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숙명처럼 발을 들인 공연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생업을 시작한지도 10년이란 시간을 훌쩍 넘겼다. 공연산업이라는 것이 조금은 얄궂어서 그 긴 시간동안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늘 타인의 기쁨과 즐거움을 위하여 뮤지컬이란 매개를 전달하느라 바쁜, 오롯이 타인을 위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형태이다.
그러면서 관객의 니즈(needs)에 맞게 적재적소에 걸맞는 뮤지컬을 선보이기 위해 늘 달력을 곁에 두고 살아왔다.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가정의 달 등 사람들은 늘 많은 날들을 기념하며 살아가고 그럴 때 일수록 나에게 맡겨진 일은 더욱 바빠지니 나의 일상은 평범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욱 평범하게 느껴졌다.
딤프 사무국에서 일을 시작한 후에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축제 준비와 진행하는 사업들을 챙기다보면 5월의 빨간 날들을 까맣게 여기며 넘기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코로나19의 여파로 처음 누려보는 봄날의 일상들이 날이 갈수록 어색하다. 그 중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한 번도 쉬어본 적 없는 '근로자의 날'이 곧 다가온다. 취업 전에는 당연히 근로자가 아니므로, 취업 후에는 내가 근로자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장 바쁜 시즌의 나날을 보냈기에 이 날의 의미를 생각해본 경험도 전무하다.
1899년 뉴욕, 거리에서 신문 파는 아이들, 곧 '뉴시즈'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가난한 고아들이 대부분이고, 길에서 잠을 청하기 일쑤였던 하루살이 같은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100부에 50센트짜리 페니페이퍼를 사다 팔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하루 종일 갖가지 방법으로 신문을 팔아보아도 30센트 벌기가 일쑤였던 뉴시즈. 뉴시즈들의 고민만큼이나 판매율이 떨어지는 신문사 사장의 고민도 커져만 갔다.
결국 거대 신문사들은 뉴시즈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방법을 써서 신문의 판매고를 올리는 계획을 세웠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뉴시즈들이 힘을 모은 이야기, 이것이 바로 뮤지컬 '뉴시즈'의 내용이다. 아무리 나약하고 여린 힘이라도 합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뉴시즈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을 통해서 가장 원초적인 근로자의 날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본다.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의 연대와 사기 및 권익향상, 무엇보다 근로의욕을 높이자는 뜻에서 제정되었다고 한다. 마침내 근로자의 날을 온전히 누리는 경험을 곧 해보게 될텐데 이로써 나의 근로의욕은 과연 얼마나 높아질까? 사실 당일에 무엇을 해야 할지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가 일시적으로 앗아간 나의 일과 노동의 순간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나의 근로의욕은 솟구치리라 생각한다.
솔직한 말로 주말도, 휴일도, 밤낮도 없이 분투하던 매년 5월이 늘 행복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그 순간이 그립다. 어린 10대 뉴시즈들에게 꽉 들어차있던 삶에 대한 단순하고도 순수한 열정이 아직은 나에게도 많이 남아있다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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