 더 높다. 국책연구원인 한국행정연구원이 3월 공개한 '2023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사회통합실태조사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작년 9∼10월 전국 19세 이상 8천221명을 대상으로 면접 등을 통해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를 보수적 29.9%, 진보적 23.4%, 중도적 46.7%라고 답했다. 전년에 비해 중도적 성향이 2.0%p 감소했고, 보수적은 1.7%p 증가했다. 보수적 성향이 진보적 성향보다 높은 비율이 3년째 유지됐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3월 조사에서 보수 성향 32%였다. 진보 성향 28%로 4%p 차이가 났다. 올 1, 2월 조사에서도 보수가 진보에 5%p가량 앞섰다. 지난해 기준 서울 보수 성향 유권자는 31%로 진보 성향(25%)을 6%가량 앞섰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는 최소 7%p, 최대 12%p까지 보수가 진보를 눌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하지만 최근 진행되는 일부 지역구 여론조사에선 사뭇 다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8~20일 실시한 조사에서 서울 종로 응답자의 26%가 보수, 30%가 진보 성향이었다. 중·성동갑에선 보수 25%, 진보 34%로 진보 성향이 9%p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보수라고 답하는 이는 줄고, 진보라고 답하는 비율은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보수층이 대통령과 여권 상황에 실망한 탓에 여론조사에 응답 자체를 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지난 2일 SBS 유튜브에서 "민주당이 공천에 문제가 있고 민망한 사건이 터졌다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응답에서 빠지고, 보수정당이 그럴 때도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좀 빠진다"고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은 지난 2일 한 유튜브에서 "샤이 보수가 추정이지만 한 5~10% 된다"고 했다. 여야는 전국적으로 박빙 지역이 55곳가량, 그중에 수도권이 25곳 전후로 보고 있다. 박빙 지역은 수백에서 수천 표로 승부가 갈리는 탓에 샤이 보수들의 결집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4년 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샤이 보수에 기대를 걸었지만 투표 결과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성상납 파장, 가늠하기 어려워 민주당 김준혁(경기 수원정) 후보와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가 파문이 선거에 미칠 파장도 변수다. 김 후보의 발언은 장예찬 무소속 후보의 '난교' 발언보다 훨씬 심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두 후보를 감싸고 있다. 김 후보의 '미군 성상납' 발언은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유튜브에서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위안부를 보내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김활란(이화여대 초대 총장)이다. 미군정 시기 이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후보가 근거로 제시한 논문 어디에도 '성접대'를 했다는 서술은 없다. 특히 역사학자의 발언으로 수준 이하다. 언론의 비판에도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해 매도하고 있다. 기록도 있다"며 반발하다가 당이 사과를 권고하자 그제야 유감을 표했다. 이화여대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후보 사퇴 성명을 냈고,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서울 강남 고가 아파트를 사기성 대출로 구입한 양문석 후보도 좌파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법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렵자 사업자로 둔갑시킨 딸 명의로 새마을금고 대출을 받았다. 더욱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문재인 정부 시절 일어난 사건이다. 양 후보 딸은 개인사업자 대출로 11억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6억원가량을 대부업체에 이체해 상환했고, 나머지 5억1천만원은 모친 계좌에 입금했다. 현재 현장 검사를 진행한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금감원은 4일 "(양 후보 딸 명의로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의 용도 외 유용, 허위증빙 제출, 부실 여신심사 등 위법·부당 거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딸이 2021년 7월 새마을금고에 제출한 제품거래명세표도 대부분 허위인 것으로 판명 났다. 위법 부당한 거래가 확인된 이상 민주당도 두 후보를 사퇴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 후보가 사퇴하면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고, 사퇴하지 않으면 선거 막판 이슈로 몰고 가면서 지지층을 묶고 중도층을 끌어들 수 있어서다.

    2024-04-05 06:30:00

  • [뉴스In] 파장 일으킨 한은 '외국인 돌봄' 보고서…노동계

    [뉴스In] 파장 일으킨 한은 '외국인 돌봄' 보고서…노동계 "한은 규탄"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동계는 고용노동부 장관 사퇴를 주장하고 있고, 양대노총이 역대 처음으로 보고서 때문에 한국은행 앞에서 시위까지 벌였다. 한국은행은 지난 5일 '돌봄 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육아와 간병 등 돌봄 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최저임금과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동시에 겨냥하면서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보고서 내용에 찬성하는 듯한 기류를 보인 이정식 노동부 장관에 대해 양대노총은 지난 28일 성명서를 통해 사퇴를 요구했다. 이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한은 보고서 등을 언급하며 "한은 공식 입장이 아닌 한 연구자의 발언이고 한은 총재도 그렇게 얘기했다"면서도 "한은의 연구와 총재의 발언 취지 등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목소리라는 건 존중해줘야 한다"고 했다. 또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와 관련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수용성 높은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양대노총은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돌봄 노동자의 인건비를 삭감하고, 최저임금을 차등적용 하자는 보고서를 옹호하는 장관은 임금을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시장 논리 신봉자이며 자본의 앞잡이를 자처하는 것"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지난 12일 양대노총과 시민사회단체는 보고서를 펴낸 한국은행 앞에서 규탄시위를 했다. ◆한국은행 보고서, 무슨 내용? 한국은행 보고서는 저출생·고령화로 돌봄노동자 공급 부족 및 비용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상식적인 진단에서 출발했다. 그 해결책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공급하고, 돌봄노동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책정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게 논쟁의 출발점이었다. 현재 돌봄서비스직 구직자수 대비 구인 수는 1.23배로 나타난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은 그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돌봄 인력을 고용하고자 할 때 한 달 이내에 찾을 수 있는 확률은 코로나19 이전 80%에서 최근 50%까지 하락했다. 노동공급 부족 규모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2년 19만명에서 2032년 38만~71만명, 2042년 61만~15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2042년에는 공급이 수요의 30% 수준에 그친다. 돌봄 인력의 미스매치가 심화하면서 비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간병비는 월 370만원 수준으로 2016년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 가구 중위소득(224만원)의 1.7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고령가구가 간병비를 부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가사 및 육아도우미의 급여는 같은 기간 37% 증가해 지난해 월평균 264만원(하루 10시간 이상 전일제 기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30대 가구 중위소득(509만원)의 50%를 상회한다. 간병비와 육아도우미료가 크게 오른 것과 달리 이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은 28%에 그쳤다. 이 같은 돌봄 비용 탓에 ▷양질의 시설요양을 받을 기회가 축소되고 비용 부담 때문에 억지로 요양원을 택할 수밖에 없고 ▷여성 경제 활동이 제약을 받으며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간병이 더 필요한 경우가 많아 저소득 계층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 간병을 택하는 인구도 2022년 89만명, 2042년 212만~355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생산인구 감소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같은 기간 11조원에서 2042년 최대 77조원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에 3.6%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고서가 낸 대안이 '외국인 노동자 도입'이다. 외국인 돌봄인력을 도입하되 현재 최저임금 체계를 적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비용이 과다해 저소득층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개인 간 직접고용 형태나 업종별 차등 방식을 둬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돌봄서비스가 타 산업 대비 생산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중장기적으로 가격 왜곡을 줄이고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반발하는 노동계 노동계와 노동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국은행 보고서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한국노총, 민주노총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공급 부족을 외국인력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실제로 돌봄 현장에서는 사람 구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이게 절대적인 수가 부족한 것인지 수급 불균형 문제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H2와 F4 비자(재외동포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들은 지금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고 아이돌보미 등 돌봄 직종에서 일할 수 있는데 전체 1%도 안 되는 인원이 들어와 있다"며 "이주노동자들도 돌봄 노동이 돈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도 안 들어오고 있는 상황인데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서 더 낮은 임금을 준다는 건 다분히 순진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 보고서에서 담고 있는 논의가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돌봄 서비스 인력이 정말 부족한가, 인력이 부족하면 왜 부족하고 왜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는가', 이런 것들은 지금 생략돼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앞에서 '이주노동자 차별과 돌봄 서비스 시장화 부추기는 한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책기관인 한은이 근로기준법·외국인고용법 등 국내법과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 등 국제기준을 위반하는 반인권·시대착오적 연구를 추진한 것은 큰 문제"라며 "(보고서가 제시한 방안은) 노동시장과 돌봄 서비스 모두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에는 양대노총, 이주노조, 한국여성민우회 등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한은 보고서는 심각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는 돌봄 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하고 돌봄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며, 이주노동자의 노동을 최저임금보다 낮게 책정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반인권적"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돌봄 가치 재조명, 관련 산업 성장, 양질의 서비스 제공, 종사자 처우 개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하이로드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돌봄에 대한 공적 투자와 처우 개선이 있어야 인력 공급도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다.

    2024-03-31 06:30:00

  • [포커스On] 범야권 200석론, 보수 경각심 가져야

    [포커스On] 범야권 200석론, 보수 경각심 가져야

    '범야권 200석 현실화'가 총선 이슈로 급부상했다. 4·10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최대 200석을 획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범야권 인사들이 공·사석에서 200석 가능성을 언급했고, 보수 일간지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범야권이 200석을 얻게 되면 국민의힘은 100석도 안 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으로 떨어지고 여권은 모든 의회 권력을 잃는다. 범야권은 김건희 특별법 등 각종 특별법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하다. 여권은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총선 전 여소야대 상황과는 전혀 다른 국면이 전개되는 셈이다. ◆200석 근거는?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 17석을 얻었다. 비례정당 열린민주당 3석, 정의당 6석, 야권 성향 무소속 1석을 포함해 범야권이 190석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에 범야권 200석 가능 근거는 조국혁신당의 존재다. 조국혁신당이 10~15석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더불어민주연합이 10석 안팎을 얻으면 두 정당이 20석을 가뿐하게 넘는다. 4년 전 총 20석(더불어시민당 17석+열린민주당 3석)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적표다. 민주당이 지역구에서도 4년 전에 비해 선전하는 시나리오도 전개된다. 2020년 선거에서 지역구 163석을 얻었다. 수도권 121석 중 103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미래통합당)은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 대승과 국민의힘 대패는 수도권에서 갈렸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이 공식 선거운동을 코 앞에 두고 이종섭 논란, 황상무 설화 등을 겪으면서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국민의힘이 공을 들였던 서울 '한강 벨트'와 부산·경남의 '낙동강 벨트'마저 흔들리면서 자칫 지난 총선보다 더 위험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를 감안해 계산하면 범야권이 200석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박지원 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 후보는 지난 21일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약진해서 200석을 만든다고 하면 김건희 특검, 이태원 특검, 채 상병 특검도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민주당이 200석 하려고 한다, 오만하다 하는데 그게 아니다"며 "민주당이 제1과반을 차지하고 그 위에 진보민주개혁 세력들이 합쳐서 200석이 된다고 하면 진정한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의 윤 정부 비판 발언도 점점 격해지고 있다. 해석에 따라서는 '탄핵'을 연상시키는 발언도 수차례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경남 창원에서 "4월 10일 심판의 날에 '국민을 무시하는 권력은 오래갈 수 없다'는 3·15 의거의 정신을 다시 한번 주권자의 손으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3·15 의거를 언급하면서 대통령 탄핵을 암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해고', '중도해지'와 같은 표현을 쓰면서 윤 대통령 탄핵을 시사해 왔다. 조국 대표와 선명성 경쟁을 펼치면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강도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제1야당 대표가 선명성 경쟁을 의식해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진영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200석을 언급하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대단히 교만해 보일 수 있다. 고삐가 풀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200석 현실성?, "글쎄요" '여소야대' 국면이 유지되겠지만 범야권 200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후보들이 국민의힘 후보들은 앞서나가는 형국이다. 심지어 국민의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서울 강남, 경기 분당, 부산 해운대 등지에서도 야권 후보의 선전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영남권과 강원권을 비롯해 탄탄한 텃밭을 보유한 여권을 상대로 범야권이 200석을 넘기기는 쉽지 않다는 게 현실적인 계산이다. 현재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은 두 가지 정도로 나뉜다. 첫째 민주당 158~165석, 국민의힘 120~130석, 조국혁신당 10석 안팎 정도로 예상한다. 민주당이 상승세를 타면서 국민의힘을 압도하면서 범야권이 180석 안팎을 얻는 경우다. 4년 전 총선과 비슷한 결과다. 둘째, 바닥을 친 국민의힘이 원기를 다소 회복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민주당 137~145석, 국민의힘 125~135석, 조국혁신당 10~15석정도로 예상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경우다. 총선 결과가 첫째 수준으로 나온다면 국민의힘이 큰 후유증에 직면한다. 4년 전과 달리 여당으로서 정책적 수단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을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 당선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더 이상 정치적 이해 관계가 없는 탓에 이슈에 따라 맞서는 국면도 불거진다.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이유다. 남은 선거 운동 기간 여당의 장점을 살려 정책과 민생 선거로 전환해 보수층 결집과 중도층 공략에 올인해야 할 상황이다. ◆투표율이 의석에 가장 큰 영향 이번 총선에서는 투표율이 의석 수를 좌우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청장년층이 지지하는 야권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고, 투표율이 낮으면 여권에게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야권이 압승한 2020년 총선에서 투표율은 66.2%였다. 코로나19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전례 없이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앞서 2016년 20대 총선 투표율은 58%였다.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었다. 2012년 19대 총선 투표율은 54.2%였다.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 5석, 무소속 3석이었다. 2008년 18대 총선 투표율은 46.1% 였다. 한나라당 153석, 통합민주당 81석,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 3석, 무소속 25석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친이-친박 갈등이 폭발하면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이 등장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한나라당 내 갈등을 떠나 보수층 입장에서는 의석 수에서 압승을 한 선거였다. 2004년 17대 총선 투표율은 60.6%였다. 열린우리당 152석, 한나라당 121석, 민주노동당 10석, 새천년민주당 9석, 자유민주연합 4석, 국민통합 21 1석, 무소속 2석 등이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했고, 박근혜 비대위가 읍소 작전을 편 결과 한나라당이 기사회생했다. 지난 5차례 선거 결과를 보면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정당이 유리했고,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계 정당들이 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4·10 총선 투표율이 지난 총선과 비슷한 65%를 넘어서면 민주당이 유리하고 50%대 수준이면 국민의힘이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된다. 다만 20~30 젊은 남성들이 투표장을 많이 찾으면 국민의힘에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에 민감한 세대인 탓에 조국혁신당에 반감이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2024-03-29 06:30:00

  • [부음]조정 변호사 모친상

    ▶이재원 씨 28일 별세. 조정(변호사)·승현 모친상. 박남열·김정운 씨 시모상. 빈소=경북대병원 장례식장(삼덕동 본원) 특101호. 발인=30일(토) 오전 9시. 장지=영천시 대창면 대재리 선영하.

    2024-03-28 14:00:51

  • [뉴스In] 보수 vs 진보 갈등 가장 심각…'성장'이 '분배'보다 중요

    [뉴스In] 보수 vs 진보 갈등 가장 심각…'성장'이 '분배'보다 중요

    국책연구원인 한국행정연구원이 '2023년 사회통합실태조사'를 지난 19일 공개했다. 사회통합실태조사는 우리 사회의 통합 수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태도를 살펴보기 위해 한국행정연구원이 매년 실시하는 조사다. 2013년부터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작년 9∼10월 전국 19세 이상 8천221명을 대상으로 면접 등을 통해 조사했다. 사회통합실태조사는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통합 수준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 및 태도 등 변화 추이 파악 ▷국제사회 가치관 조사 결과와 비교해 정책적 시사점 제공 ▷국민들이 체감하는 사회통합에 대한 인식을 사회 영역별로 파악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 대통합에 기여할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 자료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조사 결과 향후 10년간 가장 먼저 이뤄야 할 국가 목표로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꼽았고, '분배'보다는 '성장'을 훨씬 중요시했다. 국민들이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보수 대 진보 간 이념 갈등이 더 심각해진다고 파악했다. 빈부 격차 등 여타 갈등은 줄어드는 데 비해 이념 갈등이 더 심화됨에 따라 사회적 각성도 필요했다. 다만 스스로 중도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절반 가까이 차지해 이념 갈등의 극단화를 피할 수 있는 여지도 확인했다. ◆이념 성향은 '중도적'이 다수 우리 국민의 이념 성향은 '중도적'이 다수를 차지했다. 중도적 46.7%, 보수적 29.9%, 진보적 23.4% 순이었다. 이는 전년에 비해 중도적 성향이 2.0%p 감소했고, 보수적은 1.7%p 증가했다. 보수적 성향이 진보적 성향보다 높은 비율이 3년째 유지됐다. 이념 성향이 성별, 연령별, 가구소득별로 차이가 나타났다. 여성(50.1%)이 남성(43.3%)에 비해 중도적이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다. 연령이 높을수록,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보수적이라고 응답했다. '가난하면 진보, 부자면 보수'라는 통상적인 생각과는 다른 결과다. 사회단체 참여는 대체로 사적 참여에 치중됐다. 동창회·향우회나 동호회, 종교단체 등 사적 참여 단체는 다른 사회활동에 비해 활동 비율이 높았다. 동창회·향우회 참여 정도는 42.0%로 가장 활발히 참여하는 사회단체였다. 동호회와 종교단체는 각각 23.5%, 16.8%로 다른 사회단체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정당이나 시민단체, 사회적 경제조직 등 공적 단체 참여는 미미했다. 정당 2.1%, 시민단체 3.2%, 사회적 경제조직 3.4%로 참여율이 낮았다. 연령별로도 달랐다. 동창회·향우회 참여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50대였고, 동호회는 19~29세가 가장 활발히 참여했다. 종교단체와 지역사회 모임은 고연령이 많이 참여했다. 우리 국민의 정치참여 활동 수준은 큰 변화가 없었다.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주변인과 대화'가 65.8%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서명운동 참여 10.8%, 블로그 등 온라인 의견 개진 10.2%, 불매운동 참여 9.8% 등으로 조사됐다.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 정치 현안에 대한 지식은 전년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자신과 타인의 정치 현안에 대한 지식의 충분성 정도가 5점 만점에 평균 각각 3.0점과 3.2점으로 2022년(각 3.1점, 3.3점)에 비해 하락했다. 우리 국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4점 만점에 평균 2.4점 수준이었다. ◆국가가 이뤄야 할 목표는 '고도성장' 국가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성장'이라는 답변이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21년에는 '분배' 37.4%, '모두 중요하다' 35.9%, '성장' 26.7%였다. 하지만 2022년 '모두 중요하다'가 46.9%로 치솟고, 성장이 30.2%, 분배가 23%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2023년에는 '모두 중요하다'가 41.6%, 성장이 39.7%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고, 분배는 18.7%로 차이가 컸다. 향후 10년간 가장 먼저 이뤄야 할 국가 목표로는 '고도의 경제성장'이 꼽혔다. 경제성장은 지난 11년간 가장 중요한 국가 목표였다. 2023년에는 39.5%를 기록했다. 이어 국방강화 29.5%, 환경 보호 16.4%, 직장·공동체 참여 및 권한 증대 14.5% 순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은 4점 만점에 3.1점으로, 2013년 조사가 시작된 후 최근 4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정치·경제 상황 만족도는 각각 4.4점, 4.6점으로 약간 낮은 수준으로 2022년보다 각 0.1점씩 하락했다. 정치 상황 만족도는 19~29세(4.6점)에서 다른 연령에 비해 비교적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소득 높을수록 행복감 높아 우리 국민의 주관적 행복감은 10점 만점에서 평균 6.7점으로 조사됐다. 3년(2021∼2023년)째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가운 것은 부정적 정서(걱정, 우울)가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10점 만점에 걱정 3.4점, 우울 2.8점으로 2022년 각각 3.6점, 3.0점에서 하락했다. 행복감은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월 가구 소득이 100만원 미만일 경우 행복감은 6.1점이었으나, 500만∼600만원은 6.9점, 600만원 이상은 6.8점으로 차이가 났다. 이런 경향은 2021년, 2022년에도 비슷했다. 다만 2023년은 최저점과 최고점의 차이가 0.8점으로, 2022년 0.6점 대비 소폭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19∼29세, 30대, 40대는 6.8점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60세 이상은 6.5점으로 약간 떨어졌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식 또한 가구 소득의 영향을 받았다. 월 가구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식 점수는 4.8점이었으나, 600만원 이상일 경우 5.7점으로 1점 가까이 높았다. 남성(5.6점)보다 여성(5.5점)의 사회적 지위 인식 수준이 약간 낮은 현상이 3년째 유지됐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40·50대의 사회적 지위 인식 수준은 5.7점으로 높은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5.3점으로 하락했다. ◆보수와 진보 간 갈등 가장 심각 우리 국민은 사회 갈등 중 보수와 진보 간 이념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보수와 진보 간 갈등에 대한 인식은 4점 만점에 3.3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른 사회 갈등 유형과 달리 전년(3.2점)에 비해 증가했다. 이어 빈곤층과 중·상층 갈등 2.9점, 근로자와 고용주 갈등 2.8점, 개발과 환경보존 간 갈등 2.7점 순이었다.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을 제외하면 해마다 감소했다. 사회 갈등의 원인으로 개인·집단 간 상호이해 부족과 빈부 격차가 각각 24.7%, 2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해 교육계와 기업이 5점 만점에 각각 3.1점과 3.0점으로 노력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회의 사회 갈등을 위한 노력은 2.5점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사회 갈등 해소 주체로 정부 32.2%, 국회 20.6%, 언론 16.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은 정부와 국회, 언론이 사회 통합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수자를 배제하는 인식이 여전히 높았다. 특히 성적 소수자에 대해 응답자 절반 이상인 52.3%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72.1%를 기록한 전과자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북한이탈주민과 외국인 이민자·노동자는 각 16.5%, 7.2%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응답해 작년 대비 5.7%p, 2.8%p 감소하는 등 최근 3년간 하락했다. 결손 가정의 자녀(2.5%), 장애인(3.2%) 등에 대한 배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우리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기관은 의료기관(4점 만점 중 2.9점)이었으며, 청렴도 조사에서도 의료기관이 2.8점으로 가장 높았다. 국회에 대한 신뢰 및 청렴도 조사 점수가 각 2.0점, 1.9점으로 가장 낮았다.

    2024-03-24 06:30:00

  • [포커스On] 피고인, 종북 세력에 악용되는 비례대표제 폐지하자

    [포커스On] 피고인, 종북 세력에 악용되는 비례대표제 폐지하자

    여야에서 비례대표 후보와 순번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이 기가 찰 지경이다. 여야와 위성정당, 제3지대 정당들은 최근 비례대표 후보와 순번을 일제히 발표했다. 하지만 너 나할 것 없이 모든 정당이 후보 자질과 순번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일부는 사퇴하는 등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자질 논란에 휩싸인 비례대표 후보 조국혁신당은 도를 한참 넘었다. 법치주의를 농락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이 선고됐지만 비례대표 2번을 받았다. 1번 박은정 검사는 '윤석열 찍어 내기' 감찰 혐의를 받고 있다. 4번 신장식 대변인은 네 차례의 음주·무면허 전력이 있다. 8번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10번에 배치된 차규근 전 출입국관리본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관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국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이들 모두 당선권이다. 조국 대표와 황운하 원내대표 등은 국회의원에 당선되더라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일부 논란의 인사들은 교체했지만 친북 성향 인사들이 당선권에 배치됐다. 진보당이 추천한 5번 정혜경 후보는 주한미군사격장 폐쇄운동을 펼쳤다. 15번 손솔 후보는 민중당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들은 과거 반미·친북 성향 단체에서 일하며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 중에도 국가보안법 폐지나 미군기지 반환을 외친 이들이 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도 논란이 있다. 17번에 내정됐던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은 골프접대 의혹으로 4급 서기관에서 5급 사무관으로 강등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공천이 취소됐다. 취약 지역인 호남 출신 후보 일부는 당선이 힘든 후순위로 몰리자 사퇴했고, 다른 호남 출신을 급하게 명단에 올렸다. 개혁신당도 비례대표로 내홍을 겪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인 양향자 의원은 과학기술인재가 당선권에 없다며 반발하며 탈당 기자회견까지 예고했지만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이준석 대표 측근도 반발하고 있다. 의원 꿔주기 행태도 나타난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보낼 비례대표 의원 6명을 제명하기로 했다. 추가 제명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민의힘도 국민의미래에 파견할 소속 의원 8명을 제명하기로 했다. '위성정당 의원 꿔주기'는 의석수 순으로 결정되는 총선 기호 때문이다. 현역 의원이 많아야 앞번호를 차지할 수 있어서다. 4년 전 총선에서 벌어졌던 '꼼수'가 이번에도 되풀이된다. ◆차라리 비례대표제 없애는 게 나아 비례대표는 지역구에서 국회에 진출하기 어려운 여러 직능 대표나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분야를 대변할 의원들을 선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위성정당이 허용되고 진영 논리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논란이 되거나 극단적 정치 성향을 지닌 인물의 국회 진입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국가관을 뒤흔들 목적으로 공천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이 때문에 22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들에 대한 논란이 역대급이다. 국민들도 비례대표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지난해 4월 한국행정연구원이 공개한 '한국 정치 양극화와 제도적 대안에 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석 확대 방안'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82.2%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31.1%는 '현행 비례대표 의석(300석 중 47석·의석 비율 15.7%) 유지'를 선호했다. '비례대표제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27.1%나 나왔다. 현재보다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은 24.0%를 차지했다. 폐지 또는 축소가 유지보다 높게 나왔다.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부정적인 이유는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62.8%)은 '비례대표 후보 공천이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비례대표제 취지인 지역에 국한하지 않은 직능과 세대를 대표하는 후보를 내세우기보다 공천권자의 입김에 따라 순번이 정해지는 '밀실 공천', '줄 세우기 공천'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국민들은 판단한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지난해 "비례대표제가 자기 진영 이익을 위해 앞장서 줄 전사를 뽑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비례대표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총선 후 여야가 현행 비례대표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기회에 비례대표를 폐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다수 나오고 있다. 학계를 중심으로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위원인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동욱 차의과학대 부총장은 지난해 4월 국회 전원위원회 개최에 즈음에 비례대표제 폐지를 포함한 선거제 개편을 제안했다. 이들은 현재의 비례대표제도는 상징성만 강조되면서 여야 정쟁의 최첨단을 장식하고 정치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동결하고 ▷현행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되 ▷지역대표 48명에 인구대표 252명을 뽑는 방식을 제안했다. 지역대표가 현행 비례대표제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인구와 무관하게 광역자치단체별로 3석(제주와 세종은 각각 2석, 1석으로 예외)의 지역대표를 선출하고,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선거구는 최소 1석 이상의 여성을 선출한다. 이를 통해 비례대표제 폐지 반대론의 이유 중 하나인 '여성 국회의원 등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면서 3선 이상의 인지도가 높은 후보는 지역대표로 출마할 가능성이 커지는 탓에 지역대표가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하게 된다. '인구대표'는 현행 지역구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단순 소선거구제로 252석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표의 등가성을 높이기 위해 1인 1표 원칙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하고 정치 신인의 등용문 역할을 할 수 있다. 굳이 따지면 '하원' 역할을 하게 된다. 비례대표제가 정치 경험이 없는 전문가를 발탁하고, 배려가 필요한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취지를 살릴 수 없다면 아예 없애는 게 낫다. 더욱이 친북세력의 제도권 진출과 실정법 위반자들의 도피처로 활용되는 현실은 두고 볼 수 없다.

    2024-03-22 06:30:00

  • [뉴스In] 국회 국민연금 개혁안 '연금 고갈 조금 늦추는 땜질 처방에 불과'

    [뉴스In] 국회 국민연금 개혁안 '연금 고갈 조금 늦추는 땜질 처방에 불과'

    국민연금 개혁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 가지로 압축한 게 계기가 됐다. '1안'은 소득대체율을 40%(2028년 기준)에서 50%로, 보험료를 9%에서 13%로 인상하는 안이다. '2안'은 소득대체율(40%)을 그대로 유지하고 보험료를 12%로 올린다. 1안은 소득 안정 효과, 2안은 재정 안정 효과에 역점을 뒀다. 하지만 1, 2안에 대해 재정 고갈 우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안한 국민연금 분리안을 논의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KDI 분리안은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 '신(新)연금'과 '구(舊)연금'으로 분리해서 운용하자는 것이다. ◆개혁안, 연금 고갈 시기를 각각 7, 8년 늦출 뿐 국민연금은 1988년에 도입됐다. 도입 초기 노후 소득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70%로 설정했고, 보험료는 소득의 3.0%만 부과했다. 초반에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파격적 혜택을 제시한 것이다. 이후 두 차례 연금 개혁이 이뤄졌고,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오른 후 26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그럼에도 재정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현재 제도가 유지되는 경우를 전제로 계산하면 적립기금은 2023년 1천15조원(GDP의 44.75)에서 2039년 1천972조원에 도달한 이후 점차 감소하다 2055년에 고갈된다. 공론화위 압축안 모두 보험료율 인상안을 담고 있다. 기금 고갈 시점도 조금 늦춘다. 1안(소득대체율 40%→50%, 보험료 9%→13%)을 택할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이 2062년으로 7년 미뤄진다. 2안(소득대체율 40% 유지, 보험료 9%→12%)을 택할 경우 2063년으로 8년 미뤄지게 된다. 두 안 중 어떤 안이 채택되더라도 1998년 이후 27년 만(내년부터 적용될 경우)에 보험료율이 높아지게 된다.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두고 보험료율을 인상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재정 안정론'과, 소득대체율을 올려 보장성을 올려야 한다는 '보장성 강화론'이 맞서고 있다. 1안에는 보장성 강화론의 주장이 적극 반영됐다. 2안은 보험료율 인상 폭이 1안보다 작은 대신 보장 수준은 현행 그대로 두는 것이 특징이다. 두 가지 안 중 1안이 채택되면 그동안 낮아지기만 하던 명목 소득대체율이 다시 높아진다는 의미가 있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1998년 1차 개혁 당시 70%에서 60%로 낮아졌고, 2007년 2차 개혁에서 다시 2028년까지 40%로 낮추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두 가지 안을 두고 기금 고갈에 대한 위기 의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1안은 연금 재정수지가 장기적으로 오히려 나빠진다. 2안 역시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 사이에 "기존에 논의되던 방안에 비해 연금개혁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공론화위의 개혁안에 부정적이다. 특히 연금 재정이 더 나빠지는 1안에 대해 더 부정적인 기류다. 정부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해 왔다. 정부 입장에 여당도 동조할 가능성이 높아 여야 합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보험료 납부 연령 상향 국민연금을 64세까지 납부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압축안은 현재 만 59세까지 납부하는 보험료를 64세까지 납부하고 65세부터 받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60세 정년을 마친 직장인도 퇴직 후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64세까지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60세 정년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직하는 직장인도 부지기수다. 노동계는 법적 정년연장과 의무가입연령, 수급연령을 모두 65세 수준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법정 정년인 60세를 65세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주요 근거가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의 일치였다. 따라서 국민연금 납부 연령 상향을 계기로 정년연장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해 8월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법정정년을 65세로 통일하자며 국회에 국민동원 청원을 냈다. 현재 국민연금을 수령하게 되는 나이는 63세이지만 2033년이 되면 65세로 연장된다. 하지만 고령자고용법이 정하는 정년은 60세다. 지금도 법정정년과 수급개시연령 사이에 3년이 차이 난다. 9년 뒤에는 간극이 5년까지 벌어질 수 있다. 한국노총은 "초고령사회 진입과 인구감소시대에 법정 정년연장은 시대적 당면 과제"라며 "특히 60세 정년 이후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까지 소득 공백으로 인한 노후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 2033년까지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늘려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년연장은 경영계와 정부 여당 등에서 상당한 부담을 갖는 탓에 연금 개혁안과 완전하게 연동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KDI, 국민연금 분리안 새롭게 관심 공론화위의 압축안이 재정 고갈에 크게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KDI가 지난 2월 제안한 국민연금 투 트랙안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KDI는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 '신(新)연금'과 '구(舊)연금'으로 분리해서 운용하자고 제안했다. 신연금은 '기대수익비 1'이 보장되는 완전적립식 연금이다. 매우 낮은 합계출산율에도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이다. 신연금 이전에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서는 구연금 계정으로 분리한다. 개혁 이전의 기대수익비 1 이상의 급여 산식에 따라 연금을 지급한다. 연금 급여 총액을 충당하지 못해 미적립충당금(재정부족분)은 일반재정이 보장한다. 당장 개혁할 경우 구연금 재정부족분의 현재가치는 올해 기준 609조원(GDP의 26.9%)으로 추정됐다. 신연금이 도입되면 연금 재정이 항구적으로 안정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신연금 보험료율은 15.5% 내외까지만 인상해도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수 있다. 단만 신연금의 급여 산정 방식이 변해야 한다. 현행 확정급여형(DB형)에서 연금 수급 개시 시점에 수급액이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바꿔야 한다. ◆연금 개혁 어떻게 진행되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 산하 공론화위는 지난 1월 31일 출범했다. 국회 특위는 임기 종료(5월 29일) 전에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공론화 절차는 2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1단계에서는 연금개혁에 대한 주요 이해관계자인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청년을 대표하는 50명으로 '의제숙의단'을 구성했다. 의제숙의단이 토론에 부치는 의제를 구체화한다. 이번에 제안한 두 개 안이 바로 그것이다. 2단계에선 인구비례로 선발된 시민 500명으로 '시민대표단'을 구성한다. 이들이 1단계에서 구체화된 의제를 학습·토의한 이후 설문조사에 참여해 최종 보고서를 특위에 제출한다. 공론화위가 논의할 의제는 모수개혁뿐 아니라 구조개혁 방안까지 포함된다. 모수개혁은 소득대체율·보험료율, 수급연령 등의 숫자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여러 종류의 연금 간 관계를 조정해 노후소득 보장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보다 큰 틀의 개혁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깊이 있는 숙의와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여야는 이번 국회 내에 연금개혁안을 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공론화위가 4·10 총선 직후 최종 보고서를 특위에 제출하면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5월 29일 전까지 여야 합의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주호영 연금특위원장은 "총선이 끝나면 바로 공론화 결과를 제출하도록 해 특위에서 결론을 낼 것"이라며 "국회 임기가 끝나면 절차를 처음부터 새로 밟아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21대 국회 안에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2024-03-17 06:30:00

  • 국민의힘 실버위원회 임명장 수여

    국민의힘 실버위원회 임명장 수여

    국민의힘 실버세대위원회(위원장 이춘식)는 지난 15일 대구 북구 삼성창조캠퍼스에서 전국 부위원장 및 대구시 부회장 임명장 수여식을 개최했다. 실버세대위는 이날 전국 부위원장 6명과 대구시 부회장 20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적극 지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실버세대위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선거구별로 경로당, 복지관 등을 다니며 후보 지원 활동을 벌인다. 원성수 실버세대위 대구위원장은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발전 업적을 젊은 세대에게 교육하고 홍보하는 게 가장 큰 임무"라며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만 전직 대통령의 철학을 대한민국이 이어받을 수 있다"고 했다.

    2024-03-16 14: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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