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앤 드루얀 지음/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화려하고 웅혼하다면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는 섬세하고 우아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화려하고 웅혼하다면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는 섬세하고 우아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책]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책]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39년 뉴욕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에서 "과학이 예술처럼 그 사명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수행하려면, 대중이 과학의 성취를 그 표면적 내용뿐 아니라 더 깊은 의미까지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의 입장에서 볼 때, 전설적인 과학 콘텐츠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 만큼 과학계에 기여한 사람도 드물다. 1980년 출간된 이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70주 연속 실리며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부 이상 팔린 책이 바로 '코스모스'이다.

또 이 책을 바탕으로 동시에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전 세계 180여개 국에 방송되며 7억 명 이상의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지구 인구의 10% 이상이 이런 저런 형태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통해 과학과 우주를 접한 셈이다.

당연히 1996년 칼 세이건 사망 이후 자칭 후계자들의 후속작이 잇따랐지만, 독자들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했다. 이 책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이 특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칼 세이건(미국 코넬대 천체 물리학과 교수)이 1977~1980년 '코스모스' 집필과 다큐멘터리 제작에 몰두할 때, 저자 앤 드루얀은 항상 그의 곁에 있었다.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은 '코스모스'의 세계적 히트 후 결혼했고, 또 '창백한 푸른 점' '혜성'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콘택트' 등을 공동저술하거나 편집자로 참여했다.

2014년 코스모스 시리즈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딧세이'의 전 세계 흥행(172개 국 방영, 에미상 수상)과 2015년 라이트세일 1호의 지구 궤도 비행 성공은 앤 드류얀의 노력 없이는 실현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때문에 21세기의 과학 베스트셀러 '날마다 천체 물리'의 저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뉴욕자연사박물관 천체 투영관 관장)은 앤 드루얀을 가르켜 '코스모스의 영혼'이라고 불렀다.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칼 세이건의 첫 '코스모스'와 마찬가지로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욱이 첫 책과 똑같이 동명의 다큐멘터리 대본을 바탕으로 씌여졌으며, 시간적 형식적 한계를 가진 타큐멘터리에 담지 못한 내용들을 담아냈다.

따라서 이 책은 코스모스 시리즈의 전통과 정신에 따라 우주와 생명의 기원, 자연의 숨겨진 법칙 등을 이해하기 위해 끝없는 여행에 뛰어든 과학자들, 그리고 이들이 이룬 과학 덕분에 상상하고 되살릴 수 있고, 심지어 수십억 킬로미터의 공간과 140억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방문할 수 있게 된 세계들을 소개한다.

또한 칼 세이건의 오리지널 코스모스가 그랬듯이, 어느 장이든 과학이라는 커튼을 살짝 젖히면 그 뒤에는 종교와 역사, 문학과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인간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 인류사적 의미에 대한 깊고 넓은 탐구, 그리고 '인간조건'에 대한 드높은 통찰이 담겨있다.

앤 드루얀의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칼 세이건의 첫 '코스모스'와 마찬가지로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화려하고 웅혼하다면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는 섬세하고 우아하다. 눈부신 과학적 성과 이면에 감춰진 잊혀진 영웅들을 빼놓지 않고 찾아간다. 아폴로 계획이 세워지기 50여년 전에 달 탐사 상세 계획을 만들어 낸 유리 콘드라큐크, 벌들의 언어체계를 분석해 인간이 아닌 지적 생명체와의 첫 만남을 가능케 한 카를 폰 프리슈, 80만 명이 굶어 죽어가는 포위된 도시에서 식물의 씨앗을 미래의 생물 다양성 자원으로 지켜 낸 니콜라이 바빌로프와 그의 동료들 등에 대한 이야기가 우아한 필치로 전개된다.

어떤 독자들은 이 책 속에서 칼 세이건에게 보내는 앤 드루얀의 애틋한 사랑 고백을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전 인류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 어쩌면 140억년의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과학자들이 이룩한 탐험의 대서사시를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앤 드루얀이 한국독자를 위해 쓴 특별서문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중 충분히 많은 수가 전 세계 과학자들의 말을 마음에 새긴다면, 그리고 행동한다면, 이 재앙을 충분히 멈추고 되돌릴 수 있다고요. … 우리는 앞선 세대의 인간들과 뒤이을 세대의 인간들에게 진 책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 세대는 지구에서 약 40억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생명의 사슬에서 가장 결정적인 고리입니다. 우리는 가장 강한 고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앞에 왔던 인간들의 용기와 재능을 기리기 위해서, 또한 우리가 아이들과 그 후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생명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요소들, 이를테면 공기와 물과 환경과 같은 요소들을 돈만큼, 아니 돈보다 더 아껴야 합니다. 이 세상이 깡그리 망가져 버린다면, 인위적 구성체에 불과한 돈 같은 요소가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464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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