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31일 자정쯤, 독도 인근 바다에서 소방구조헬기 추락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독도 바닷속을 떠올린 이가 있다. 그는 평소 독도 바다를 조사·연구 했고, 누구보다도 사고주변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
출장으로 강릉에 머물고 있었던 그는 새벽에 잠깐 잠이 들었고, 독도 바닷속에서 뭔가 찾고 있는 꿈을 꾼다. 다음날 아침 독도경비대와 동해해양경찰서 상황실에 전화 통화를 하고, 독도 수중수색을 결심한다. 그에게서 실종자 수색에 대한 설명을 들은 울릉도 동료들은 오전 10시쯤 독도로 출발한다. 마침내 그들이 오후 3시쯤 소방구조헬기 추락사고 첫 번째 실종자를 독도 바다속에서 발견한다.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김윤배(50) 박사 이야기다. 그는 연구기지가 문을 연 2014년 1월부터 근무를 시작해, 올해 1월 연구기지 대장이 됐다.
연구기지는 울릉도 북쪽 해안가 작은 어촌마을에 있다.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하여 독도에 대한 억지 주장을 펴자 독도를 지키자는 뜻으로 계획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위탁운영을 맡고 있는 기관으로 경북도와 울릉군이 운영에 관한 재정을 지원한다.
연구기지의 설립 목적은 해양 과학기술로 독도 해양영토를 지키고, 울릉도 주변 해양자원에 대한 연구·개발 거점을 만드는 것이다. 주요 기능으로는 독도 연구의 기반 확보, 울릉도 해양생태계 연구와 해양수산발전 지원, 해양교육 등 울릉도·독도 연구결과를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김 박사는 "울릉도·독도에 사는 우리가 일상 생활속에서 편하게 잘 살게 될 때, 섬사람의 자존감을 세우고 섬의 가치를 찾는 것이다"며 "말로만 우리바다라고 하는 시대는 지났다. 과학으로 관리하는 우리바다를 만들겠다"고 연구기지 역할에 대한 설명을 더했다.
그의 울릉도·독도와의 인연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석사 논문으로 '동해해류 연구' 과정에, 여름 여행을 떠난 그는 지리산 산장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우연히 일본 여대생을 만난다.
그녀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고, 그녀로부터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한다는 말과 함께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접한다. 그런데 그녀에게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반론을 제기했지만, 근거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멍해졌고, 아차하는 마음이 들었다.
지리산에서 내려온 그는 그녀와의 대화내용을 천리안통신에 올려 주변에 알렸고, 1998년 1월 '독도사랑동호회'를 만들었다. 그후 울릉도·독도에 대해 발로 뛰며 공부했고, 독도가 우리땅임을 알리는 활동을 시작한다. 지금은 돌아가신 이종학 독도박물관장, 이예균 푸른울릉도독도가꾸기회장, 김성도 선장과의 인연도 이때 시작됐다.
김윤배 박사는 전라도 강진이 고향이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절에 지은 시, 탐진어가(耽津漁歌)에는 치범동향울릉행(治帆東向鬱陵行)이라는 구절이 있다"며 "옛날에 전라도 사람들이 돛을 올려 동쪽 울릉도에 온 것처럼 울릉도·독도가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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