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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세대교체 두고 ‘김종인 vs 홍준표·유승민’ 갈등 고조

차기 대권과 결부되면서 거친 설전이어져, 세대교체 지지하는 당내 인사들도 목소리 내기 시작

(왼쪽부터)김종인, 홍준표, 유승민
(왼쪽부터)김종인, 홍준표, 유승민

4·15 총선 완패의 수렁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고 있는 미래통합당에서 차기 대선 후보 조건을 두고 거친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통합당 체질개선을 위해 '집도의'(執刀醫)로 나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파격적인 세대교체로 당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정권 교체까지 도모하자는 입장인 반면 기존 대선 후보급 인사들은 연일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김 내정자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4.15 총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일대에서 수성구을에 출마한 무소속 홍준표 후보가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일대에서 수성구을에 출마한 무소속 홍준표 후보가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김 내정자가 이 같은 상황까지 예상하고 이른바 '당 운영과 관련한 전권'을 당이 자발적으로 본인에게 맡기는 모양새로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기 때문에 주도권은 김 내장자가 쥐고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 24일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당내 기존 대권주자들에게는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마크롱이 좀 태어났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그런 사람이 안 보인다"며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 검증이 다 끝났는데, 뭘 또 나오느냐"면서 지난 2017년 제19대 대선에 각각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홍준표 당선인(대구 수성을)과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을 겨냥했다.

이에 홍 당선인은 25일과 26일 이틀 동안에만 무려 5건의 '김종인 비대위 반대'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반격에 나섰다. 홍 당선인은 페이스북 글에서 김 내정자를 '뇌물전과자', '뇌물 브로커'라고 부르며 "정계 언저리에 어슬렁거리지 마라", "부패한 비대위원장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휴일인 12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휴일인 12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4·15총선 대국민 호소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의원도 "비대위를 한다고 해서 금방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패배 원인을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알아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또 이른바 유승민계 인사들도 비대위 체제에 대한 회의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두 대선주자의 강도 높은 반발에 김 내정자를 두둔하는 당내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진석 의원은 홍 당선인을 향해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며 "이게 미증유의 참패를 겪은 정당의 모습인가. 국민들의 손가락질이 보이지 않느냐"고 자중을 당부했다.

하태경 의원도 "한 여론조사에선 국민의 74%가 우리 당에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통합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아들여 과감한 쇄신과 세대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김 내정자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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