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과학수사 진일보에 따른 미제 사건 규명에 주목한다

지난 25일 제57회 법의 날을 맞아 법무부가 SNS 이용자 2천230명을 대상으로 한 '처벌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범죄 유형'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의 40%가량이 성범죄를 우선으로 꼽았다고 한다. 해묵은 성범죄 사건들이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DNA의 새로운 규명으로 해결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영화로도 큰 인기를 끌었을 만큼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 외에도 10~17년이 지난 성폭행 사건의 범인을 DNA 감식 결과 덜미를 잡기도 했다. 다른 사건에 연루된 범인을 경찰 조사 과정에서 DNA 분석 결과 붙잡은 경우도 있다. 우리는 여기서 영구 미제로 남을 뻔했던 중요 사건을 과학수사가 해결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비록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공분이 큰 사건일수록 국민들은 범인 색출과 의혹 해소에 목말라한다.

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가 적용되는 2000년 8월 이후만 따져도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전국적으로 수백 건에 달한다. 대구경북에서도 20건이 넘는 사건들이 미제 파일 속에 남아 있다. 2004년 대구 달성공원 농약 요구르트 사건, 2008년의 허은정 양 납치 살해사건, 2012년 영주 노파 살인사건 등이 그 사례들이다. 그 이전인 1999년 발생한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도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국민의 뇌리에 남아 있다.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성범죄에 관한 비판 여론이 새롭게 비등하면서 특히 장기 미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풀지 못한 사건'은 있어도 '잊혀진 사건'은 없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어떤 범죄이든 끝까지 추적해서 밝히고 범인 또한 언젠가 반드시 잡고야 만다는 강력한 메시지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범죄 억제력일 것이다. 미궁으로 빠진 사건이 과학수사의 진일보에 따른 물적 증거 확보로 해결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안전지대로 가는데 커다란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