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이른바 '586세대'에 대해 날 선 발언을 퍼부었다. "단물만 빨아먹은 기득권 586은 다음 총선을 통해 국회에서 퇴출해야 한다." 발언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와 정부, 국·공영 기업체 요직에 포진해 있다가 총선 시즌을 맞아 국회 입성을 꿈꾸는 586 정치인들에 대한 견제 발언으로 읽힌다.
5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50대를 가리킨다. 1960년대 출생자들이 1천만 명이나 되니 가히 우리나라의 주류 세대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들은 시대별로 386세대, 486세대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1990년대에 출시된 인텔 CPU(중앙처리장치) 80386·80486·펜티엄(80586)칩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들은 독재와 맞서 싸운 민주화 운동 세대로 불린다. 정보통신기술의 상징어와 같은 인텔칩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386세대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컸다. 수혜도 많이 받았다. 졸업정원제 실시로 대학에 수월하게 들어갔고 경제 고도 성장기에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상대적으로 취업난도 적게 겪었다. 2009년을 기점으로 486세대가 된 이들은 각 조직의 중견 간부로서 IMF 외환위기를 잘 극복해냈고 2000년대 초반 IT혁명을 주도했다.
세월이 흘러 2019년을 기점으로 486세대는 586세대가 됐다. 그런데 586세대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문제들의 근원이 됐다는 시선이다. 386세대가 사회의 주류가 되고나서는 자신들이 비판하고 저항했던 윗세대의 행동과 모순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특히 '내로남불' 행보의 전형을 보여주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부정적 인식 확산에 한몫했다.
2029년 이후 586세대는 모두 60대가 된다. 이후에도 686세대 용어가 생명력을 갖고 사용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공교롭게도 인텔 CPU 시리즈에도 80686은 없다. 인텔은 당초에 펜티엄2칩에 80686 이름을 붙이려 했으나 '숫자는 독점적 상표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미국 법원 판결을 받고 사용을 포기했다. X86세대가 인텔칩 80686과 같은 길을 걸을지 예단키 어렵지만 이미지 개선은 난망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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