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4대 의료 정책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핵심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 도입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10년 동안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 늘리겠다고 한다. 증가한 4천 명 의사 중에서 3천 명은 특정 지역에서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지역의사이다. 지역의사는 10년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된다. 정부는 지역의사가 의료 취약 지역과 응급 의료에 투입되면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대면 진료는 말 그대로 의사가 환자를 만나지 않고 진료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비대면 진료 대신 원격 진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비대면 진료이든 원격 진료이든 환자가 의사를 만나지 않으므로 이는 온라인(on-line) 진료이다. 그동안 정부는 원격 진료를 도입하려고 시도해왔다. 그러나 원격 진료는 의료민영화를 초래한다는 반대에 부딪혔다. 현재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환자가 의사를 만날 수 없으니 비대면 진료를 하자는 것이다. 전화 진료는 이미 허용되었다.
의대 정원을 4천 명 늘리면 의사 수가 대폭 증가한다. 의사 공급이 늘면 당연히 의사 급여가 감소한다. 적은 급여에도 일할 용의가 있는 의사가 많아지면 대형 병원의 규모는 더 커진다. 이렇게 되면 중소 병원 즉, 동네 병원은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게 된다. 폐업한 의사 중 다수는 대형 병원에 흡수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중소 병원은 사라지고 소수의 대형 병원만이 남는다. 이러한 현상은 법률 시장에서 나타난 바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은 법무법인 대형화의 촉매가 되었다. 병원 대형화는 의료 소비자인 국민에게 이로운가? 일반적으로 기업 규모가 커지면 생산비가 감소해서 제품 가격이 하락한다.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진료는 병원에서 이루어지므로 환자가 쉽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이 대형화되면 병원 수가 감소하므로 환자의 병원 접근성은 떨어진다.
비대면 진료가 도입될 경우 저급여 의사를 충분히 확보한 대형 병원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중소도시나 시골에 의사가 투입되고 진료가 이루어지는가? 진료비 수가가 인상되거나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한 대형 병원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중소도시나 시골에 병원을 설립해서 오프라인(off-line) 진료를 하는 것은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대형 병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진료를 병행할 것이다. 일종의 하이브리드(hybrid) 진료이다.
대다수 환자에게는 온라인 진료가 제공된다. 이들은 간단한 진료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의사는 집에서 모니터를 통해 환자를 진료한다. 병원에 출근할 필요가 없다. 2교대 또는 3교대 근무를 하면 24시간, 연중무휴 온라인 진료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진료비는 낮지만 환자 수가 많다. 박리다매의 원리가 작동한다. 진료에 소요되는 비용, 투입되는 의사의 급여도 낮다. 반면, 높은 진료비를 지불하는 환자는 일류(一流) 의사가 직접 진료한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한 환자가 의사를 만난다. 여기에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하에서는 선착순이 원칙이다. 먼저 병원에 와서 오래 기다린 환자가 의사를 만난다.
결과적으로 가난한 환자는 이류(二流) 의사의 비대면 진료를, 부유한 환자는 일류 의사의 대면 진료를 받게 된다. 환자의 지불 능력에 따라 상이한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의료민영화이자 영리병원이라는 자본의 논리이다.
4대 의료 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저항이 전적으로 정당하지는 않다. 첩약 급여화는 의사와 한의사의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공공의대 신설도 큰 문제가 아니다. 공공의대를 통해 배출되는 의사가 많지 않을 뿐더러 없어진 의대를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신입생 선발은 일반 대학의 절차를 따르면 된다. 의대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 도입은 다르다. 두 정책이 시행되면 의료 시장은 대형 병원 위주로 재편되고 실질적인 의료민영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 결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 게임에서 의사와 환자는 패자이다. 승자는 누구인가? 대형 병원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