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다시 호기를 잡았다. 경제 실정에다 조국 사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지뢰밭을 지나던 중 터진 코로나19 사태가 기회를 줬다. 원래 코로나는 악재였다. 초기 중국 봉쇄 실패로 우리나라가 제2의 코로나 발생국이 된 탓이다. 거기에 마스크 대란까지 겹쳤다. 국민들은 마스크를 구한다고 생고생을 했다. 정부·여당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런데 '탓'하고, 발뺌하고, 미루는 사이 악재는 호재가 됐다. 나락으로 떨어진 경제에 대한 우려는 "메르스·사스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는 말로 덮었다. 중국 봉쇄 실패로 들끓던 여론은 '대구', '신천지'를 희생양 삼아 기사회생했다. 마스크 대란은 '매점매석' 탓으로 돌렸다. 선견지명을 갖고 진단키트를 개발한 기업, 한없이 희생한 의료진, 스스로 격리하고 수백m 마스크 줄을 서면서도 인내한 성숙한 국민 의식은 "세계가 우리 방역을 평가한다"는 한마디에 정부의 공이 됐다. 여기에 쏟아지는 악재를 하나도 살리지 못하고 '정권 심판론'을 코로나에 묻어버린 야당 복이 더해졌다.
운도 따른다. 마스크를 쓰는 대신 화장지나 사재기하던 미국이나 유럽이 한국보다 더한 화약고로 떠올랐다. 이들이 앞서 홍역을 치른 한국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확진자가 1만 명 가깝고 애꿎게 목숨을 잃은 이가 150명이 넘는 한국은 이렇게 방역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경제 말아먹고 국민 편 가르는 재주도 일품이지만, 악재를 호재로 만드는 기술은 추종 불허다.
정부는 이제 돈 풀기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위기 대응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말이 위기 대응이지 뜯어보면 세금으로 민심을 얻겠다는 것이다. 11조7천억원 추경 잉크도 마르기 전에 긴급재정지원 50조원이 나오고, 이것이 또 자고 나면 100조원이 된다.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줄곧 주장해 온 재난기본소득도 이번 주 가시화될 것이다.
코로나보다 굶어 죽게 생겼다는 국민이 많으니 반대할 이도 없다. 돈은 흥청망청 풀릴 것이다. 그렇지만 이럴 때 일수록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돈 풀기만으로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정책 전환을 함께 해야 한다. 쓰는 이상으로 벌어들일 정책 변화가 따라야 한다. 탈원전으로 골병 든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산중공업은 신한울원전 공사 중단으로 2조5천억원을 날렸다. 1조원 긴급 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신한울 3·4호기 원전 재개를 더 갈망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탈원전은 그대로 두고 수혈만 하겠다는 것은 물이 새는 배를 고칠 생각은 않고 들어오는 물을 퍼낼 궁리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가 지금껏 자랑해 온 것이 국가채무 GDP 대비 40% 이하라는 재무 건전성이다. 그러나 코로나 돈 풀기에 과거 정부서 불문율처럼 지켜온 이 비율이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있다. 올해 코로나 추경만으로도 이 비율은 41.2%까지 치솟는다. 여기에 100조원 유동성이 급증하면 국가신용도가 떨어진다. 벌어들일 방안은 내놓지 않고 쓸 궁리만 하면 당장은 약으로 보이지만 두고두고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족보에 없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코로나 이전 전 세계 호황기에도 우리나라 경제를 갉아먹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런데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코로나 탓으로 돌리고 세금으로 연명하려 든다면 코로나 이후에도 경제를 되살리기 어렵다.
악재를 호재로 만드는 기술은 정권을 구하는데 쓸 것이 아니라, 나라를 구하는데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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