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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 낭랑 1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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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민 기자
채정민 기자

역시 '4월은 잔인한 달'인가 보다. T.S.엘리엇이 시 '황무지'에서 읊은 것처럼. 우리 과거만 돌이켜봐도 그랬다. 제주 4·3 사건, 세월호 침몰 사건 등 가슴 아픈 일들이 4월에 일어났다. 올해라고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우리 학교는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했다.

엘리엇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참혹하고 공허한 현실을 마주했다.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과 봄을 맞아 만물이 잠을 깨고 화사해지는 세상을 비교하면 역설적이다. 그러한 4월의 현실을 두고 쓰라릴 만큼 잔인하다고 표현한 것 아닐까.

사람은 주관적이다. 자기 앞에 놓인 벽이 남들보다 더 높다, 자기가 겪고 있는 고난이 더 힘들다고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지금 삶을 대하는 태도와 현실 모두 엘리엇이 시를 썼을 때보다는 낫다 해도 마음이 아픈 건 매한가지다. 그래서 올해 4월도 참 잔인해보인다.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고통에 대한 감각도 무뎌진다. 힘들지 않은 게 아니라 그러려니 한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사회에 막 발을 들였거나 사회 진출을 눈앞에 둔 세대라면 아픔이 더 크게, 어깨가 더 무겁게 느껴질 법도 하다. 만 18세 얘기다.

18세 앞에는 '낭랑'(朗朗)이란 말이 종종 따라붙는다. '발랄한 18세 청춘'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은 발랄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이번에 만 18세까지 선거권이 확대돼 4·15 총선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던 정도가 긍정적 변화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는 이들의 삶도 뒤흔들었다.

18세 고3은 초조하다. 대학입시가 코앞인데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건지 불안하다. '온라인 개학'이 그런 마음을 달래주진 못한다. 대면 수업과는 질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18세 대학 1학년도 마찬가지다. 대학생활의 낭만 생각은 사치다. 온라인 강의로만 첫 학기를 보내야 할 판이다. 비싼 등록금 생각에 속이 더 쓰리다.

그래도 희망은 보인다. 이들은 소극적이지 않았다. '낭랑 18세'의 노랫말처럼 저고리 고름 말아쥐고서 누구를 기다리지도, 버들잎 지는 앞개울에서 소쩍새 울 때만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이들은 보수보다는 진보를 택했다. 이 선택이 옳다는 게 아니다. 적극적으로 변화를 바라는 패기가 돋보인다는 의미다.

이번 총선에서 전체 유권자 중 1.2%(54만9천여 명)가 만 18세였다. 이 중 14만여 명은 고3. 지상파 방송사 3곳의 총선 당일 출구조사 결과 비례대표 투표에서 이들 중 38.2%가 더불어시민당, 15.6%가 정의당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지지율이 다른 세대보다 높다는 것도 눈에 띈다. 반면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7.2%에 머물렀다.

보수를 표방한 제1 야당은 '공성'(攻城)에 실패했다. 촉 없는 화살을 날렸다. 이미 '제대로 된' 독재를 경험한 이들이 많은데 '독재 타령'이 먹힐 거라 생각했는지 의문이다. '온라인 개학'이 주요 이슈였는데 써먹지도 못했다. 최소한 준비 부족, 장기적인 대응 계획, 쌓여가는 노하우의 사후 활용 방안은 얘기할 수 있었다. 18세는 물론 학부모의 관심도 끌 수 있었다.

제1 야당은 참패했다. 그런데도 '비례 정당 중엔 우리가 1등'이란다. 선거 직후 한 방송사 토론에서 야당 당선인 1명이 해맑게 웃으며 한 말이다. 어이가 없다. 첫 투표에 나선 만 18세도 안 찍길 잘했다고 느낄 만하다. 이들이 변화를 택한 패기를 잃지 않고 '낭랑'하게 잔인한 4월을 잘 견디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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