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 당 간부 출신 새터민의 씁쓸한 '생과의 이별'

가족이 문제를 일으켜 2008년 탈북…최근까지 몸이 아파 힘들어해

북한에서 넘어와 혼자 살던 60대 새터민이 설 명절을 앞두고 쓸쓸한 죽음을 맞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북한에서 노동당 간부까지 지냈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외로움에 둘러싸여 있었다. 몸도 마음도 아팠던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대구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새터민 A(62) 씨는 지난 17일 오전 10시 20분쯤 수성구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14일 지인들과 연락이 끊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마지막을 발견한 것은 중앙119구조본부 구조견이었다.

A씨는 북한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한 정유공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노동당 간부를 지낼 정도로 탄탄한 자리였지만 다른 가족이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북한에 더는 머물 수 없었다고 한다. 그가 한국으로 들어온 건 2008년이었다. 가족 하나 없이 혼자였다.

처음에는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 직업전문학교를 다니며 기술을 배웠다. 월 100만원 남짓한 적은 급여지만 직장 생활을 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도 아니었던 그는 최근까지 우울증 등으로 병원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았다. 폐질환에도 시달리는 등 몸은 허약해져 있었다.

힘들고 외로웠지만 A씨는 마지막까지 주위 사람을 배려했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을 담당했던 경찰관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작별 인사를 남겼다. 주변 사람들은 "건강이 좋지 않았던 A씨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있는 것을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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