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문 정권의 양모(陽謀)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1956년 흐루쇼프의 스탈린 격하 연설은 마오쩌둥(毛澤東)에게 큰 정치적 위기를 안겼다.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에서 스탈린의 개인숭배 강요가 비판받은 이상 중국의 새로운 황제가 된 자신도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오는 이런 위기를 타개할 묘책을 고민한 끝에 공산당 통치에 대한 지식인의 솔직한 비판을 독려하는 '백화제방'(百花齊放)을 내놓는다.

이에 류사오치(劉少奇)나 펑전(彭眞) 등 공산당 핵심 인사들은 비판을 부추기면 통제 불능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며 만류했다. 하지만 마오는 "악마와 도깨비들이 기어나오도록 내버려 두라. 모든 사람이 그것을 똑똑히 보게 하라. 잡종들이 설치게 내버려 두라"고 했다. 백화제방은 '반동분자'의 '커밍아웃'을 유도해 일망타진하는 덫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같은 수법의 1940년대 정풍(整風)운동의 흑역사를 기억하는 지식인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마오가 거듭 재촉을 하자 지식인들은 이번에는 진심인 줄 알고 1957년 4월부터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마오는 이를 잠자코 듣고 있다가 7월 1일부터 비판자들에 대한 대대적 역공(逆攻)에 나선다. 이른바 '반(反)우파 투쟁'이다.

마오는 이런 계략이 '음모'가 아니라 '양모'(陽謀)라고 했다. "혹자는 이를 음모라고 하지만 우리는 양모라고 한다. 왜냐하면 '인민의 적'에게 다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좋은 목적으로 공공연히 꾸민 책략이란 것이다. 무려 50만 명이 넘는 지식인·전문가가 이 양모에 걸려들어 숙청됐다.

고소득층에 '자발적 기부'를 재촉하는 문재인 정권의 긴급재난지원금 정책도 이와 비슷하다. 기부 여부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누가 기부를 했고 안 했는지 정부가 알려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문 정권에 '비협조적'인 고소득층의 리스트도 만들어질 수 있다. 기부가 개인 정보 노출이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가 나서서 '자발적 기부' 운운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당사자가 외부의 부추김 없이 발원(發願)해야 자발적 기부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자발적 기부' 요구는 '자발적'이란 수식어를 단 관제 기부 운동일 뿐이다. 더 기막한 것은 그 대상이 정부라는 사실이다. 국민에게 기부받는 정부라니 참 별X의 정부도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