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틴 깜짝 '개헌제안'…"덩샤오핑·리콴유 방식 권력연장"

"퇴임 후에도 1인자 유지할 것" 한목소리 전망…야권 "푸틴, 권력 포기 안 해"
CNN "또다시 총리 맡을수도"…NYT "불확실성 키워 레임덕 차단 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권력 구조에 대한 부분 개헌을 제안, 그 의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2024년 퇴임 이후에도 일인자 지위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연례 대(對)의회 국정연설에서 '동일 인물의 대통령직 3연임 금지'와 의회 권한 강화를 위해 하원이 총리·부총리·장관 등의 임명을 인준하고, 인준한 후보를 대통령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등 7가지 개헌 항목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내용도 핵심적인 부분으로 들어가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 뒤 자신을 포함한 내각 총사퇴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내각 사퇴를 수용하며 연방국세청장 미하일 미슈스틴(53)을 후임 총리로 지명하고 하원에 동의를 요청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푸틴은 물러나는 메드베데프 총리에겐 신설될 국가안보회의 (우리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격) 부의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외신과 러시아 야권은 또다시 3연임 제한을 앞둔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도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현행 러시아 헌법의 대통령 중임 제한 조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3회 연임할 수 없으며 2000년 5월 처음 대통령에 취임한 푸틴은 이 조항에 따라 2008년 물러나 4년간 총리직을 수행하다가 2012년 대통령직에 복귀했으며 2024년에 임기를 마친다.

푸틴 대통령의 구상은 후임 대통령의 권한은 약화하고 다른 직위나 비공식적 지위로 장악력을 유지하는 방안인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에 했던 대로 다시 총리직을 맡거나 국가위원회 권한 강화 계획에 비춰, 하원의원과 전국 주지사로 구성된 국가위원회 수장을 맡아 국정을 통제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나 덩샤오핑(鄧小平) 중국 최고지도자, 싱가포르 지도자 리콴유 모델을 꼽았다. 덩샤오핑은 1997년 사망 직전까지 공식 직함 없이 중국의 일인자 자리를 지켰다. 나자르바예프는 29년간 장기 집권 후 새롭게 '인민의 지도자' 직함으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리콴유는 권력을 서서히 줄여나갔고, 말년까지 국가의 '후견인'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장기 집권 비판과 레임덕 위험 등을 의식한 푸틴 대통령은 자세한 계획은 드러내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전략을 택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야권은 푸틴 대통령의 개헌안에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취약한 러시아 야권에서 그나마 푸틴의 '대항마'로 꼽히는 알렉세이 나발니는 "푸틴 정권의 단 하나 목표는 (중략) 유일한 종신 지도자가 국가 전체를 소유하고 자신과 측근들이 국부를 나눠 갖는 것뿐"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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