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기자 lil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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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열 국제라이온스협회 대구지구 총재

    최진열 국제라이온스협회 대구지구 총재 "클럽 활성화, 회원 확충 통해 새로운 50년 도약"

    "'새로운 도약, 더 50th'라는 주제로 대구지구의 100년 역사를 위해 힘차게 달려가겠습니다." 지난 1일 취임한 최진열(55) 국제라이온스협회 356-A(대구)지구 총재는 "올해가 대구지구가 창립한 지 50년 되는 해"라며 "새로운 대구지구 반세기(50년)의 새 출발을 다짐하는 의미에서 이 같이 주제를 정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1년 임기 동안 대구지구를 구성하는 단위조직인 클럽 활성화와 회원 확충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래야 대구지구의 향후 50년이 더 탄탄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대구지구에는 6월말 현재 8개 지역에 총 115개의 클럽이 있다. 회원수는 4천201명이다. 최 총재는 "14년 전만 해도 대구지구 회원수가 5천200여 명에 달했는데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점차 회원수가 주는 추세"라며 "제 임기 동안 회원수 5천명 대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고, 대구지구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클럽도 활성화해 다가올 50년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라이온(회원) 연수 및 교육 강화, 클럽별 봉사 활성화, 라이온스 홍보, 대구지구 회관 디지털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구지구 만의 역점 봉사사업인 (재)라이온스 대구장학회 운영, 대구장애인종합복지관 위탁 운영, 파티마병원 시력보존센터 지원 등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국제라이온스협회는 순수 봉사단체인데 통상 대구지구는 1년에 90억원에서 100억원 정도를 봉사비로 쓰고 있다"며 "앞으로도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꾸준히 확대해나감은 물론 지구 위주 봉사에서 클럽 위주 봉사로 전환해 지역 밀착형 봉사활동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지구 50주년을 기념하는 일에도 의욕을 보였다. 최 총재는 "취약계층을 비롯 대구시민과 함께 하는 대구지구 50주년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며 "자랑스런 대구지구의 활동상도 홍보하고 기념비적인 이벤트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최 총재는 라이론으로서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2008년 라이온스와 인연을 맺은 후 클럽 회장부터 지역 부총재, 총재까지 16년 간 봉사활동을 이어왔다"는 그는 "라이온스 활동은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소중한 경험이었고 이런 세월들 덕분에 인생을 보람 되고 기쁘게 산 느낌"이라고 회고했다. 선후배 라이온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 50년 간 역대 총재들과 선배 라이온들의 노고에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며 "대구지구의 새 역사를 쓸 후배들에게는 총재인 저부터 솔선수범해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주고 잘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2024-07-24 15:26:58

  • 신상구 울진문화원 사무국장, 서화집 '낙즉생' 출간

    신상구 울진문화원 사무국장, 서화집 '낙즉생' 출간

    서예가인 신상구 경북 울진문화원 사무국장이 최근 저서 '낙즉생(樂即生)'을 펴냈다. 저자의 생각을 담은 짧을 글과 서예, 묵서화 등을 실은 서화집이다. '낙즉생'은 '즐거워하면 생겨난다'는 의미로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는 "즐거워하면 안 될 일도 되고, 즐거워하지 않으면 될 일도 안 될 것"이라며 "이런 마음으로 글과 작품을 모았다"고 했다. 저자는 또 이달 12일부터 내달 30일까지 울진 덕구온천 송율갤러리에서 서화집 제목과 같은 주제로 작품전(초사 신상구 전)도 열고 있다. 신 국장은 원광대 미대 서예학과를 졸업했고 열묵회 서실 지도 및 울진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4-07-22 16:36:00

  • [함께 꿈꾸는 시] 이수진 '그 이름'

    [함께 꿈꾸는 시] 이수진 '그 이름'

    〈그 이름〉 투명한 하늘이 연못에 머무는 늦은 오후 연못을 반쯤 걸어가다 내가 말했다 꽃창포가 많이도 피었네 오리가 풀잎에 올라타 하늘을 쪼고 있었다 그건 붓꽃이라고 하던데 그 사람이 밑줄을 긋듯 느리게 말했다 푸른 띠를 두른 앞산 그늘이 못 가까이 내려오고 있었다 서둘러 한 바퀴 더 돌다 보았다 붓꽃이라 쓴 나무 명패 어느 이름은 잠깐 열렸다 닫히기도 한다던데 그 이름은 어느 시간 어느 공간으로 나가는 길이었을까 저녁을 향해 오는 길들이 환해지고 있었다 발걸음이 가픈 호흡으로 우리를 밀고 있었다 〈시작 노트〉 봄 뜰 앞, 낚시 의자에 앉은 할머니는 말씀하신다. "내 이름 길남이는 원래 죽은 내 오빠 이름이야. 오빠가 난지 이태 만에 죽었거든. 내가 태어나 엄마 젖 먹을 때 엄마가 나를 길남이라 부르며 그렇게 울었대. 내 이름은 원래 순남인데, 아버지가 이태 지나 출생 신고하러 가서는 면사무소 앞에서 한나절을 서성이다 그냥 돌아오고 말았데. 내 이름은 순남인데 ..." 까무룩 잠든 할머니 무릎 위로 어디서 왔는지 모를 노란 꽃잎 하나 떨어져 있다.

    2024-07-22 06:30:00

  • 박헌경 변호사, 칼럼집 '역사와 현실' 출판기념회

    박헌경 변호사, 칼럼집 '역사와 현실' 출판기념회

    본지 외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박헌경 변호사가 20일 대구교대 특수통합교육관 2층 강당에서 저서 '역사와 현실'(매일신문 펴냄)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역사와 현실'은 저자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안보, 사회, 종교, 문화 등 다양한 시대 현안에 대해 본지를 비롯 여러 신문에 쓴 칼럼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동서양 역사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오늘날 우리나라가 직면한 현실 문제들을 역사의 거울에 비춰 직시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의 축사, 감상평 소개, 저자의 시 낭송, 축하공연, 저자 사인회 등으로 진행됐다. 박 변호사는 인사말을 통해 "'역사는 오늘의 거울'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이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자는 취지에서 칼럼집을 출간하게 됐다"고 했다.

    2024-07-21 14:50:53

  • [함께 꿈꾸는 시] 권분자 '저수지'

    [함께 꿈꾸는 시] 권분자 '저수지'

    〈저수지〉 어둑해지자 밖으로 기어 나온 우렁이는 물의 중심 그 두려움을 안다는 것이지 등에 짊어진 집과 산 그림자의 연결을 시도하다가 맥없이 쓰러지는 물풀 너의 목소리에 일일이 답해보는 건 뻐끔거리는 물과의 대화 지문 닳아가며 공들여 뜨던 나만의 스웨터가 투망처럼 던져지고 있다 〈시작 노트〉 물이 일렁이면 가로등도 일렁이는 것처럼 뇌 속 기억 창고가 만수로 위태롭다. 고향 청송 진보를 떠나와 대구에서 살기까지 달의 분화구에 수도 없이 나를 가두었다. 살아온 이야기에 달의 바짓단은 젖고 지구촌 어디를 가든지 거침없던 춤사위, 늘 미묘한 생각에 흔들리며 살았다. 한때 내 꿈은 만화방 할머니였다가 밤의 창가 어긋난 사랑에 중독되기도 했다는 헷갈리는 춤꾼 이야기에 홀쭉하게 울다가 탱탱하게 웃다가 달의 뒷면은 비밀의 바닥까지 드러내고 말았다. 쓸쓸한 소리가 흘러나오는 물의 결에 퐁당, 던져진 돌이 남긴 파문의 둘레를 본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는 뇌 속에서 깜짝 놀란 해마에 이식되고 있다. 실존하는 저수지와 끊임없이 비워졌다 채워지는 의식 속 저수지와 내 몸이기도 한 저수지는 어느 순간 누군가의 필요를 기다리며,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깊이로 가두어져 있다.

    2024-07-15 06:30:00

  • [책 CHECK ]아화

    [책 CHECK ]아화

    경북 경주 출신으로 이영도시조문학상신인상, 대구예술상, 대구문학작품상 등을 수상한 저자의 다섯 번째 시조집이다. 시조집은 4부로 나눠 총 78편의 단시조(3장 45자 내외로 구성된 시조의 한 형태)를 실었다. 복잡다단한 현시대와 현대인의 감정을 그 짧은 3장으로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 만은 "보이는 게 너무 많아 말이라도 줄이기로 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언어로 포착되지 않지만 언어로 말해야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이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닌 것들의 세계를 그는 초중종장의 문장으로도 단단하고 군더더기 없이 그려내고 있다. "꽃이 핀 듯 아니 핀 듯 당신 얼굴 같은/ 봄이 온 듯 아니 온 듯 당신 기척 같은/ 오늘도 엊그제 같네, 꽃비 내리는 붉은 언덕."('아화' 전문) 이숭원 문학평론가는 "단시조는 응축이 생명으로, 무한히 펼쳐지는 자연의 변화와 인간사의 파랑을 3장 6구에 담아내는 고도의 압축미학에 창조의 열쇠가 담겼다"며 "윤경희 시인의 시야에는 다양한 체험의 단층이 인생의 축도로 다가오는데, 지극히 평범한 일상사에서 생의 진실을 떠올리는 장면은 참으로 절묘하다"고 평했다.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단시조의 리듬을 따라 환유와 상상의 시세계, 그리고 우리 삶의 본질적 진실과 만나보자.

    2024-07-11 10:14:50

  • [책 CHECK ]K-POP에서 만난 클래식 예술 살롱

    [책 CHECK ]K-POP에서 만난 클래식 예술 살롱

    "K-POP 속 숨겨진 예술과 지성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자 아티스틱 디렉터로 활동하는 저자는 이제껏 접할 수 없었던 그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통해 K-POP 속 클래식 음악과 고전 문학, 명화가 어우러지는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간다. 이를 통해 파멸, 이상, 사랑, 그리고 희망이라는 감정을 이색적이고도 신선한 시각으로 조명한다. 방탄소년단(BTS)의 '유포리아' 뮤직비디오에 담긴 드뷔시의 피아노곡 '달빛', 지민의 '라이(Lie)'의 서두에 울려퍼지는 마누엘 데 파야의 오페라 '허무한 인생'을 소개하며 작품이 전하는 허무한 행복과 거짓의 고통을 파헤친다. 블랙핑크의 '셧 다운(Shut Down)'이 샘플링한 리스트의 피아노곡 '라 캄파넬라', (여자)아이들의 '누드(Nxde)'가 샘플링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통해선 탁월함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와 자아 실현을 향한 이상적인 삶을 되짚는다. 여자친구의 '여름비'가 샘플링한 슈만의 '시인의 사랑', 태연의 '그런 밤'이 샘플링한 그리그의 '솔베이그의 노래' 등에서는 작품 속 흥미진진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에 친숙한 K-POP을 통해 예술과 인문에 쉽게 만나고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이 시대에 예술을 감상하고 즐기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2024-07-11 10:14:38

  • 최고의 지성 아마르티아 센의 인간, 불평등, 정체성에 관한 회고

    최고의 지성 아마르티아 센의 인간, 불평등, 정체성에 관한 회고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고 '가난하고 박탈당한 사람들을 위한 옹호자', '경제학계의 양심'으로 불린 아마르티아 센. 그의 연구는 기근, 인간 개발 이론, 후생경제학, 빈곤 메커니즘, 젠더 불평등, 정치적 자유주의에 이르기까지 실로 방대하다. 대차대조표와 무역 거래 또는 GDP에 집착하며 효용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경제학에서 벗어나 '인간의 좋은 삶'을 위한 경제학으로 커다란 방향 전환을 이룬 그의 사상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 책은 빈곤, 격차, 불평등에 주목하며 경제학은 물론, 철학, 정치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족적을 남긴 센이 그의 사상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사건과 사람들, 그리고 시대에 대한 고찰을 담은 회고록이다. 경제학자의 지위를 다지기까지의 전반 생을 중심으로 술회하며 훗날 그가 추구하게 되는 학문적 관심사와 뿌리를 발견할 수 있다. 책에서 드러나는 센의 삶의 궤적은 세계 근현대사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유소년 시절에 목격했던 벵골 대기근 사망자들과 힌두-무슬림 간 종교 분쟁의 희생자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본 채플 벽에 빼곡하게 새겨진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트리니티 칼리지 학생들의 이름들 등.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종교라는 이유만으로, 국가 간 대립에 휘말려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이들은 센의 인생 곳곳에 존재했다. 그는 약육강식의 냉혹한 역사 속에서 고통받는 약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 센이 목격한 종교 분쟁의 희생자였던 카데르 미아는 집에 먹을 것이 없어 일거리를 찾으러 위험을 무릅쓰고 적대적인 지역을 찾았다가 살해당하고 만다. "빈곤은 살해당할 위험이 굉장히 높은 상황을 무릅쓰지 않을 자유도 포함해 모든 종류의 자유를 박탈할 수 있었다."(책 200쪽). 센은 자유의 박탈이 부른 비극을 해결하는 방법 역시 자유에서 찾는다. 기근의 원인을 분석한 연구를 통해 그가 발견한 기근 퇴치의 필수적 요소는 바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였다. "자유로운 언론이 있다면 기근이 시작되었을 때 언론이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리게 될 것이고, 민주적인 투표 제도가 있다면 기근 시기나 기근 직후의 시기에 집권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근을 지체 없이 해소하려는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책 262쪽). 실제로 인도는 영국 식민 치하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언론을 갖게 된 이후 더는 기근 피해를 입지 않는다. 센이 회고록을 집필하던 당시인 2021년에도 알카에다, IS, 강력한 반유대주의,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에 대해 조직적인 적대를 표출하는 이슬람 혐오 집단 등 종교 정체성 기반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종교 정체성뿐만 아니라 정치 성향, 젠더, 지역 갈등 등으로 양극화돼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돌리며 다양한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전 세계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곧잘 인간을 단일한 정체성으로 묶어 쉽게 재단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복수의 '집'(정체성)을 가질 수 있으며, 누군가의 정체성을 하나의 범주만으로 가둘 필요는 없다는 것이 센의 입장이다. "본국, 시민권, 거주지, 언어, 직업, 종교, 정치 성향, 그 밖에도 수많은 정체성은 우리 안에서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고 그 정체성들 모두가 우리 각자를 자기 자신이 되게 해준다."(책 554쪽). 정체성의 다원성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관용적으로 만들고 좋은 삶에는 자유가 불가결하다는 것을 온 생애에 걸쳐 증명했던 아마르티아 센의 메시지는 오늘날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648쪽, 3만3천원.

    2024-07-11 10:14:03

  • 한울림소극장서  27일까지 '베스트3소극장전'

    한울림소극장서 27일까지 '베스트3소극장전'

    (사)한울림은 11일부터 27일까지 한울림소극장(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에서 '베스트3소극장전'을 개최한다. '베스트3소극장전'에서는 서울에서 주목받고 있는 두 작품과 한울림의 대표 레퍼토리 한 작품 등 총 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극적공동체 창작심에서 선보이는 연극 '절대영도'는 일본 극작가 가네시타 다쓰오가 1999년 발표한 희곡을 원작으로 2020년 국내 초연한 작품이다. 교사가 체벌로 여고생을 숨지게 한 실제 사건이 연극의 토대가 됐다. 작품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교사와 죽은 학생의 부모가 서로 얽히며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을 그린다. 극단 불의전차의 '이카이노바이크'는 조선적(朝鮮籍) 재일교포의 삶을 조명한다. 조선적 재일교포는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살아가다 광복 이후에도 한국이나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교포를 일컫는다. 재일교포 3세 김철의 작가의 '탄뎀 보더 버드'를 각색해 무대화한 작품이다. 1952년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고향 땅에서 한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전쟁을 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극단한울림의 '미스타호야'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트로트를 좋아하는 주인공 호야와 가족, 이웃의 이야기를 다룬다. '엄지척' '첫차', '막걸리한잔', '찐이야' 등 우리에 잘 알려진 트로트곡들이 대거 수록됐고 관객이 노래자랑 심사위원으로 뽑혀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노래도 따라 부르고 박수도 치다 보면 공연 시간 90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흥겨운 트로트 뮤직극이다. 문의 053-246-2925.

    2024-07-10 11:18:24

  • '2024 딤프' 대상, 중국 블록버스터 뮤지컬 '비천'

    '2024 딤프' 대상, 중국 블록버스터 뮤지컬 '비천'

    18일간 대구를 뮤지컬의 물결로 물들인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 6월 21일~7월 8일)의 대상은 중국 블록버스터 대작인 '비천'이 차지했다. 딤프는 8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제18회 딤프 어워즈'를 열고 총 12개 부문에 대한 시상을 진행했다. 올해 대상은 중국 고대 전설을 바탕으로 화려한 무대 연출과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은 '비천'이 수상했다. 전통적인 중국 예술과 현대 뮤지컬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해 독창적이고 몰입감 있는 무대를 만들어 냈다는 평이다. 심사위원상은 딤프와 대구시립극단이 공동 제작한 '미싱링크'에게 돌아갔다. 진실과 거짓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독창적으로 극화해 대구 창작뮤지컬 개발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해외 작품에 수상하는 외국뮤지컬상은 인터파크 관객 평점 9.9점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슬랩스틱-스케르조'가 받았다. 수십개의 악기로 최고 수준의 클래식 음악을 선물하는 동시에 끝없는 웃음을 자아내는 흥미진진한 슬랩스틱 무대를 보여준 수작이다. 딤프를 통해 세상에 첫걸음을 내디딘 창작뮤지컬 여섯 작품 중에서는 '시지프스'가 창작뮤지컬상을 받았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연결 지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나아가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시지프스'의 추정화 연출은 앞으로 공연계를 이끌어갈 독보적인 제작진에게 수여하는 '아성 크리에이터상'도 수상했다. 출연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남우주연상은 공동 폐막작 '비천'에서 여행자 역할을 한 가오텐허, '미싱링크'에서 존 허스트 역으로 열연한 조환지가 차지했다. 조환지 배우는 제1회 딤프 뮤지컬스타 대상 수상자로 딤프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낳은 차세대 스타다. 여우주연상도 '미싱링크'의 히로인 베키 허스트 역의 김채이가 수상했다. 이로써 '미싱링크'는 심사위원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총 3개 부문을 석권했다. 남우조연상은 '왕자대전'의 서범석(태종 이방원 역), 여우조연상은 '시지프스'의 윤지우(포엣 역)와 '싱잉 인 더 레인'의 헴보 컬린 밀튼(리나 라몬트 역)이 공동 수상했다. 뮤지컬 전공 대학생의 경연 축제인 '제18회 딤프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의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은 순천향대학교의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받았다. 경쾌한 탭댄스와 오차 없는 완벽한 칼군무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귀감이 되고 있는 스타에게 수상하는 '올해의 스타상'은 올해 딤프 홍보대사인 최재림을 비롯 김준수, 유준상, 마이클 리, 신영숙, 윤공주 등 총 6명에게 돌아갔다. 시상에 이어 이날 어워즈에서는 뮤지컬배우들의 축하공연도 마련됐다.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대상인 순천향대학교의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오프닝 무대를 열었고 이후 지난해 딤프 어워즈 신인상 주역인 길병민 배우, 김보경 배우, 딤프 공동 폐막작 '싱잉 인 더 레인', 최재림의 축하무대가 이어졌다.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은 "장대비와 무더위 속에서도 극장을 찾은 관객들, 오로지 딤프 참가를 위해 한국으로 와준 해외 공연팀들, 멋진 작품을 무대에 올려준 국내 팀과 대학생 팀까지 모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 뮤지컬계를 이끌어가는 딤프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2024-07-09 12:47:54

  • 국가무형문화재 남사당놀이 기반 국악 가족인형극, 대구 무대에

    국가무형문화재 남사당놀이 기반 국악 가족인형극, 대구 무대에

    국가무형문화재 3호 남사당놀이의 덜미(꼭두각시놀음)에 기반한 창작 국악 인형극이 대구 관객을 찾는다. 대덕문화전당은 오는 13일 오후 3시 드림홀에서 전문예술단체 '연희공방 음마갱깽'을 초청해 한국형 도깨비를 소재로 한 인형극 '연희도깨비'를 선보인다. 온 가족을 위한 대덕문화전당의 '패밀리 페스타' 세 번째 작품이다. '연희도깨비'는 전래 동화 '흥부 놀부'와 '도깨비와 개암나무'를 도깨비를 중심으로 각색했다. 마음씨 착한 동생 '흥덕'이 욕심 많은 형 '놀새'의 심부름으로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도깨비와 마주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흥겨운 국악 동요 선율을 활용한 라이브 연주, 상모 돌리기, 버나(대접 돌리기)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통 연희를 극 안에 녹였다. 작품 속 '박첨지 할아버지'와 '도깨비'가 관객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등 관객이 극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도 있다. 커다란 동화책 인형막과 프로젝션 맵핑, 애니메이션 등 현대적 감각을 살린 연출은 또 다른 볼거리다. 전석 2만원(대구 남구 구민 50%, 자원봉사자 30% 할인). 문의 053-664-3118.

    2024-07-08 10:23:12

  • [함께 꿈꾸는 시] 김호진 '야생화'

    [함께 꿈꾸는 시] 김호진 '야생화'

    〈야생화〉 그동안 못 본 척 지나쳐 미안하다 세상의 질문이 너무 컸기 때문이야 미련하게, 해답이 우주 뒤편에 이르는 길인 줄 알았어 〈시작 노트〉 발길 닿는 곳마다 피어 물결이 되는 야생화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름조차 몰라 불러볼 수도 없어 꽃핀 둔덕에 이방인이 되어 서 있었다. 노을이 붉게 다독였지만 공허함이 겹쳐지는 미안함을 숨길 수는 없었다. 왜 난 오랫동안 먼 곳의 허공을 쏘다녔을까? 내 젊은 시절은 왜 사무치는 그리움 쪽으로만 이정표를 세워뒀을까? 발길을 어루만지는 한 무리 야생화 대신 왜 먼 곳의 별자리를 마음에 담았을까? 유성을 닮은 젊음 때문이었다면 설명이 될까? 꽃자리가 별자리임을 너무나 늦게 알아버린 탓에 노을의 어깨를 애써 붙들며 가삐 야생화의 이름을 물어본다.

    2024-07-08 06:30:00

  • 대구영화학교 1기 출신 박찬우 감독, 춘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 대상

    대구영화학교 1기 출신 박찬우 감독, 춘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 대상

    대구영상미디어센터가 운영하는 대구영화학교 1기 연출전공 출신 박찬우 감독이 '2024 춘천영화제'(6월 20~23일)에서 한국단편경쟁 부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아무 잘못 없는'이란 제목의 단편영화로 '2022년 대구 다양성영화 지원사업'의 제작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대구경북을 배경으로 촬영했고 중학교 3학년 검도 유망주 도윤과 7살 남동생 지후를 중심으로 가족 내 갈등과 욕망, 상실의 아픔, 가족의 책임감 등을 담았다. 박 감독의 5번째 단편 연출작이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에 대해 "감독의 확고한 색깔과 영화의 몰입감,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며 관객에게 사무치게 다가가는 힘이 있다"고 평했다. 박 감독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단편에서 감당할 수 있는 서사일지, 러닝타임이 너무 긴 건 아닐지 등 많은 우려가 있었다'며 "헌신적인 스태프와 배우들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던 영화로 앞으로 더 열심히 영화를 찍는 사람이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2019년 대구영상미디어센터의 신규 영화인력 양성 프로그램 대구영화학교 1기 연출전공을 졸업한 후 대구에서 꾸준히 영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은 "박 감독 외에도 대구영화학교 출신 이호철(3기), 이한오(4기), 태지원(4기), 진현정(5기) 감독의 작품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 단편영화제, 광주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등 대구지역 기반 신진 영화감독의 활동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꾸준한 영화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영화 지원사업을 통해 신진 감독 발굴 및 대구경북 영화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2024-07-07 13:47:44

  • 딤프 자체 제작 창작뮤지컬 '애프터 라이프', 해외 진출 가시화

    딤프 자체 제작 창작뮤지컬 '애프터 라이프', 해외 진출 가시화

    (사)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의 자체 제작 창작뮤지컬인 '애프터 라이프'가 오는 5~7일 봉산문화회관에서 공연되는 가운데 중국 등 해외 진출로 이어질 지 관심을 모은다. '애프터 라이프'는 뮤지컬 '투란도트'에 이어 딤프가 11년 만에 야심 차게 선보이는 뮤지컬로, 업그레이드를 거쳐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올해에는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투자자가 직접 대구 공연장을 찾아 이 작품의 판권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딤프 측은 전했다. 이 뮤지컬은 사후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지만 팝과 록, 재즈를 넘나드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예정이다. 2022년 쇼케이스에서 인터파크 평점 9.3을 기록했을 정도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제작진도 황금 라인업이다. 기존 성재준 연출('신과 함께-저승 편', '메리 애닝' 등)과 박현숙 작곡가('팬레터', '미오 프라텔로' 등)에 더해 올해는 유려한 안무로 정평이 난 홍유선 안무감독('하데스타운', '컴프롬어웨이'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배우진에는 딤프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딤프 뮤지컬아카데미와 딤프 뮤지컬스타 출신 배우들, 그리고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했다. 신의 뜻을 받들어 수백 년 동안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한 대가로 파라다이스 빌리지에 입주한 천사 '존' 역에 제4회 뮤지컬스타 최우수상과 인기상을 수상한 이민욱, 인간세상에서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악마 '제임스' 역에 장두환, 현세에서 존이 수호천사로서 보호하던 여인 '루나' 역에 딤프 뮤지컬 배우과정 수료생인 백수민이 캐스팅됐다. 이 밖에도 제7회 딤프 뮤지컬스타 출신 안동혁, 박율리아와 장두환, 정운, 정종환 등 대학로 뮤지컬 스타들이 함께한다. '애프터 라이프'의 총괄 프로듀서인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이 작품의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맞는 해"라며 "딤프가 국내 제작 뮤지컬의 해외 유통을 촉진시키는 진정한 아트마켓의 장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2024-07-03 10:16:46

  • 탄생 100주년 지역 시인 신동집·박양균 특별전

    탄생 100주년 지역 시인 신동집·박양균 특별전

    대구문학관이 이달 2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문학관 3층에서 '신동집·박양균 시인 탄생 100주년 특별전시'를 개최한다. 대구문학관은 탄생 100주년을 맞는 지역 주요 작가들의 작품과 문학적 성과를 조명하는 특별전시를 매년 열고 있다. 2022년 김춘수 시인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 여영택 시인(아동문학가), 이우출 시조시인, 전상렬 시인의 특별전시가 마련됐다. 신동집, 박양균 시인은 이윤수, 박목월, 유치환, 이호우, 김춘수 등과 해방 후 첫 시 동인지인 '죽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해 지역 뿐 아니라 한국시문학사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 대구 출신인 신동집(1924~2003년) 시인은 20권이 넘는 시집을 포함해 40여 권에 이르는 작품집을 통해 '다작의 시인'으로 회자되며, 남다른 시론과 창작의 깊이를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그의 시 '오렌지'는 문학 교과서에 수록돼 학생들에게 널리 읽혀지고 있고, 1955년 첫 시집 '서정의 유형'으로 아시아자유문학상을 수상했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과작(寡作)의 시인'으로 불린 박양균(1924~1990년)은 비록 3권의 시집과 1권의 선집을 남겼으나 '벽', '육교에서' 등의 작품을 통해 현대적 시적 상상력과 끝없는 사유의 넓이를 펼쳐보였다. 조병화, 김창석 등과 함께 동인지 '형상'(1946년)을 출간했고, 한국문인협회 및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경북지부장과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헸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죽순', '전선시첩', '한국전후문제시집', '현대시집' 등으로 동시대를 함께 한 두 시인의 흔적과 함께 대표 시집 및 등단·활동 문예지 등 대구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이들의 문학활동상을 살펴본다. 시인의 전집과 작품집 등을 관람객이 직접 펼쳐 열람할 수 있는 '작가의 서재'에서는 두 시인의 대표작들을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하청호 대구문학관장은 "신동집, 박양균 시인의 작품과 동시대에 함께 한 문학활동을 당대의 자료를 통해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문학사에 두 분이 끼친 영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무료. 매주 월요일 정기 휴관일.

    2024-07-02 16:27:06

  • '그리스 로마신화' 번역가 故 이윤기 작가 문학비 제막식

    '그리스 로마신화' 번역가 故 이윤기 작가 문학비 제막식

    '그리스 로마신화' 번역가인 고(故) 이윤기(1947~2010년) 작가 문학비 제막식이 지난달 28일 그의 고향인 대구 군위군 우보면 두북리 소공원에서 열렸다. 우보면 선곡1리에서 두북리에 이르는 4킬로미터(km) 구간은 '이윤기 명예도로'로 명명됐다. 소설가이자 번역가, 신화학자로 활동했던 이윤기 작가 문학비 건립사업은 군위문인협회 주최, 군위군 후원으로 이뤄졌다. 이윤기기념사업회장인 이전호 군인문인협회장은 "이번 문학비 건립으로 이윤기 작가의 문학적 성과를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군위 문학의 자긍심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24-07-02 14:26:32

  • [문학 속 호모에스테티쿠스] <38>루쉰의 ‘비누’, 씻어 내야 할 때의 종류

    [문학 속 호모에스테티쿠스] <38>루쉰의 ‘비누’, 씻어 내야 할 때의 종류

    루쉰은 중국 근현대 문학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큐정전'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에게 크게 알려진 작품은 없다. 당시 중국인들을 계몽하려는 마음이 절박해서 문학 미학적인 문제는 관심 쏟을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필자의 독서 반경 내에서는 그나마 '비누'(1924년)라는 단편을 그런 방향으로 독해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비누,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물론 당시의 미흡한 청결성이나 미의식은 충분히 지적할 만하다. 그러나 루쉰은 그런 외적 현상을 넘어 좀 더 깊이 내려간다. 그의 비판적 시선은 청결 문제에서 에로스를 거쳐 미덕의 차원까지 관통한다. 주인공 쓰밍은 1남 2녀를 둔 가장으로 중산층 지식인이다. 그는 유교와 전통문화에 경도된 꼰대 중화주의자다. 신세대들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만 그도 대세는 어쩔 수 없는지라 신문물을 아주 외면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아들을 신식 학교에 보내 영어를 배우게 한다. 쓰밍의 아내도 가정주부로서 종래의 사고방식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뛰어난 감각으로 남편의 모순과 위선을 들추는 내부 고발자의 역할을 한다. 쓰밍은 퇴근길에 향기 좋은 외제 비누를 하나 사와 아내에게 준다. 아내는 안 그래도 잘 씻기지 않는 목덜미의 때로 인해 창피하던 참이라 반가워한다. 그러나 남편이 비누를 사 오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기분이 가라앉는다. 쓰밍은 가게에서 비누를 고르며 꼬치꼬치 따지다가 주변에 있던 여학생들에게 '어두푸(惡毒婦)'라는 말을 듣는다. 분명 욕 같은데 영어를 몰라서 속을 끓이다 집에 온다. 또래의 아들을 보자마자 '어두푸'가 무슨 뜻인지 알아내라며 다그친다. 그러자 아내는 "무슨 말이 밑도 끝도 없이 그러냐"며 남편의 막무가내를 꼬집는다. 그제야 전후 사정을 설명하면서 쓰밍은 신세대를 무차별 공격한다. "학생도 도덕의식이 없고 사회도 도덕 관념이 없고. 무슨 대책을 생각하지 않으면 중국은 망하고 말 거야." 그러면서 쓰밍은 예외적 사례로 길가에서 목격한 거지 처녀에 관해 이야기한다. 18∼19세쯤 되는 이 처녀는 눈먼 할머니를 위해 헌신적으로 동냥하는 효녀다. 쓰밍은 요즘 학생들과 달리 너무나 훌륭한 젊은이라고 칭찬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동전 한 푼 건네지 않았다. 게다가 거지 처녀도 비누로 뽀드득뽀드득 씻기만 하면 예쁠 거라는 건달들의 말에 눈길이 다시 간다. 이게 쓰밍을 비누 가게로 가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남편이 거지 효녀를 상찬하고 신식 여학생들을 싸잡아 비난하자 아내는 대꾸한다. "당신네 남자들은 열여덟 아홉 된 여학생을 욕하거나 아니면 또래의 여자 거지를 칭송하지만 다 좋은 마음에서 그러는 게 아니잖아요. 뽀드득뽀드득 이라니, 뻔뻔하기 짝이 없어요." '어리숙한 게 당수 팔 단'이라고 아내의 반격이 날카롭다. 아내는 남편의 효녀 칭송 뒤에 가려진 성적 욕망을 들춰내고 신문화에 대한 열등감을 꼬집는다. 실로 쓰밍이 젊은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일종의 자격지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구지식인들의 오만과 시대착오는 바뀌지 않는다. 이날 밤 쓰밍과 친구들은 신문에 기고할 글을 다듬는데, 애국지사인 양 젊은이들을 훈계하고 계몽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거지 효녀를 미담 사례로 소개할까 하다가 그녀가 한시를 짓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만둔다. 시를 모르는 사람의 충효는 공적인 칭찬의 대상이 못 된다는 것이다. 엘리트주의의 오만이 극치를 이룬다. '비누'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목덜미의 묵은 때야 좋은 비누로 씻으면 되지만 봉건 관념의 굳은 때는 무엇으로 씻어 낼 것인가. 다음 날 아침 쓰밍의 아내는 세면대에서 비누 거품을 퐁퐁 내며 신나게 목 때를 씻어 낸다.

    2024-07-01 14:06:34

  • 박헌경 변호사, 칼럼집 '역사와 현실' 발간

    박헌경 변호사, 칼럼집 '역사와 현실' 발간

    본지 외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박헌경 변호사가 1일 '역사와 현실'(매일신문 펴냄)이란 제목의 칼럼집을 출간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안보, 사회, 종교,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시대 현안에 대해 신문 칼럼에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은 동서양 역사에 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오늘날 우리나라가 직면한 현실 문제들을 역사의 거울에 비춰 직시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경세서(經世書)다. 추천사에서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는 "다양한 영역에 걸친 폭넓은 주제들에 관한 균형 잡힌 시각과 깊은 통찰이 돋보이는 글들로 채워져 있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김두관 전 국회의원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시대적 현안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에 대한 대안과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라고 평했다. 박 변호사는 "현실 비판을 넘어 역사의 교훈으로부터 나름의 현실 문제에 대한 대안과 해답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며 "우리 모두 '역사는 오늘의 거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2024-07-01 11:28:05

  • [함께 꿈꾸는 시] 이상규 '소리의 문법'

    [함께 꿈꾸는 시] 이상규 '소리의 문법'

    〈소리의 문법〉 평면은 어떤 가정의 구조물 켜켜이 쌓인 시간의 단층에는 증발해 버린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을 포개어 만든 역사 또한 완전 허구적인 불화의 퇴적물이다 평면과 시간이 결합하여 연출하는 별빛과 달빛 그림자는 천강지곡 게송의 운률이다 공간과 시간 바깥에서 본 우주의 그림자는 한 방향으로 비친 흔적이 아니라 가운데로 엇갈리게 퍼져 있는 그림자이다 〈시작 노트〉 나는 불치의 전율하는 그리움으로 시를 쓴다. 시를 잉태하는 시간이 옛날보다 차츰 길어진다. 나이 탓인가? 시에 대한 정신, 영감에 대해 더욱 존경받는 길을 걷고 있다. 사물과 정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자, 노래하는 소리 문법의 주인인 시인으로 살아간다. 시가 온전한 목적을 갖기 위해 시인의 몸은 부존의 존재일 뿐이다. 괜찮은 시 몇 편이 시인을 완성 시켜 주진 않는다. 시와 시인의 완성도는 별개의 차원이다.

    2024-07-01 06:30:00

  • 대구예총, 베트남 다낭문련과 국제예술교류

    대구예총, 베트남 다낭문련과 국제예술교류

    (사)대구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회장 이창환, 이하 대구예총)는 베트남 다낭 문학예술계연합회(회장 부이 반 띠엔, 이하 다낭문련)와 6월 27~30일 베트남 뚜엉 응웬히엔징 극장에서 국제예술교류 행사를 가졌다. 두 단체는 2022년 협약을 맺은 후 매년 대구와 다낭을 오가며 전시와 공연 등 예술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다낭문련이 대구예총 초청으로 대구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공연 및 사진예술 분야의 교류를 했고, 이번에는 대구예총이 국악, 성악, 미술, 사진, 건축 분야로 교류단을 꾸려 다낭을 방문했다. 첫날인 27일 대구예총 교류단은 국악인 손용민의 태평소와 김영진, 육준희, 김수진의 전통 국악기 연주, 김은비의 민요, 소프라노 배혜리와 이정아, 바리톤 안성국 등의 뮤지컬 갈라와 오페라 아리아 등 공연을 선보였다. 이어 28일 다낭 APEC공원에서 미술과 사진, 건축 등의 합동교류전을 개막하고 해당 분야별 업무협약도 맺었다. 30일에는 다낭시 인민위원회가 마련한 간담회에 참석해 양 도시 간 지속적인 예술교류 방안 및 발전에 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창환 대구예총 회장은 "공연과 전시 분야의 교류를 동시에 진행한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대구예술의 저력과 수준을 베트남에 다시 한 번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보람 있었다"고 했다.

    2024-06-30 14: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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