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골목길 풍경 사진집 낸 사진가 권상원 씨

권상원 작
권상원 작 '서구 비산동, 2017년'
권상원 작
권상원 작 ' 북구 복현동, 2018'
사진가 권상원 씨
사진가 권상원 씨

"대구 토박이로 어릴 적 골목을 놀이터 삼아 성장했고, 그동안 도심재개발로 추억의 골목 풍경이 점점 사라지는 걸 보고 사진으로 기록해 두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죠."

꼬박 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대구시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찍은 사진집 '대구의 오지Ⅰ'(2016년)과 '대구의 오지Ⅱ'(2019년 9월)를 발간한 사진가 권상원(64) 씨.

Ⅰ권에 수록된 140장면과 Ⅱ권에 수록된 100장면의 대구시 골목풍경은 죄다 기시감마저 들게 할 만큼 살갑게 다가온다.

전봇대 전선이 얼키설키 엮인 가운데 낮은 함석지붕의 주택가 골목길은 어른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비좁은 듯 보인다. 초여름인 듯한 계절에 흙담 아래 곱게 핀 화초는 집주인의 소박한 마음씨를 대변하고,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대구 중구 수창동 2층 적산가옥들은 아픈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동네 어귀 갈림길에 있던 나지막한 그 슈퍼 집은 아직도 있을까? 권 씨의 사진집을 보노라면 서민들의 땀 내음이 배어나고 삶의 희로애락이 절로 묻어난다.

"Ⅰ권 작업 때 찍은 사진만도 1만여 장이 넘죠. 이 중 추리고 추려 사진집을 구성했고, 같은 장소라도 아침 정오 저녁때마다 빛과 조명이 달라져 사진 1장을 찍기 위해 많게는 예닐곱 번, 적게는 서너 번을 찾은 적도 있습니다."

많은 발품을 팔았지만 권 씨는 도심재개발로 사라지는 골목길의 변천을 기록한다는 마음에 피로나 힘든 줄은 몰랐다고 했다. 특히 사진집Ⅰ권의 사진들 중 약 80%는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

그는 한 번 출사를 나갈 때면 대구시 지도의 한 부분을 검색한 후 그 지역을 집중 출사하는 방법으로 골목길을 기록했고 어떤 때 장시간 골목을 다니다 보면 자신의 차를 어디에 주차해 놓은지 몰라 한참을 헤매기도 했다.

"골목길 출사를 하면서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그곳 주민들의 애환과 어려움도 함께 청취하게 됩니다. 특히 재개발 지역은 오랜 터전을 잃고 새 주거를 찾아야 하는 서민들의 비애가 마음을 무겁게 했죠. 비록 카메라엔 다 담지 못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아직도 들리는 것 같아요."

권 씨는 '대구의 오지'인 골목을 다니면서 나름의 도시재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었다고 했다. 그는 근대골목이나 청라언덕처럼 다른 골목도 관광자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골목은 이웃 간 소통의 장소였으나 아파트 주거가 늘어나면서 이웃 간 교류도 덩달아 소원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관계당국이 보존할 골목을 지정하는 것도 도심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재개발의 경우 주민과 기관 사이를 중재할 조정기구 신설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 씨는 이런 이유에서 사진집을 관계기관과 전국 도서관 및 국회의원들에게 무료로 발송하고 있다. 또 권 씨는 2016년 첫 권을 발간 후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발간 기념 전시회 수익금을 대봉1동주민센터에 쾌척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발간한 두 번째 사진집 출판 전시회는 이달 19일(수)부터 23일(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 3층 2전시실에서 열 예정이다.

"이제 저에게 골목길은 한 줄기 바람이 모퉁이를 돌아들고 고고한 달빛이 살포시 내려앉은 얼기설기 추억 얽힌 마음의 고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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