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성황리에 종영되었지만 드라마의 여운은 현실 세계에서도 만만치 않다.
워낙 충격적인 전개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드라마는 30%를 웃도는 시청률까지 기록하면서 지난달 아쉽게 막을 내렸다.
드라마의 원작은 영국 BBC가 방송한 '닥터포스터'로 전반적인 스토리는 대동소이한 모양이다. 남편의 외도와 이혼 그리고 남편 친구와의 맞바람, 엇나가는 아들 등이 주요 줄거리였다. 부부의 세계를 보지는 않았지만 스토리를 들었을 때, 최근 중국 사회에서 논란이 된 드라마 '부부의 세계'보다 더 충격적인 반전의 드라마를 본 기억이 난다. 한때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위협하기도 한 '보시라이'(薄熙来) 전 충칭시 당서기와 그의 부인 '구카이라이'(谷开来)의 성공과 몰락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미 8년이나 지나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힌 것 같은 사건이지만 완전하게 잊히지 않고 이들 부부의 동정이 회자되곤 한다.
보시라이는 시진핑에 맞서 황제를 꿈꿨다. 공산 혁명 원로의 자제들로 구성된 '태자당'의 동료인 보시라이는 정치적 경쟁 관계였지만 시 총서기가 후진타오 전 주석에 이어 최고지도자로 등극하자 둘 사이의 경쟁은 해소된 듯 보였다. 그러나 중부 내륙도시인 인구 2천만 명의 변방 '충칭'(重慶)시 당서기로 좌천되다시피 한 보시라이는 충칭을 '홍색혁명'의 전진기지로 삼아 국유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한 '충칭 모델'을 제시하면서 다시 중앙정치권과 대중의 관심권 안에 들어왔다. 보시라이의 야망은 집요했다. 2007년 이후 충칭시 당서기를 맡은 지 5년 만에 드디어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할 것이라는 고무적인 전망이 지배적일 정도로 정국은 보시라이 편이었다.
몰락의 시작은 아내의 영국인 사업가 살해사건이었다. 2012년 2월 충칭시 공안국장이던 왕리쥔(王立軍)은 중앙의 감찰을 받게 되자 보시라이에게 구명 요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비밀 파일'을 갖고 청두(成都)에 있는 미국영사관으로 가서 망명을 요청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미·중 간 막후 협상 끝에 미국이 왕의 망명을 불허하자, 보시라이는 충칭의 무장병력을 '청두'로 보내, 왕리쥔을 잡아오려고 했으나 베이징이 한발 빨랐다.
이 사건으로 보시라이의 최고지도부 진입 꿈은 깨졌고 충칭 당서기직에 이어 중앙위원까지 해임되고 부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된다. 구카이라이도 왕리쥔의 파일을 통해 영국인 살해 혐의가 드러나 기소되면서 중국판 '부부의 세계'가 낱낱이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재판 과정에서 보시라이는 최측근인 왕리쥔이 아내와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폭탄 발언을 했고 결국 보시라이는 수감돼 있던 교도소에서 2017년 구카이라이와 이혼하기에 이른다. 보시라이는 "그는(왕리쥔) 나의 가정을 침범했고, 나의 근본적인 감정을 상하게 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도주 배경"이라고 말했다.
구카이라이의 살해사건 법정에서는 그녀가 살해한 사업가와의 관계가 백일하에 드러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사건에는 왕리쥔이 깊이 개입돼 있었고 보시라이도 은폐하는 데 일조했다는 폭로가 터져나왔다. 보시라이는 구카이라이가 중학생이던 아들 '보과과'를 데리고 영국 유학에 나서게 된 것이 자신의 외도와 관련된 것이라며 스스로의 외도를 털어놓기도 했다.
구카이라이가 영국인 사업가를 살해한 동기도 자신의 외도와 관련된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아들 보과과 역시 '홍싼따이'(紅三代)로서 포르쉐를 타는 등의 방탕한 사생활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부모가 이혼하던 2017년 그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랴오닝성 다롄(大連)시장 시절부터 보시라이를 후원해 온 스더(實德)그룹의 쉬밍(徐明) 회장은 보시라이 사건 이후 부패 혐의로 기소돼 감옥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스더그룹은 공중분해됐다.
보시라이는 2017년 간암 투병을 위해 가석방된 적은 있지만 종신형을 선고받은 현재, '호화 감옥'으로 불리는 베이징의 친청교도소, 구카이라이는 허베이성 싼허시에 있는 옌청교도소에 각각 수감돼 있다.
코로나19로 연기된 '전인대' 개최 여부가 논의되던 지난 4월 초 중국 최고지도부가 거주하는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주변에 무장경찰들이 배치되자 '보시라이 탈옥설' 소문이 나돌 정도로 보시라이는 여전히 중국 지도부를 긴장시키는 모양이다. 중국판 '부부의 세계'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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