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4·15 총선 이후

이성환(계명대학교 일본학전공 교수, 국경연구소 소장)

이성환(계명대학교 일본학전공 교수, 국경연구소 소장)
이성환(계명대학교 일본학전공 교수, 국경연구소 소장)

내일은 투표일이다. 선거 결과는 유권자의 집합적 결정이다. 유권자의 절반이 투표를 하지 않으며, 무엇을 위해 투표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거의 승리는 대중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이래도 민주주의가 영원할 수 있을까? 리처드 생크먼은 '우리는 왜 어리석은 투표를 하는가'라는 책에서 이러한 의문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그 이유는 유권자들이 냉철한 이성과 사실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 대중은 무엇을 근거로 투표하는가. 생크먼은 말한다. 유권자들은 나라와 사회를 위해 누가 더 나은 인물인가, 정당인가를 따지기보다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가진다. 대중은 '지독히 무지'하고 무책임해서, 사실보다는 감정이나 이미지가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 유권자들의 이런 저급한 논의를 개선하기 위해 시민교육과 신문 읽기를 통해 현명한 유권자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 무지한 유권자들의 투표는 의미가 없는가. 그는 "아니다"라고 했다. 유권자들에게는 "어리석음은 많고 지성과 상식은 드물지만, 그래도 어리석음이 공화국을 심각한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럭저럭 살아간다"고 했다. 어리석은 투표라도 하는 게 낫고, 사실에 입각해 이성적으로 투표하자는 일반론이지만, 그의 책이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투표에 앞서 무지한 내가 떠올리는 단상이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없지만, 이번 선거는 특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의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는 촛불로 탄생했지만, 국회는 그 이전에 치러진 선거에 의한 '과거의 것'이었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서로 다른 민의와 시대정신 위에 동거해온 것이다. 정부 공약에서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진척이 어려웠고,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의 여당에 대한 평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문재인 정부 3년에 대한 평가이다. 코로나 정국에 묻혔다고는 하나, 문재인 정권 만 3년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정부 여당에 대한 평가를 할 것이다. 새로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도 중요하다.

여당이 만족할 만한 의석을 확보하면, 진보 세력의 공간은 넓어질 것이고, 박근혜 정부의 여당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고 보수 세력이 전멸하고 민주당의 '20년 집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는 지역주의와 남북관계에 대한 집착을 탈피하고 새로운 가치를 정립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여당이 만족할 만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추진 중인 개혁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될 것이다. 차기 주자가 분명하지 않은 야당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당의 차기 주자에게로 권력의 추가 급히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여야 간에 뚜렷한 승패가 없을 경우에도 국회가 좀 더 활성화되는 변화는 있을 것이다. 2년 후 대선을 앞둔 여야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20대와 같이 국회를 공전시키거나 '동물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군소정당이 부활하여 현재와 같은 의석 분포가 재현될 경우이다.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미는 퇴색했다. 그럼에도 거대 정당의 독주를 방지하기 위해, '현명한 유권자'들은 연동형의 취지에 맞게 소수정당에도 표를 줄 것이다. 그러면 국회는 이전의 4+1과 같은 형태의 다수파 형성을 통해 운영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사안별로 연합을 하는 형태였으나, 국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군소정당 출신을 입각시키거나 정책연합을 통해 의원내각제의 연립정권 형태를 띨 수도 있다.

지금과 같은 정당제와 선거제도하에서는 국회의 단독 과반이 없는 구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서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국회의 연합정권적 운영을 조건으로 하여 개헌을 통해 통치구조를 의원내각제로 바꾸는 것이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부조화를 해소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해온 야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는 승패보다 결과에 대한 해석이 더 중요하다.

이성환(계명대학교 일본학전공 교수, 국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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