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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중국] 대륙의 스케일, 그 끝은...

루이청강 전 중국 CCTV 앵커[AP=연합뉴스]
루이청강 전 중국 CCTV 앵커[AP=연합뉴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서는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던 춘절을 전후해서 각각 1천 병상과 1천500병상 규모의 '훠선산'(火神山) 병원과 '레이선산'(雷神山) 병원 건설이 결정돼 10일, 15일 만에 완공돼 지난 3월 초 곧바로 환자를 수용했다.

야전병원 형태이긴 해도 설계부터 기초 공사, 치료 장비 설치까지 다 갖추고 개원하는 데 불과 1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실화다. 3억위안의 긴급 예산이 투입됐고, 24시간 철야로 건설공사를 하는 전 과정이 인터넷에 생중계될 정도로 코로나병원 건설은 중국 내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이른바 '대륙 스케일'이 빛을 발한 셈이다.

인구 1천200만 명의 대도시를 전격적으로 봉쇄하는 '봉쇄령'을 발동하고, 실제로 두 달 이상 완벽하게 우한을 봉쇄한 것도 중국이 아니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중국식 관리체제의 '대륙 스타일'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중국의 최대 쇼핑 축제로 자리 잡은 '광군제'(光棍節·빼빼로데이) 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초당 거래 횟수가 5억 명을 돌파, 2019년 매출 규모가 50조원을 기록했다. 이날 알리바바는 1분 36초 만에 100억위안(1조7천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대륙의 쇼핑 스케일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청와대에 인터뷰차 방문한 CCTV의 유명 앵커 루이청강(芮成綱)에게 사인해주는 박근혜 대통령. 아래는 박 대통령이 루이청강에게 준 사인. 2013.6.27 /연합뉴스" />
청와대에 인터뷰차 방문한 CCTV의 유명 앵커 루이청강(芮成綱)에게 사인해주는 박근혜 대통령. 아래는 박 대통령이 루이청강에게 준 사인. 2013.6.27 >/연합뉴스

기자들에게 '기레기'라는 접두사를 붙이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 기자들의 위상은 여전히 높다. 국영방송 중앙TV(CCTV) 기자가 지방 취재를 가면 고위 관계자가 영접을 나가고, 경찰차로 에스코트를 해주는 것이 당연시되고 현(縣)과 촌(村) 단위 소도시에서는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열어주기도 하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 매체는 지방정부가 운영하거나 지방정부와 관련된 기업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기자들의 신분 역시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중국의 방송, 신문사 등을 언론자유를 보장받는 서방의 매체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언론'이라고 하지 않고 매체라고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기자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사상과 사회주의 영도체제를 고양시키며 대중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회주의의 전도사'라는 사명을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기자들이 간혹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보도하거나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다가 구금되거나 해고되기도 하고, 매체가 아예 폐간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하지만 중국 기자들은 중국공산당의 방침에 충실하게 따르는 순한 양과 같은 존재로 보는 게 맞다.

중국 매체 중에서도 CCTV 종사자들의 위상이 가장 높다. CCTV의 아나운서와 기자들도 최고지도자가 교체되는 시기에는 종종 시련을 겪기도 한다. '저우융캉(周永康) 스캔들'에 연루된 CCTV 여성 아나운서들만 20여 명에 이른다. 스캔들도 '대륙 스케일'이다.

2013년 중국 매체로서는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터뷰를 한 루이청강(芮成綱)이라는 CCTV 기자 겸 아나운서는 중국 기자의 남다른 '대륙 스케일'을 증명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질문자로 나서 논란을 빚은 바 있는 루이청강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집권한 직후인 2013년 7월 생방송 직전, 전격적으로 체포됐다. 그의 죄목은 간첩죄와 부패 혐의였고 6년형을 선고받아 세간을 놀라게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인터뷰 도중 '큰누나'(大姐)라고 불러 버릇없다는 인상을 준 그의 진짜 죄목은 '공용정부'(共用情夫)였다.

후진타오(胡锦濤) 전 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전 정협 부주석의 부인 구리핑(谷麗萍)을 비롯한 20여 명의 고관대작 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확인된 것이다. 20여 명에 이르는 고관 부인들의 구명 로비도 소용 없었다. 오히려 일개 아나운서이자 기자가 고관대작 부인들의 공용정부였다는 점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됐다. 대륙의 기자다운 엄청난 스케일의 불륜 스캔들이었다.

6년의 형기를 마치게 되는 루이청강은 올 12월에 출소하게 된다.

그가 인터뷰한 박 전 대통령도 감옥에 있다. 인터뷰를 한 당시 루이청강에게 써줬다는 '人生在世, 只求心安理得就好了'(살아가는 동안 도리에 맞게 맘 편히 살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라는 경구. 대륙 스케일로 살아 온 루이청강에게 그 경구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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