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고(故) 백선엽 장군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바로 다음 날인 16일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자 정보 비고란에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명시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근거가 지극히 불명확하고 그래서 더없이 편파적인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일방적 '친일파 몰이'이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권력에 의한 역사의 자의적 해석과 독점이다.
보훈처의 낙인찍기 근거는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이다. 유일한 근거는 백 장군이 "항일세력을 무력 탄압하는 조선인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의 장교"로 복무했다는 사실뿐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라는 구체적인 사실은 적시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백 장군이 부임한 1943년 만주에는 독립군이 없었다. 일본군의 토벌에 쫓겨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게 정설이다. 백 장군도 생전에 "간도특설대의 박격포 지원 후방 소대장으로 주력부대가 아닌 단순한 경비 업무만 수행했을 뿐"이라고 회고했다. 이를 뒤집으려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것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기준 자체부터 자의적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일파가 된 이유다, 당초에는 영관급 이상으로 정했다가 위관급으로 넓혔다. 박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만들려는 것 말고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해방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계급은 일본군 중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 장군과 똑같이 박 전 대통령이 일본군 하급 장교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반민족행위를 했는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통령과 똑같이 백 장군을 친일파로 낙인찍는 것은 스스로 외눈박이가 된 자들의 정치적 폭력이다. 폭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보훈처는 이미 현충원 안장 장성 11명에게 '친일파' 딱지를 붙였다. 그리고 여당은 '친일파'를 현충원에서 뽑아내는 '파묘법'을 발의했다. 눈 뜨고는 못 볼 광경을 보게 해주겠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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