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기자 lil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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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53>존 케이지(John Cage)의 미니멀리즘, ‘4분 33초’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53>존 케이지(John Cage)의 미니멀리즘, ‘4분 33초’

    존 케이지 작 '4분 33초'는 1952년 8월 29일 뉴욕주 북부 우드스탁 숲속에 위치한 메버릭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David Tudor)가 초연했다. 그러나 실은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았다. 피아노는 열려 있었고 중간 중간 악보를 넘기긴 했으나 4분 33초 동안 연주자는 침묵했다. 그리고 피아노 뚜껑을 닫고 무대를 떠났다. 공연이 끝이 났다. 그뿐이었다. '4분 33초'는 총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악보에는 다만 1악장 TACET(침묵), 2악장 TACET(침묵), 3악장도 TACET(침묵)으로 적혀 있다. '4분 33초'는 오선 위에 어떤 음표도 없는 곡이다. 곡 제목은 전체 연주 시간에서 따왔다. 관객은 침묵을 통해 소음의 청취자가 되는 것이 이 음악의 의도이다. 먼 곳까지 차를 몰고 음악을 들으러 온 관객들은 급진적인 침묵의 음악에 혼란과 충격을 받았다. '4분 33초'는 연주 현장에서 우연히 만들어지는 기침 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빗방울 소리, 실망한 관객이 불만을 표시하며 공연장을 나가는 소리 등의 자연스러운 소음이 작품을 구성한다. 작곡자는 음악 윤곽과 아이디어만 전해주고 나머지는 연주 당시의 불확정적인 우연성에 맡긴다. 연주 환경 자체가 매번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이것은 이제껏 음악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침묵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며, 자연발생적인 소음을 통해 음악을 지겹도록 아름다운 소리로부터 해방시키겠다는 의도이다.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이 곡은 존 케이지를 단번에 세계 최고의 전위 예술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케이지는 일본 불교학자에게 선을 배우며 동양 사상을 음악의 과정 속으로 끌어들였다. '4분 33초'는 선(禪)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무의도성에 목적을 둔다. 그가 시도한 침묵의 소리는 불교 경전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만물은 실체가 없으며 그 실체 없음이 곧 실체)이라는 명제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것은 다시 '위도일손 손지우손 이지어무위'(危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도는 날마다 더는 것이며, 덜고 덜어 무위에 이르는 것)라는 노자의 무위(無爲)에 닿는다. 또한 장자의 제물론(齊物論) 중 자유(子遊)와 자기(子綦)의 대화에 드러나는 하늘의 퉁소 소리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케이지의 의도는 비어 있는 시공간에 더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텅 빈 침묵은 폐쇄적인 것이 아닌 열려 있는 침묵으로, 음악에 있어서 여백의 미, 여백의 소리를 창조하는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음악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일상에 흩어져 있는 삶 주변의 소리에 주목하는 것이며, 음악과 소음의 경계를 넘어 더 깊은 소리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며, 소음을 통해 소리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그는 비움을 통해 동양의 내면에 한 발짝 들어섰고 음악을 모든 질서로부터 해방시켜 시간과 공간 속에 자유롭게 두고자 했다. 가히 혁명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4분 33초'는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추구하며 비합리의 합리와 부조리의 조리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성채처럼 튼튼하게 쌓아올린 서양 음악의 규칙과 질서의 오랜 전통을 조소한다. 약 70여 년 전 케이지의 시도는 지금도 모든 전위적 시도의 맨 앞에 선 획기적인 작품으로 회자되고 있다.

    2024-04-29 16:16:27

  • 윤슬무용단 박지윤 안무가, 제26회 전국차세대안무가전 대상

    윤슬무용단 박지윤 안무가, 제26회 전국차세대안무가전 대상

    윤슬무용단의 박지윤 안무가가 대구무용협회 주최·주관의 '제26회 전국 차세대 안무가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26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린 이날 경연에는 예선을 통과한 3개 팀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대상과 안무상은 박지윤((계명대 졸업) 씨, 최우수상은 뽕잡화점(안무 박소희), 우수상은 클라인플라츠(안무 조혜원)가 수상했다. 연기상은 박소희·이민근·백묘정 씨가 벋었다. 노진환 심사위원장은 "이번 전국차세대안무가전은 작품 수준이 3팀 모두 우수했고 개인들의 기량들도 훌륭했다"며 "대상 윤슬무용단의 작품은 가장 주제와 표현력이 뛰어났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다"고 평했다.

    2024-04-29 13:44:44

  • [함께 꿈꾸는 시] 박희숙 '학교 가는 길'

    [함께 꿈꾸는 시] 박희숙 '학교 가는 길'

    〈학교 가는 길? 길은 살아있네 그늘 숨긴 가로수를 당기며 가방 둘러멘 아이들의 바지 길이를 키우며 얼금얼금한 담장을 세우고 구멍 사이 덩굴장미를 피워 올리네 아이들이 담벼락에 붙어 서서 꽃송이를 세네 더러는 가시에 찔리고 더러는 이파리에 베이면서 아악, 코를 떨어뜨리네 툭툭, 피가 돋네 한 송이 더 피어도 넘치지 않고 덜 피어도 모자라지 않아서 꽃들은 덤불 속에서 스스로 폭발하네 꽃술에 앉았다가 미끄러지는 마음아 날아오르는 나비야 사라질 듯 눈 속으로 달려드는 너는 어디까지 따라오려 하니 먼빛으로 바래다주는 아슴푸레한 눈길 우체국 지나고 신호등 지나고 건널목 지나 학교 앞서야 멈추려 하니 꽃피고 바람 불고 경적이 일어나는 학교 가는 길 〈시작 노트〉 학교로 가는, 살아있는 길을 만나게 된다. 바람 불고 소음이 일어나는 길 끝, 어느 인심 좋은 담벼락에 덩굴장미가 피어있다. 꽃들은 한 송이 더 피어도 덜 피어도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어 스스로 폭발하고 사그라진다. 누구나 우거진 장미 마중을 꿈꾸며 나아가지만, 꽃을 만날는지 가시에 찔릴는지 아무도 모를 일, 지금 바른 방향으로 걷고 있다면 길은 언제나 적절한 말을 건네고 적합한 꽃을 피울 것이다. 나는 오늘도 살아있는 길 위에 서 있다.

    2024-04-29 06:30:00

  • 태전도서관, 문화예술 동아리활동 지원사업 선정

    태전도서관, 문화예술 동아리활동 지원사업 선정

    행복북구문화재단 태전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도서관문화진흥원 주관의 '2024년 도서관 문화예술 동아리활동 지원 공모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도서관 문화예술 동아리활동 지원 사업은 주민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공도서관에 커뮤니티 구성 및 동아리 프로그램 운영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태전도서관은 5월부터 11월까지 '인형의 꿈'이라는 인형극 동아리를 운영한다. 동아리는 ▷나만의 인형극 주제 정하기 ▷스토리보드 구성과 한지인형 제작 ▷무대 공간 구성하기 ▷공연 연습 및 자료집 제작 ▷인형극 공연 순으로 총 18회 진행된다. 참여 신청은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문의 053-320-5182.

    2024-04-28 11:40:24

  • 연극 '별이네 헤어살롱' 봉산문화회관 무대에…2024년 공연장 상주단체 첫 공연

    연극 '별이네 헤어살롱' 봉산문화회관 무대에…2024년 공연장 상주단체 첫 공연

    봉산문화회관과 극단 창작플레이는 공연장 상주단체 레퍼토리 공연으로 연극 '별이네 헤어살롱'을 5월 10일부터 26일까지 봉산문화회관 스페이스라온에서 선보인다. 연극 '별이네헤어살롱'은 가족을 테마로 한 코믹 연극으로, 시골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엄마와 타지에서 평범한 회사생활을 하는 딸 별이가 고향집으로 돌아온 후 수상한 행동을 보이며 벌어지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엄마와 별이네 미용실의 주 고객인 할머니들의 수다로 웃음과 눈물이 끊이지 않는다. 출연진으로는 2018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온 이지영, 이창건, 박인경, 황현아 씨가 함께 한다. 극작 및 연출을 맡은 김하나 씨는 "지난 6년 간 호흡을 맞추며 쌓아온 배우들의 시너지가 무대 위에서 어떻게 발휘되는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며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부분도 준비돼 있으니 많은 관람 바란다"고 했다. 노태철 봉산문화회관장은 "올해 첫 공연장 상주단체 공연인 만큼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기 위해 배우 및 스태프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리네 이야기니 함께 웃고 위로 받으며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7시,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3시. 전석 2만5천원. 문의 053-422-6280.

    2024-04-25 11:14:09

  • [김건표의 인세이셔블 연극 리뷰]'휴머노이드 로봇 콜리가 들려주는 따뜻한 휴머니즘’, 국립극단 <천 개의 파랑>

    [김건표의 인세이셔블 연극 리뷰]'휴머노이드 로봇 콜리가 들려주는 따뜻한 휴머니즘’, 국립극단 <천 개의 파랑>

    바야흐로 연극 무대에 움직이며 동작을 만들고 인간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 받는 AI로봇이 등장하는 시대다. 인형에 갑옷을 입힌 듯한 형상이면서도 지하철 역사에서 마주치는 로봇 역무원 웨이와도 닮아 있다. 극 중 인물과 교감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 로봇 '콜리'가 등장하는 SF연극 〈천 개의 파랑〉(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 이야기다. ◆ SF소설, SF연극의 사이 로봇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이미 반려 로봇 강아지가 단절된 사회에서 고독사를 막아주는 가족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반려 로봇 강아지와 감정을 교감하고 위로를 받은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일본의 경우 반려 로봇 강아지의 장례식이 지구촌 화제가 될 정도로, 반려 로봇 강아지와 독거노인들의 동거가 현실화 되는 추세다. 발 냄새를 맡을 정도로 후각에 민감한 로봇, AI 딥러닝과 클라우드 기술로 반려동물의 감각을 극대화한 로봇 강아지 '아이보'는 인간의 촉감을 인지할 수 있고, 카메라를 통한 얼굴 앞면 인식 기능을 탑재하여 카메라를 사람의 얼굴을 판별하며, 자신과 놀아주지 않으면 소리를 내고 밥까지 먹는다고 한다. 로봇이 등장하는 연극이 이상할 것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2013년 두산아트센터에서는 일본의 휴머노이드 연극 〈사요나라〉가 공연된 바 있다. 일본 이시구로 연구소에서 개발한 인간 여성 모습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미노이드 F'와 한 명의 인간 배우가 연기를 펼쳤다. 불치병에 걸린 소녀에게 삶을 성찰하는 시를 읽어주는 간병인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한다. 당시 공연을 관람한 김기란 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관극 경험을 적었다. "정교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평이한 짧은 대화로 진행되는 〈사요나라〉에서 간병인이 로봇이라는 사실은 공연의 마지막에 밝혀진다. 인간과 함께 무대 위에 선 로봇은 최소한 밧데리가 방전될 때까지 제 역할을 해낸다. 로봇의 연기는 인간의 그것과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그 목소리는 함께 했던 인간 배우의 목소리를 소음으로 느끼게 할 만큼 아름답고, 그래서 충격과 함께 야릇한 정서적 감동을 선사했다. 인간이 연기해야만 감정이입이 가능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충격과 함께, 아름다운 소리로 시를 읽어주는 로봇에게 감정을 느끼는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KAIST의 김종환 교수가 '로봇연극'을 개발했다. 로봇연극의 아이디어는 이렇다. 휴머노이드 로봇, 드럼 치는 로봇, 대화를 주고받는 로봇, 청소하는 로봇 등이 등장하고 이들 로봇이 극 중 인물로 분해 센서로 대사를 주고받는 배우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 대신 감성과 지능을 가진 자율 이동 로봇이 등장해 스토리에 따라 감정을 인지해 극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김종환 교수의 아이디어는 현실이 되었다. 알려진 대로 연극 〈천 개의 파랑〉은 천선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희곡 〈왕서개 이야기〉를 쓰고, 토마스 H. 쿡의 소설 〈붉은 낙엽〉을 각색한 바 있는 김도영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 장한새 연출은 로봇을 극의 중심적 매개로 인류의 초현실적인 현상을 다룬 〈햄버거 먹다가 생각날 이야기〉, 〈어부의 핵〉 등으로 SF연극에 특화되어 있는 연출가다. 장한새 연출은 2023년 '과학기술과 예술'를 주제로 하는 국립극단 [창작공감: 연출] 부문에 선정되었고,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작인 『천 개의 파랑』을 연극 무대로 옮겼다. 7개월간의 개발 과정이 무색하게 공연 시간이 늘어나고 공연 개막이 미뤄지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연 〈천 개의 파랑〉은 기존 SF연극이 소재의 차원에서 소비되는 상황을 단박에 뛰어넘는 혁신적인 무대로 기록될 만하다. 과학기술과 연극의 결합을 위해 국립극단은 주제 리서치, 기술 자문과 워크숍을 통해 SF소설이 연극 무대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표현방식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작업 과정을 거쳤다. 그럼에도 개막이 미뤄지며 공연 기간이 단축된 탓도 있겠지만,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관심을 모은 〈천 개의 파랑〉은 무대공간과 표현기술의 한계로 휴머로이드 로봇을 내세워 SF연극의 확장된 상상력을 보여주려던 시도에 그친 감이 있다. 인간의 승부욕을 충족하기 위해 달리던 경주마 투데이의 부상과 함께 콜리의 몸도 공중으로 떠올라 부서지는 첫장면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다음 장면은 공중에 떠오른 콜리 눈에 비친 천 개의 파랑의 이미지, 그 경이의 순간을 강력하게 무대화했다. 개방적인 무대 앞 스크린으로 언리얼 엔진, 메타 휴먼, 모션 캡쳐와 가상현실이 결합되어 투사되는 영상 이미지들은 SF소설속 언어를 무대 이미지로 전환하는 흥미로운 표현방식이었다. 하지만 장편소설 속 '서사'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극적인 사건 혹은 선택에의 집중을 방해하고, 번잡한 동선, 압축과 생략이 부족한 장면을 구성함으로써 동물의 복지권, 기계와의 교감 등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 자체를 무화시키는 원작의 감동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서사장르인 소설을 각색하여 극장르인 연극으로 전환할 때 고민해야 할 지점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 로봇과 인간의 공존, 희망적인 미래의 시대 한국 'SF연극의 역사와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인간과 미래, 연극의 미래』 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SF연극에 주목해온 전지니 평론가는 "연극이 통상 현실 사회에 대한 불안을 미래사회에 대한 상상력과 관련지어 표출했을 때, SF연극으로 규정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뮤지컬 제작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SF소설 『천 개의 파랑』은 인간을 통해 위로받지 못하는 분열과 갈등의 시대, 로봇 콜리를 통해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 불안정한 인간 내면에 내재된 분열과 불안이 거세된 듯한 명랑하고 다정한 휴머노이드 로봇 콜리를 통해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인간의 가슴 속에도 여전히 천 개의 파랑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연극 〈천 개의 파랑〉은 로봇 콜리와 경주마 투데이의 관계처럼 가장 인간적인 정서임에도 이제는 느껴보기 힘든 죽음을 불사하는 숭고한 헌신을 감각케 하는데, 그것이 SF적 상상으로 읽히기보다 현실로 투영되기 때문에 그만큼 소설의 서사가 판타지가 아닌, 10년 뒤 현실이 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천 개의 파랑〉에서는 로봇 콜리와 인간의 관계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극 중 인물도, 경주마 투데이도, 로봇 콜리도 모두 결핍과 소외의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하반신이 마비된 중도장애로, 휠체어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은혜(류이재 분), 자신의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대상으로 콜리를 대하는 전직 배우였던 엄마 보경(김현정 분), 그리고 가족보다 로봇에 더 몰두하며 하반신이 부서진 콜리를 수리하기 위해 애쓰는 연재(최하윤 분)의 가족 관계 속에서, 이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활의 편리를 위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 대신, 교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인간 그 이상의 대상으로 수용하게 된다. 경주마 투데이를 살리기 위해 달리는 말 등에서 스스로 낙마해 하반신이 망가진 휴머노이드 기수(騎手)인 로봇 콜리를 실제 로봇이 연기하지만, 콜리의 내면이자 분신같은 존재를 인간 배우(김예은 분)로 설정함으로써,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연극 〈천개의 파랑〉이 원작소설의 재현에 갇히지 않고 연극으로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은 콜리로 분한 김예은의 연기 덕분이다. 배우 김예은은 마치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의 영혼을 불러들인 것처럼, 연기도 몸의 감각도 대사의 호흡과 리듬도 탁월한 집중과 몰입을 보여주었다. 콜리의 심장을 느끼게 할 정도의 훌륭한 연기였다. 원작인 장편소설의 서사를 꾹꾹 눌러 담으려 한 각색, 무대에서 그것을 연출적으로 덜어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콜리와 그 내면, 투데이의 마지막 경주에 이르기까지의 필수적인 극적 관계와 영상 이미지에 집중하고 여백을 살렸다면 어땠을까. 이야기는 많고 장면의 강조가 크게 느껴진다.

    2024-04-24 08:31:00

  • [책 CHECK] 이것이 개벽이다(상) 개정3판

    [책 CHECK] 이것이 개벽이다(상) 개정3판

    전 세계인을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빈발하는 거대 지진, 기후위기를 넘어선 기후비상사태, 강대국 간 패권 다툼, 경제 위기 등 지금 지구촌에는 격변이 몰아치고 있다. 증산도 종도사(최고 지도자)인 저자는 이러한 격변의 비밀은 새 세상을 열어 젖히는 변혁의 손길 '가을개벽'을 알 때 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인류 문명의 판이 바뀌는 때! 인류 문명이 분열과 성장의 여름을 지나 성숙과 통일의 계절인 가을로 넘어간다."(표지글 중) 책에 따르면 인류는 지금까지 살아온 우주일년의 여름을 마치고 우주의 가을로 들어서는 환절기에 살고 있다. 이를 가을개벽이라 명명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류는 종말적 대변국과 마주하게 된다. 새 생명을 낳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는 출산의 고통 같은 것이다. 저자는 가을개벽을 자연개벽, 문명개벽, 인간개벽 등 3대 주제로 세분화했다. 지구의 운행질서가 바뀌고, 상생의 새 문명으로 전환되며, 인간의 신성이 고도로 발현되는 영성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한다. 1980년대 초 발행된 초판 내용을 현 상황에 맞게 보강한 개정3판은 가을개벽에 대한 설명으로만 그치지 않고 이를 대비하고 극복해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비전까지 담고 있다. 608쪽, 4만5천원.

    2024-04-23 15:40:34

  • [책 CHECK] 도올 주역 계사전

    [책 CHECK] 도올 주역 계사전

    '주역'은 쉼 없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우주만물의 운행원리를 음양론에 따라 64개의 괘상과 384개의 효사로 쉽고 간략하게 상징화해 그것으로 천지간에 서있는 인간 삶의 복잡다단한 이치를 밝혀낸다. 이러한 주역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설하고 설명하는 심오한 문헌이 '주역 계사전'이다. 공자의 저술이라고 하나 공문(孔門)의 제자들에 의해 계사전은 완성됐다고 본다. 주역 계사전은 주역이 만들어진 제작의도와 제작원리를 인류문명사의 실제와 연결시켜 설명해 인간세에 발휘되는 주역의 공능과 효용을 밝혀준다. 또 언행과 우환으로 대표되는 인간 내면의 덕성을 함양시키고 인간의 공적행위에 해당하는 정치사상과 사회의식까지를 고도의 철학적인 언어로 종합시킨다. 이 주역 계사전을 저자는 22세 어린 나이에 처음 접하고 득도했고 그 깨달음을 54년 동안 숙성시켜 비로소 '도올 주역 계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놨다. 한문으로 된 고전을 심혈을 기울여 우리말로 옮기고 계사의 철학을 장쾌하게 풀어냈으며 계사철학에 대한 해설 외에도 '역경' 전체를 소화된 우리말로 번역돼 부록으로 실었다. 저자의 피땀 어린 학문 여정과 독자를 위한 정성 어린 배려를 느낄 수 있는 역작이다. 504쪽, 2만8천원.

    2024-04-23 15:40:14

  • 주택 소유를 둘러싼 인종차별과 돈 장사

    주택 소유를 둘러싼 인종차별과 돈 장사

    주택 소유에 대한 열망은 시대, 세대, 지역을 불문한다. 극심한 빈익빈 부익부의 나라 미국에서도 주택 소유는 '아메리칸 드림'의 주춧돌이자 실현이다. 아울러 주택 문제는 사회 갈등과 사회 불평등의 키워드로 자리 잡아 분열의 온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부자와 빈자, 도시와 농촌,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서 펼쳐지는 문제라면, 미국의 경우에는 백인과 비백인(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이, 즉 인종 문제가 추가되면서 더욱 복잡하고 까다로워진다. 미국 프린스턴대 키앙가야마타 테일러 교수가 쓴 '이윤을 향한 질주'(Race for Profit)는 미국의 주택 정책과 관련한 인종차별 역사를 다룬다. 시기적으로는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를 아우른다. 정부의 무책임이 어떻게 은행과 부동산업체를 배 불렸는지, 어떻게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착취했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968년 제정된 공정주택법 등을 토대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저소득층 주택 소유 프로그램(연방 보조금·긴 상환 기간·모기지 보험 보증 등)을 진행했다. 대출금이 연체되면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대출을 실시하자 부동산 중개인과 모기지 대출기관이 새로운 고객에 눈독을 들였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 경기가 둔화하고 대출이 줄어들고 있었다. 업계로선 신규 고객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 때 정부 보증을 등에 업은 흑인이 수요자로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집을 사고파는 데 익숙한 백인보다 집을 구매해 본 적이 없는 가난한 흑인들은 그들에게 손쉬운 상대이자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간 흑인들을 배제해왔던 부동산업체와 모기지은행은 흑인들에게 집을 소개하고 대거 돈을 빌려줬다. 특히 부동산 및 모기지 은행가들에게 흑인 여성들은 중요한 고객이었다. 흑인 여성은 가난하고 절망적이며 납부금을 연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의 프로그램과 달리 압류된 주택의 모기지에 대해 대출 기관에 전액 지불을 보장해주는 주택도시개발부-연방주택청의 보증은 위험을 배제의 사유에서 포용의 인센티브로 뒤집어놓았다. 저자는 이를 '약탈적 포용'이라고 표현한다. 약탈적 포용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주택 매수자가 기존의 부동산 관행과 모기지 금융에 대한 접근 기회를 더 비싸고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조건으로 부여받았음을 뜻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동산업계는 백인들이 거주하는 교외 지역보다 인프라가 노후하고 학군도 좋지 않은 지역으로 흑인들을 내몰았다. 미국에서 주택의 가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의 인접성 여부에 좌우된다는 시장 논리를 앞세워서 말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낙후된 도시 지역으로 분리시킨 뒤 해당 지역사회에 자원 및 기타 투자 제공을 차단하자 그들은 급여가 더 나은 일자리와 자원이 넉넉한 공립학교에 접근하기 어려워졌고 기준 미달 주택으로 밀려났다. 이러한 상황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잠재적 주택 소유자로서 부적합하고, 주택 시장에서 부동산 가치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임을 말해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더 큰 주택 시장을 감염시켜서는 안 되므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거주를 흑인 전용 동네로 제한하자는 주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저자는 지난 100년 동안 주택 시장이 인종차별 없이 공정하게 운영된 적이 없다고 말한다. 1968년 공정주택법 사례에서 보듯 시장은 정부의 정책 의도 대신 이윤과 인종차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책에는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언급은 없다. 과거 미국 주택 시장이 '포용이라는 이름의 차별과 배제의 고착화'로 얼룩졌다면 현재는 과연 어떤 상태일까. 나아졌을까. 584쪽, 3만7천원,

    2024-04-23 15:38:39

  • 태전도서관, '퇴근길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

    태전도서관, '퇴근길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

    행복북구문화재단 태전도서관은 문화가 있는 날과 연계해 이달부터 3개월간 '퇴근길 인문학'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직장인과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이희정 문학심리상담사의 '지친 마음, 문학으로 달래기'란 주제로 총 3회 운영한다. 이달 30일은 '나는 이런 사람' 이라는 주제로 문학작품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고, 다음달 28일은 '내가 지나온 길'이란 주제로 나의 인생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6월 25일에는 '내 삶의 다섯 가지 정체성'이란 주제로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행사 참여 신청은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문의 053-320-5183.

    2024-04-23 15:35:07

  •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어린이 국악 뮤지컬 ‘어린왕자'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어린이 국악 뮤지컬 ‘어린왕자'

    대구문화예술회관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린이 국악 뮤지컬 '어린왕자'를 5월 3~5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무대에 올린다. 이 공연은 앙투안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를 원작으로 현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각색한 작품이다.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주인공인 미오와 비행기 조종사로서 사막에서의 추억을 간직한 부지 할아버지가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길들임의 의미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다. 극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가족에 대한 사랑'을 친근한 대사, 생동감 넘치는 안무, 국악을 곁들인 라이브 연주로 감상할 수 있는 이색 공연이다. 연출 및 각색은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에 성공한 뮤지컬 '인터뷰'와 '프리다',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스모크' 등을 각색·연출한 추정화 씨가 맡았다. 연주자로는 밴드마스터 김성원, 드럼 정효민, 베이스 정재현, 기타 최만호, 건반 강한뫼, 해금 남영주, 대금 구슬기, 가야금 홍혜림, 피리 정규혁이 출연한다. 배우진은 어린왕자 역의 김현서, 미오 역 이예진, 부지 할아버지 역 조영근, 장미 역 박수연, 사막여우 역 우다현, 뱀 역 정시윤, 앙상블의 김병민, 김소원, 최인혜, 최효민이 함께한다. 공연은 5월 3일 오전 11시, 4, 5일 오후 2시 등 총 3회로 미취학 아동(36개월 이상)부터 입장 가능하다.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053-606-6135.

    2024-04-23 11:18:12

  • '2024파워풀대구페스티벌' 자원활동가 발대식

    '2024파워풀대구페스티벌' 자원활동가 발대식

    '2024파워풀대구페스티벌'(5월 10~12일, 국채보상로 일원)을 앞두고 축제 자원활동가 발대식이 지난 20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발대식에는 300여 명의 자원활동가들이 참석해 '아름다운 도약, 비상하는 대구'를 외치며 축제 성공을 염원했다. 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회, 운영위원회, 대행사, 청년축제기획자들도 함께 했다. 발대식에 앞서 '아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이라는 주제로 권은정 대구시자원봉사센터 부장의 자원활동가 소양교육, 황운기 총감독의 2024파워풀대구페스티벌에 대한 소개 등이 진행됐다. 이창환(대구예총 회장) 축제조직위원장은 "올해는 자원활동가 700명 모집에 개인 지원 579명, 단체 지원 167명 등 746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현재도 참여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 파워풀대구페스티벌은 시민이 만들고 시민이 즐기는 축제로 확연히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2024-04-22 15:03:18

  • [문학 속 호모에스테티쿠스] <33> 조설근의 ‘홍루몽’, 돌의 미학

    [문학 속 호모에스테티쿠스] <33> 조설근의 ‘홍루몽’, 돌의 미학

    1 어느 문화권이나 사람이 돌로 변하는 신화나 설화는 많다. 그리스 신화에는 사람을 돌로 만드는 메두사가 있고 한국에는 그리움을 못 이겨 돌이 된 망부석이나 상사암(想思巖)이 있다. 그런데 중국의 '홍루몽'은 인간이 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돌이 인간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평범한 돌은 아니다. 여신 여와가 무너진 하늘을 보수하기 위해 만든 3만6천501개 돌 중 하나였는데 쓸모가 없어서 버려진 돌(바위)이다. 이 외로운 돌을 한 대사가 권문세가인 가씨 집의 아들로 환생시켜준다. 태어날 때 입에 옥을 물고 있어 보옥이란 이름을 얻는다. 이 돌 아이의 19년 인생 스토리가 '홍루몽'의 주요 내용이다. 처음에는 제목도 석두기(石頭記)였다. 흥미롭게도 작가 조설근은 우리가 품고 있는 돌의 이미지를 완전히 해체한다. 돌이나 바위는 한편으로는 무정과 어리석음을, 다른 한편으로는 강인함과 불변을 뜻한다. 남성성에 대한 메타포로 즐겨 쓴다. 그런데 돌의 화신 보옥은 영리할 뿐만 아니라 너무나 부드러워 여자 같다. 그는 돌잡이에서 책이나 칼을 잡는 대신 구석에 놓아둔 연지나 비녀 같은 여성용품만 집어 든다. 아버지의 실망과 달리 어머니와 할머니는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을 지경이다. 과연 보옥은 나이가 들수록 여자를 좋아하여 거의 여자들하고만 논다. 8살 때는 아예 '여자는 물로 만든 것이고 남자는 흙으로 만든 것이어서 여자는 상쾌하지만 남자는 냄새가 난다'며 여성 취향을 노골적으로 고백한다. 게다가 그를 둘러싼 친인척과 시종들은 대부분 여자다. 아버지가 있지만 그는 관직 생활로 바빠 아들을 돌볼 겨를이 없다. 이렇게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들과만 노는 보옥을 동성애로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런 것은 아니다. 그는 하녀와 자기도 하고 마지막엔 결혼하여 아들까지 얻는다. 주변의 여자들도 그를 남자로 좋아하고 서로 질투도 한다. 다만 보옥은 여자를 욕정의 대상으로 탐하지 않을 뿐이다. 이런 보옥의 태도에 대해 '호색불음'(好色不淫)이란 말을 한다. 즉 여자를 좋아하되 욕정에 휘둘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남녀상열지사를 주관하는 경환선녀는 이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의음'(意淫)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정신적 음란을 말하는 것으로 육체적 음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보옥의 여성 취향을 현실 비판의 관점에서 보면 종래의 남성적 가치를 대치한다는 데 포인트가 있다. 보옥은 과거를 위해 경서를 공부하는 대신 서정시를 짓고 연애소설을 즐겨 읽는다. 집안 좋은 사대부 청년들과 사귀며 출셋길을 닦는 대신 여자들과 연극을 보고 꽃구경을 다닌다. 한마디로 보옥의 관심은 심미적 영역에 쏠려있다. 삼국지나 수호지의 영웅호걸들처럼 의리와 전투로 청춘을 불사르는 대신 일상의 사소한 일 하나에 울고 웃는 지정주의(至情主義) 남자다. 보옥은 울음을 억누르지 않고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정(情)으로 충만한 남자다. '홍루몽'의 또 다른 이름이 '정승록'(情僧錄)인데, 정을 통해 道에 이른다는 뜻이다. 소설은 인간이 된 돌이 19년 동안 정을 펼치다가 깨달음을 얻고 속세를 떠나는 데서 끝난다. '홍루몽'은 긴 서사의 무대를 여자와 화초로 채워진 동산(대관원)으로 제한함으로써 야만적 남성 세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풍경을 펼친다. 물론 이 안에는 치정과 불륜과 비애가 끊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회와 국가를 대상으로 권모술수와 권력투쟁에다 전쟁을 일삼는 남자들의 야만성에 비하면 차라리 인간적이지 않은가. 요컨대 '홍루몽'은 돌 하나를 여자보다 부드러운 남자로 만들어 돌 같은 남성 세계를 야유하는 돌의 미학이라 하겠다.

    2024-04-22 11:44:27

  • 현진건·이상화 서거 81주년 합동 추념식

    현진건·이상화 서거 81주년 합동 추념식

    대구 출신 대표 문인인 현진건·이상화 서거 81주년 추념식이 오는 25일 오후 4시 두류공원 인물동산에서 진행된다. 현진건기념사업회와 이상화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행사다. 현진건((1900년 9월 2일~1943년 4월 25일) 소설가와 이상화(1901년 4월 5일~ 1943년 4월 25일) 시인은 대구 계산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네 친구로, 같은 날 유명을 달리했다. 현진건 소설가는 일제 치하의 피폐한 사회상을 리얼하게 표현함으로써 사실주의 소설의 진수를 보여줬다. '운수 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등 20여 편의 단편소설과 7편의 중·장편소설이 있다. 이상화 시인은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강렬한 탐미적 영감으로 승화시킨 시시계를 펼쳤다. '나의 침실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 6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두 문인은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현진건 소설가는 손기정 육상선수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1년간 복역했고, 이상화 시인은 대구에서 3·1 만세 운동을 모의한 일로 일본 경찰에 쫓겨 다녔다. 오철환 현진건기념사업회장은 "현진건·이상화 선생은 독보적인 작품세계와 독립운동으로 대구가 자랑할 만한 훌륭한 문인"이라며 "시민들과 함께 두 분을 기리기 위해 서거일인 4월 25일 합동 추모식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2024-04-22 09:43:47

  • 대구무용협회,  '제26회 전국 차세대 안무가전' 개최

    대구무용협회, '제26회 전국 차세대 안무가전' 개최

    대구무용협회 주최·주관의 '제26회 전국 차세대 안무가전'이 26일 오후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펼쳐진다. 전국 차세대 안무가전은 역량 있는 무용인재 발굴 및 육성을 위해 개인 무용단체가 참가하는 경연 형식의 무대다. 경연을 통해 대상(대구시장상), 취우수상, 우수상, 안무상 각 팀과 연기상 3명을 뽑는다. 이날 무대는 본선 경연으로 1차 예선을 통과한 안무가 3명의 창작 작품으로 꾸며진다. 박소희(부산경성대 졸업) 씨는 '해가 지기 전까지'(공연팀 뽕잡화점), 박지윤(계명대 졸업) 씨는 '일시정지'(공연팀 윤슬), 조혜원(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씨는 '인생 총량의 법칙'(공연팀 클라인플라츠)이란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모두 현대무용 장르다. 변인숙 대구무용협회장은 "차세대 안무가전이 청년 예술가들이 창작 의지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예술환경의 기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2024-04-22 09:41:59

  • [함께 꿈꾸는 시] 김청수 '봄날의 시'

    [함께 꿈꾸는 시] 김청수 '봄날의 시'

    〈봄날의 시〉 홀로 길을 걷다 필까 말까 망설이는 꽃 앞에 서서 당신이 말을 걸 때 꽃은 시가 되어 핀다 〈시작노트〉 황량한 겨울을 지나온 앙상한 나뭇가지에 햇살이 봄을 안고 오면 물이 오른 연두가 입술을 내민다. 움츠렸던 육신을 끌고 길을 나선다. 멀리 흘러가는 강물과 물 위에 떠 있는 오리 궁둥이의 피아노 건반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그랬다. 엄동설한에도 꿋꿋하게 향기를 머금고 필까 말까 망설이다 말을 걸어주는 나에게 그녀는 시로 활짝 피어 반긴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봄날의 꽃처럼 환한 얼굴로 즐거운 노래를 부르는 하루가 되길 빈다.

    2024-04-22 06:30:00

  • 대구시인협회, 봄 문학기행

    대구시인협회, 봄 문학기행

    대구시인협회(회장 장하빈)는 20일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쓴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남해 노도 문학의 섬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시로 서로 새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날 문학기행에는 4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해 서포문학관과 작가창작실, 초옥 등을 관람하고 유배·섬에 관련된 자작시를 써서 읽는 시간도 가졌다. 장하빈 회장은 "남도의 역사문화와 문학 창작 명소를 돌아보며 시담을 나누는 뜻깊은 문학기행이었다"고 했다.

    2024-04-21 18:40:52

  • 대구문학관, ‘떠나요 글 숲, 문학 소풍’ 문학주간 행사

    대구문학관, ‘떠나요 글 숲, 문학 소풍’ 문학주간 행사

    대구문학관은 이달 23일부터 6일간 문학관 4층에서 문학 주간행사를 연다. 세계 책의 날(4월 23일, 셰익스피어·세르반테스 작고일)과 대구문학관 지정 대구 작가의 날(4월 25일, 이상화·현진건 작고일)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다. 올해 문학주간 행사는 '떠나요 글 숲, 문학 소풍'을 주제로 문학과 휴식이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주요 프로그램은 ▷책갈피 만들기 ▷아크릴 액자 만들기 ▷문인 키워드 찾기 ▷책 교환소 ▷피크닉 포토존 ▷작가의 나무(소원 나무) 등이다. '스탬프 모으기' 이벤트에 참여하면 기념품도 제공한다. 하청호 대구문학관장은 "문학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 속에서 문학 향유의 경험을 넓히고 여유를 갖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대구문학관 홈페이지 및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3-426-1232.

    2024-04-21 13:05:06

  • 대구문학관-대구글로벌메세나협회, 문화경쟁력 강화 위한 협약 체결

    대구문학관-대구글로벌메세나협회, 문화경쟁력 강화 위한 협약 체결

    대구문학관(관장 하청호)과 대구글로벌메세나협회(회장 신홍식)는 18일 대구문학관에서 지역 문화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두 기관은 지역 예술인에 대한 후원 및 예술활동 참여기회 확대, 각종 문화예술 행사 추진, 문화정책 발굴 등에 대해 적극 협력해나갈 계획이다. 하청호 대구문확관장과 신홍식 대구글로벌메세나협회장은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2024-04-18 18:14:47

  • 가족 잃은 슬픔 창작시·토크 콘서트서 나누는 윤일현 시인

    가족 잃은 슬픔 창작시·토크 콘서트서 나누는 윤일현 시인

    최근 가족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한 시인이 '가족, 삶과 죽음'이란 주제로 관객과 만나는 자리가 마련된다. 창작음악연구소 '봄은'은 이달 27일 오후 4시 상화기념관·이장가문화관 야외무대(대구 달서구 명천로 43)에서 윤일현 시인을 초청해 '창작시 노래·토크 콘서트'를 연다. 윤일현 시인은 1994년 시집 '낙동강'으로 등단했다. 14, 15대 대구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로 있다. 최근에는 아들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윤 시인은 이날 토크 콘서트에서 가족과의 이별을 통해 깨달은 삶과 죽음, 가족, 사랑의 의미를 참석자와 함께 나눈다. 앞서 시인의 제자, 선후배 문인 등 7명이 특별 출연해 문인이자 교육자로 남다른 길을 걸어온 시인의 교육관, 삶과 글을 조명할 예정이다. 창작시 노래 공연에서는 윤 시인의 시 6편(겨울 강가에서, 호수, 나비, 다시 강변에서, 개망초, 초저녁별)을 창작 노래로 선보인다. 김예리안 씨가 총기획, 봄은 대표 김보미 씨가 작곡 및 건반 연주를 맡았다. 소프라노 강동은·이은경, 테너 최재운, 타악기 김효기 씨 등이 무대에 선다. 전석 무료. 문의 010-6327-7035.

    2024-04-18 17: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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