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자기결정권 중시한 대구희망지원금/경제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의 마중물

권영진 대구시장이 16일 대구시청에서 2차 생계자금 지급 관련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권영진 대구시장이 16일 대구시청에서 2차 생계자금 지급 관련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김태일 코로나19서민생계지원위원회 위원장, 영남대 교수
김태일 코로나19서민생계지원위원회 위원장, 영남대 교수

지난 7월 16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대구시민들에게 2차 생계자금을 지급하겠다는 대시민 담화를 발표했다. 1차 생계자금과 정부재난지원금의 생계 지원 효과가 소진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민들은 이 소식을 반겼다. 여의도에서는 이제야 2차 생계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감안하면 대구시의 판단은 빠르고 적절했다고 본다. 대구시민들은 2차 생계자금을 대구희망지원금이라 부르자고 했는데, 오늘부터 시행되는 이 정책의 의의를 정리해본다.

첫째, '지급 목적'이다. 1차 생계자금이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삶의 터전이 붕괴된 서민들에 대한 긴급 대응의 성격이었는데, 대구희망지원금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 지역사회의 회복 능력, 즉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희망의 불씨를 잘 살리자는 뜻이다.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적으로, 생계를 지지하고 그것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활력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으로 코로나19를 헤쳐 나온 협력과 연대의 정신을 더욱 돈독히 하여 다가올 어려움도 능히 헤쳐 나갈 힘을 기르자는 것이다.

둘째, '지급 대상'이다. 1차 생계자금이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 급여를 했는데, 대구희망지원금은 모든 대구시민들에게 보편 급여를 하는 것이었다. 이 판단의 배경에는 선별 급여를 해봤더니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사회 갈등이 조성되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 비용 손실이 상상 이상으로 컸다는 경험도 깔려 있다. 보편 급여는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는 것이다.

셋째, '지급 단위'이다. 1차 생계자금은 세대를 단위로 지급을 하였다. 소득과 세대원 숫자로 지급 기준을 정하고 세대주가 신청, 수령하였다. 그런데 대구희망지원금은 개인이 신청하고 지급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개인 중심의 사회복지체제는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그리는 바람직한 비전 가운데 하나다. 세대가 의미 있는 사회복지 실천의 단위이지만 오늘날, 특히 세대의 다양성과 그에 따른 세대 내부의 복잡성, 모순성, 비민주성 등을 보면 세대주 기준의 지급은 변화된 가족구조와 가족관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개인이 자기 삶의 주체라는 점에서 출발하여 대구희망지원금의 지급 단위를 개인으로 한 것은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사회복지 가치를 실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사각지대 해소'다. 모든 시민들에게 개인을 단위로 10만원을 지급한다는 규칙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사회적 존재는 없는가라는 문제 의식에서 대구희망지원금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위기 가정 청소년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구의 희망, 미래라 할 수 있는 신생아들에게도 대구희망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대구희망지원금은 코로나19서민생계지원위원회라는 민간 거버넌스 기구에서 시민들이 정책 설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주목할 일이다. 대구희망지원금은 명칭공모부터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측면에서 사회복지정책 담론의 진취적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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