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작년 여름, 부모님과 함께 사막 위에 세워진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을 방문했었다. 부모님은 오히려 작품 감상에 여념 없는 딸의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담아내셨다. 때마침 에드가 드가의 '파리 오페라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마주했고, 필자는 부모님께 드가 작품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그제서야 부모님은 작품 감상에 색다른 묘미를 느끼셨다.
드가의 '발레'시리즈는 파스텔 톤의 색감으로 따스한 느낌을 선사하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담아낸다. 화면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이 등장한다. 이 남성들은 무용수들의 후원자이다. 당시 무용수들은 성적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었기 때문에 재능이 부족한 무용수는 후원자를 구해야만 했다. 이처럼 작품에는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숨겨진 메시지가 담겨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모티프'를 알고 보면, 그림을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
페르난도 보테로의 '아담과 이브'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아담과 이브'를 연상케 한다. 두 작품 모두 사과와 뱀이 묘사되어 있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과 이브를 타락으로 유혹한 사과와 뱀의 모티프는 부정적인 의미를 상징한다. 특히 뱀은 사악함의 상징과 근심을 몰고 오는 흉조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모티프를 통해 비판의 메시지를 드러낸 것이다. 서양의 인물화에 자주 등장하는 개는 주인에 대한 복종과 충성을 상징하며, 고양이는 이기적이고 변덕스러운 성향 탓에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화면 구성에 배치된 모티프를 통해 작가의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작품에 표현된 모티프는 동양미술에서도 적용된다. 특히 동양미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나무 모티프는 불로장생을 상징한다. 소나무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일부 등에 분포하는 데다 사철 내내 잎이 푸른 상록 침엽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십장생도'에 묘사된 소나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새의 모티프는 성스러움을 뜻한다. 사람에게 새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특별하게 비쳤고, 하늘과 가장 가까이할 수 있다 하여 하늘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다. 반면 동일한 모티프임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의 해석이 다른 경우도 있다. 개구리는 일본에서는 작고 유머러스한 동물로 사랑받지만 서양에서는 사악함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는 관람객으로부터 작품 보는 눈이 없다는 말, 즉 감상 방법을 모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그림을 해석하고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미술사조의 흐름과 시대적 배경 그리고 작가의 생애를 통해서도 해석이 가능하지만 모티프를 통해서도 그림을 읽어낼 수 있다. 따라서 회화 작품에 표현된 모티프는 작가의 제작 의도와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준다. 모티프를 알고 본다면, 감상에 색다른 묘미를 느끼고 풍부한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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