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과 급성 폐렴 증세를 보이던 경산의 고교생이 숨진 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병원 진료 시스템의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한 병실 폐쇄를 우려한 병원들이 고열 환자에 대한 진료를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 의료진 등이 감염병 대처에 대거 투입되는 등 의료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진료보다 코로나19 검사를 우선하다 보니 중증 등 일반 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병원이 일반 진료에 소극적이다는 지적은 의료현장에서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6살 자녀를 뒀다는 한 어머니는 한 맘카페에서 "아이가 열이 나 보건소를 찾았는데 코로나가 아닌 것 같으니 일반병원으로 가라고 했다"며 "일반병원을 가니 고열 환자는 받지 않는다며 다시 보건소로 보냈다. 이게 말이 되냐"고 하소연했다.
경산의 한 요양시설 관계자는 "병원 진료가 필요했던 한 90대 노인의 경우 여러 차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병원에선 코로나 검사를 계속 요구했다"며 "나이 든 사람들을 선별진료소에 세워두다 비감염자도 코로나19에 걸릴 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일 대구경북의 중·소형병원 15곳을 대상으로 "열이 많이 나는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문의한 결과, 예외 없이 "먼저 1339에 전화해 선별진료소로 가라"거나 "열이 나면 병원에 오기가 힘들다"라는 답을 들었다.
이는 코로나19 대응에 인력이 집중된 탓에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한 탓으로 보는 분석이 적잖다. 아울러 확진자가 병원을 방문할 경우 병원이 폐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류성열 대한감염학회 법제이사는 "병실과 인력, 장비 등 모든 게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환자를 함부로 입원시키는 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며 "검사는 최소 6시간이 걸리는데, 양성인지 음성인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작정 환자를 받았다가 최악의 경우 병원이 폐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전담 병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장유석 경북도의사회 회장은 "코로나 사태로 '선(先)검사, 후(後)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체제에선 어느 병원도 경산 고교생으로 문제가 된 병원처럼 대처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코로나 검사 확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환자 수용할 수 있는 병원, 병실을 거점별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