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에서 사립학교 교사 채용 비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학교법인들의 도덕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교사 채용 비리를 비롯해 이사장 후손 및 친인척들이 학교 운영에 깊이 개입하면서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끊이지 않는 채용 비리
지역 사립학교 교사 채용 과정에서 비리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학교가 설립자 후손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대구지법은 대구관광고 행정실장이자 학교법인 이사장 딸인 A(41) 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3년 자신의 사촌 동생을 중국어 신규 교사로 채용하고자 중국어와 아무 관련이 없는 교감에게 수업 실연을 평가하도록 해 만점을 줬다. 같은 날 면접시험에서는 A씨가 직접 평가 위원으로 참여해 사촌동생을 최고점으로 평가했다.
2년 뒤 이 학교 신규 체육교사 채용 때도 A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총장으로 있는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했던 이를 뽑기 위해 교감에게 또 한 번 필기시험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 사학들의 채용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6년 경암교육재단은 신규 교사 10명을 채용하면서 지원자들에게 각각 1억2천만~2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지역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다.
현재 교사 채용 비리로 형을 살고 있거나 재판 중인 사립학교 관계자도 상당수다. 허선윤 영남공고 전 이사장은 교사 채용 대가로 3천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징역 8월을 선고받아 현재 수감 상태다.
수성구의 한 사립고 교장의 경우 교무부장이던 2013~2014년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의 서류를 조작해 통과시킨 혐의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교육청 위탁 채용도 한계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017년 사립 교사 채용에 투명성을 높이고자 대대적인 개선책을 마련했다. 최종 선발인원의 5배수를 뽑는 1차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위탁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1차 전형을 교육청에 위탁하지 않는 법인에 대해서는 17개 시·도교육청 중 유일하게 인건비 지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실시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법인이 교육청에 위탁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교사를 채용하면 5년간 인건비의 10%를 감액한다. 교육청에 교사 채용 계획을 알리지도 않을 경우 5년간 인건비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 같은 강경책에도 사립 교사 채용에 학교법인 관계자들의 입김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차 수업 실연 및 면접시험에서는 여전히 이사장 측근들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구 사립학교 중 신규 교사 채용을 한 법인 10곳 모두 1차 시험은 교육청에 위탁했지만 2차까지 위탁한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
이의호 전교조 대구지부 사립위원장은 "국가가 사립학교 교사들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만큼 교육청이 전체 채용 과정을 관리하는 게 가장 투명한 방안일 것"이라고 했다.
◆어떤 규제도 없는 '행정실 채용'
교사 채용 때 그나마 위탁이라도 할 수 있지만 사립학교의 행정실 직원 채용에는 어떠한 규제도 없다. 학교 전체 살림살이를 관리하는 행정실장의 자리에 이사장의 측근, 친인척 등을 쉽게 앉힐 수 있는 구조다.
학교 행정실장은 5급 사무관에 해당한다. 9급부터 공직 생활을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일반적으로 20년은 지나야 올라갈 수 있는 자리다.
최근 징역형을 선고받은 대구관광고 이사장의 딸 A씨는 41세에 불과하지만 행정실장을 맡고 있었다. 4년 전 물의를 일으킨 경암교육재단의 이사장 딸 역시 경화여고 행정실장 자리에 앉았을 때 나이가 30대 초반에 불과했다.
사학 교직원에게 교육청이 징계를 내려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점 또한 사학의 도덕 불감증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구시교육청은 최근 재단이사장의 아들인 점을 이용해 무단 결근을 일삼은 모 사립학교 교사의 파면을 학교법인에 요구했다. 그러나 법인은 정직 2개월의 징계에 그쳤다. 교육청은 이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한 상황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법 상의 한계로 교육청이 내린 징계를 사학에 강제할 방법은 없고, 예산 제한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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