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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노인 포비아'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매일신문 DB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매일신문 DB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누구나 나이를 먹는데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노년에 마주할 질병과 경제적 곤궁, 가족과의 단절 등은 나이가 많아지는데 대한 부정 심리나 공포심의 근원이다. 이를 흔히 '노인 공포증'(Gerontophobia)이라고 한다.

한편 젊은 세대의 노년층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심리 상태를 '노인 공포증'(노인 포비아)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 재확산과 맞물려 무리한 정치 집회로 방역에 큰 어려움을 초래한 일부 노인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 일종의 '노인 혐오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개인과 집단, 사회, 국가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비단 정치와 경제, 사회, 의료 등 기존 제도와 관습을 넘어 인간 심리에도 큰 변수가 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인종차별 범죄나 갈등을 뜻하는 '마스크 포비아'나 5G 기술이 바이러스 확산의 매개체라는 음모론이 낳은 '테크노 포비아' 등 용어는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노인 포비아도 코로나 시대가 소환한 병리 현상 중 하나다.

수도권에서 연일 세 자릿수의 확진자가 쏟아지자 '8·15 광화문 집회' 참석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따갑다. 참석자 다수가 보수 성향의 노인인 데다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두드러지자 젊은 층에서는 아예 노인을 기피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50대 이상 확진자는 전체의 42.7%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중 60대 이상이 40%를 넘는다. 코로나 취약 계층인데도 노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 공공질서를 무시하고 방역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대놓고 노인을 무시하는 청년들 태도만 놓고 꾸짖을 일이 아닌 것이다.

아무리 '노인 포비아'가 개인 미디어의 발달과 정치적 편향성의 확대로 나타나는 사회적 단절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세대 간 갈등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노인 세대의 무분별한 사회 비판과 분노는 젊은 세대의 노인 혐오와 거부감만 키우게 된다. 이런 세대 간극이 더욱 벌어질 경우 자칫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는 수단으로서 '노인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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