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태수 시인의 시] 봄 전갈

봄 전갈

이 태 수

오는 봄을 잘 전해 받았습니다

사진으로 맞이할 게 아니라

달려가 맞이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질 나쁜 바이러스 때문에 그럴 수가 없군요

사진 속의 눈새기꽃에 가슴 비비고

너도바람꽃에 마음을 끼얹고 있습니다

이곳은 지금 창살 없는 감옥,

육지에 떠 있는 섬 같습니다.

노루꽃 꿩의바람꽃 현호색을

데리고 오시겠다는 마음만 받겠습니다

안 보아도 벌써 느껴지고 보입니다

소백산 자락에 봄이 오고 있듯이 멀지 않아

이곳에도 봄이 오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너도바람꽃이 전하는 말과

눈새기꽃 말에 귀 기울입니다

당신은 괜찮으냐고, 몸조심 하라고

안부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그런 문자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어서

고맙기는 해도 되레 기분이 야릇해집니다

이곳이 왜 이 지경까지 되어버렸는지

생각조차 하기 싫어집니다

마스크 쓰고 먼 하늘을 쳐다봅니다

오늘도 몇 사람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날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억장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그 끝이 보일 때가 오겠지요

더디게라도 새봄이 오기는 올 테지요

이태수 시인
이태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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