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은 조선 숙종 때 서포 김만중의 장편소설이다. 병석에 계신 어머니의 무료를 달래드리기 위해서 썼다는 설과 중국 사신으로 갔을 때 어머니가 중국소설을 구해달라고 했는데, 잊어버리고 와서 본인이 직접 창작을 했다는 설이 있다.
근본적으로 그의 효심(孝心)에 의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동기는 맥을 같이 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주인공 성진은 팔선녀를 농담으로 희롱하다가 인간세상으로 유배된다.
성진은 어린 나이에 등과하고 승승장구하며, 함께 유배된 팔선녀들과 차례로 부부의 연을 맺는다. 그 후 부귀영화는 한낱 하룻밤의 꿈이었음을 깨닫고 팔선녀와 함께 극락세계로 돌아간다는 줄거리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욕망이라는 사심을 담은 주인공의 '농담'이다. 성진은 한 마디로 손해 볼 것 없는 내세와 현세를 모두 경험한다. 유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누릴 것 다 누리고 허무함을 깨달으며 열반에 이른다. 이 작품은 팔선녀의 미모나 재능을 남성 중심으로 묘사한 부분이라든지, 양소유의 아내로 연을 맺는 것이 최고의 영예인양 비춰지는 점은 다소 아쉽다. 주제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일지라도 당시 사내들의 '꿈'을 거침없이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선후배가 한 자리에 모였다. 그 중에서 선배 A와 후배 B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농담을 즐겼다. 가령 A가 "여태 살아있었네?"라고 치면 B가 "선배님도 향냄새가 그립죠?"라고 받았다. 그 둘이 농담을 주고받을 때마다 주변인들은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선(線)을 넘을지 모를 일이고, 이미 그 이유로 수년 간 서로 보지 않았을 때도 있었을 만큼 그들의 농담은 늘 아슬아슬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농담을 주고받다가 B가 정색을 하고 A에게 진담을 던졌다. 마침내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 기약 없는 결별을 선언하고 그 자리를 파하고 말았다. 농담은 농담으로 끝나야 농담인 거고, 농담을 진담으로 받으면 한쪽은 무안해지게 마련이다. 반대로 진담을 농담으로 받으면 대화 자체가 의미 없어진다. 그래서 선(線)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는 말로만 이루어지는 행위가 아니다. 표정과 몸짓까지도 대화의 범주에 포함이 된다. 대화내용과 함께 어떻게 조합하는가에 따라서 상대의 반응이 달라진다.
농담은 상대를 놀리거나 실없이 건네는 말이다. 흔히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덤빈다'는 말이 있다. 영어에도 이와 비슷한 단어가 있다. 유머(humor)와 조크(joke)가 그것이다. 전자가 모두를 즐겁게 한다면, 후자는 내용에 따라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두 가지 모두 위트(wit)를 기반으로 한다. 농담은 희롱한다는 의미도 내재되어 있으니, 아무래도 조크에 가까울 수 있겠다. 아무리 상대를 생각해서 조언을 한다고 해도, 비판의 형식을 띠면 수용할 마음도 사라진다. 대화도 기술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상대로부터 무시와 경멸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면, 더 이상 대화할 마음도 사라진다. 특히 요즘은 역병(疫病)으로 대화할 기회도 많이 줄었다. 서로를 격려하고 힘이 되어주는 대화가 절실하다. 누구도 선(線)을 넘지 않는 즐거운 대화 말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