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능 100일 남았는데…' 코로나 탓 '재연기' 우려

"책이 손에 안 잡혀요"…수험생·부모·교사 애간장
코로나 확진자 다시 늘며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조짐
수도권은 원격 수업 유턴…가을 재유행 예측도 한 몫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D-100일 하루 앞둔 24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D-100일 하루 앞둔 24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00일 남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이 또 연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수도권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탓이다. 예정대로 12월 3일 수능시험을 치르겠다는 게 교육부의 확고한 입장. 하지만 2학기 개학과 함께 학교 현장에 원격 수업이 확대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수능시험이 연기될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교육부의 공언과 달리 수능시험 연기론이 자꾸 불거지고 있는 상태다. 대구경북 고3과 학부모, 학교들은 서울에 비하면 차분한 편.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꺾일지 장담하기 어려워 불안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수능시험이 꼭 100일 앞으로 다가온 25일 수능시험 응시원서 접수 안내 자료를 내놨다. 다음 달 3일부터 18일까지 원서를 접수하고 정시모집뿐 아니라 수시모집에서도 수능이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되는 만큼 응시 영역과 유형을 신중히 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능시험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수능시험이 연기될 수 있다는 말이 계속 흘러 나오고 있다. 수도권에서 확산한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숙지지 않아서다. 이미 상반기에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수능시험이 2주 미뤄진 바 있어 이런 상황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얘기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 같은 불안감을 부채질한 건 25일 교육부가 수도권 학교 대부분에 학교 수업을 원격 수업으로 전면 전환하도록 한 조치다. 고3은 일단 정상 등교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수능시험이 예정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선도 늘었다.

대구 수성구의 고3 A학생은 "공부를 많이 못 한 것 같아 초조한데 수능시험이 연기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니 더 심란하다. 아직 교실 분위기는 그리 혼란스럽지 않지만 책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빨리 내려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공부에 열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경북 김천의 고3 B학생은 "자기소개서 작성에다 수능시험까지 챙겨야 한다. 수시와 정시 모두 대비해야 하는 터라 바쁘다"며 "가뜩이나 버거운데 자꾸 수능시험 연기 얘기가 나오니 불안하다. 대입 준비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건지 걱정이다. 정해진 일정이 또 바뀌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상황도 우려스럽지만 가을과 겨울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수능시험 연기론에 불을 지필 만한 얘기다. 이런 형편이니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고3을 가르치는 교사의 마음도 편할 리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숙질지 장담할 수 없으니 수험생을 다독이려 해도 할 말이 마땅치 않다.

대구 달서구의 학부모 C씨는 "아이가 고3이라 매사 공부를 방해하는 일이 없게 신경을 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며 "수능시험이 연기되진 않을 거라고 불안해 하는 아이를 달랜다. 하지만 나 역시 과연 그럴지 못 미덥고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대구 고교는 서울 쪽에 비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그래도 불안감은 씻기 어렵다. 달서구 한 고3 담당 교사 D씨는 "아이들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수능시험이 연기될지 모른다고 수군대거나 내게 어떻게 될지 물어보기도 한다"며 "혹시나 수능시험이 또 연기되면 수시 대학별고사, 정시 일정 모두 뒤틀릴 것이다. 제발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기만 바랄 뿐"이라고 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시험 연기 얘기에 흔들리지 말고 학습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시험은 상대평가다. 어지러운 환경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건 자신만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며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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