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칠곡 할매시인의 편지 "젊은이들, 함께 더 참아보자…"

경북 칠곡군에 사는 이학연 할머니가 오이밭에서 자신이 쓴 편지를 읽고 있다. 칠곡군교육문화회관 제공
경북 칠곡군에 사는 이학연 할머니가 오이밭에서 자신이 쓴 편지를 읽고 있다. 칠곡군교육문화회관 제공

경북 칠곡군의 이학연(81) 할머니가 최근 서울 이태원 클럽 발(發) 코로나19 지역감염이 확산되자 젊은층에게 조금만 더 참아달라는 편지글을 써 눈길을 끈다. 2008년부터 성인문해교육을 받고 있는 그는 2016년 칠곡군의 다른 할머니 교육생들과 함께 시집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를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이 할머니는 편지에서 자신을 왜관읍 금남리에 살고, 매봉서당(성인문해교실)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뒤 특정인이 아닌 젊은층 모두를 향해 코로나19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했다.

우선 편지 전반부에는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즐거움과 코로나19 탓에 공부가 중단된 현실을 속상해 하는 내용을 적었다.

"나 어릴 때 공부 배우지 못해가 인자 공부 배운이 사는게 즐겁다. 학교 가면 글도 배우고 친구들과 선생님도 만나서 재미있게 이야기도 하고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하는게 인생사는게 진짜로 즐겁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떼문에 이 재미있는 공부를 못하고 선생님과 친구도 못만나니 마음이 아프고 우울징 걸려 치매가 올 것 같다. 매일 배워도 다까묵고 머리에 잘 더러가지 않는데 이 노에 코로나 때무에 생병난다."

편지 후반부에선 최근 주춤했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자 젊은층에게 '함께 조금만 더 참아보자'고 당부한다.

"꾹 참고 집에만 있었는데 인자 잠참해져서 좋아했는데 이태원 젊은이들이 놀고 십은 것을 못참아가 놀러나갔다가 코로나가 또 온다니까 걱정이 많이 된다. 우리 다갔이 더 참아 보자. 나도 나지만 의사 간호사들 보니 너무 불상하고 마음이 아프더라. 다같이 참고 힘내가 코로나를 익겨내야 안데겠나. 서로 돕고 살아야지 내 팔생 평생 살아보이 이게 인생사리더라. 빨리 코로나 끝나서 공부하고 싶다."

SNS를 통해 소개된 이 편지를 접한 이들은 "맞춤법도 틀리고 사투리 그대로 삐뚤삐뚤 써내려간 글이지만 할머니의 솔직담백한 진심이 전해져 더욱 감동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할머니는 편지를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때문에 우리 노인들도 마을회관도 못 가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느라 많이 힘들었다. 이제 다 끝나가나, 마을회관에도 가고 서당에도 갈 수 있나 기대하던 참에 젊은이들이 그새를 못 참고 클럽에 놀러다니다 코로나19가 또 번졌다 하니 걱정스러운 마음에 편지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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