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빅데이터] 올 여름 ‘일기예보 오보’ 검색 3배 급증, 국민 불만 극에 달해

'역대급 폭염 예보…비만 왔다' 기상청 오보에 불만 쌓여
지구온난화·이상기후로 진땀, 제9호 태풍 마이삭 경로는 한국이 가장 정확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뒤늦은 태풍의 북상으로 일기예보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늘 일을 어떻게 사람이 완벽하게 예측할까' 싶기도 하지만 너무 자주 틀리는 일기예보에 국민들의 불만도 커졌는데요. 빅데이터를 통해 살펴보니 올해는 정말로 일기예보 오보와 관련된 검색어가 급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매일신문과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더아이엠씨가 일기예보에 대한 누리꾼들의 생각을 빅데이터로 분석해봤습니다. 2019년 7월 1일부터 올해 8월 17일까지의 데이터를 비교해 봤습니다.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도구로는 더아이엠씨의 '텍스톰'을 이용해 '오보관련 키워드'로 6천750건의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슈퍼컴퓨터
슈퍼컴퓨터
인터넷 키워드 중 일기예보 오보 관련 언급량. 더아이엠씨 제공
인터넷 키워드 중 일기예보 오보 관련 언급량. 더아이엠씨 제공

◆ 장마철만 되면 폭발적으로 느는 '일기예보 오보'검색

일기예보 오보와 기상청에 관련 키워드 언급은 여름 장마철에 집중됩니다. 올해 장마 기간에는 지난해 대비 3배 가량 많은 언급량을 보였는데요.

이번 오보 논란은 올여름 '역대급' 장마에 대한 예상이 어긋난 데서 시작됐습니다. 기상청은 지난 5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몰아닥치고, 평년 9.8일이던 폭염 일수가 올해는 최장 25일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보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22.5℃)은 지난해 8월 대비 2도 가량 낮았고, 폭염 일수는 3.9일, 열대야 일수는 2.3일로 각각 평년 대비 2∼3일 가량 적었습니다.

강수량 예측도 빗나갔습니다. 기상청은 올해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보했지만, 지난 6월부터 기록적인 장마가 이어지면서 강수량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섰습니다. 장마 기간 중부지방 강수량은 494.7㎜, 남부지방과 제주의 경우 각각 566.5㎜, 562.4㎜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평균 강수량은 평년 대비 이미 160∼180㎜더 많은 수치입니다.

주요 키워드를 워드클라우드로 나타낸 결과, 예보 중요 장비인 슈퍼컴퓨터의 관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밖에 '구라청', '못 맞춤', '핑계', '기상청 없애', '세금', '생중계' 등 누리꾼들의 주요 검색어는 오보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단어들로 가득했습니다.

◆520억 들여 사온 중국산 슈퍼컴퓨터 "일 못한다" 반응

오보 관련 시민들이 인식하는 문제점과 숫자로 본 검색 키워드. 더아이엠씨 제공
오보 관련 시민들이 인식하는 문제점과 숫자로 본 검색 키워드. 더아이엠씨 제공

국민이 인식하는 문제점은 크게 ▷중국 제품 사용 ▷잦은 오보 ▷사람 문제 ▷세금 낭비 ▷예보모델 문제 등 크게 5가지로 나뉩니다.

이중 가장 큰 문제로는 중국 제품 사용이었습니다. 기상청이 이번에 들여온 슈퍼컴퓨터 5호기가 중국 회사 '레노버'에서 제조한 것이라는 불만입니다.

사람 문제에서는 공무원이 일을 안 한다는 반응과 연관된 '철밥통' 등의 키워드가 나타났고, 예보관·분석·능력·소프트웨어·부족 등의 키워드가 함께 보였습니다. 예보관들의 능력 부족에 대한 우려도 컸습니다. 잦은 오보에 대한 불만과 함께 초단기 강수량 예측도 틀리자 중계 자체도 못한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지난 4월 처음 투입된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의 성능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기존 예보모델을 사용할 때가 예보 적중률이 좋았다는 반응이 나왔는데요. 기상청은 일본 예보모델을 사용하다가 2010년 부터 영국의 예보모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최근 도입한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을 아직 영국 예보모델과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해외 기상청 애플리케이션. YTN 뉴스 캡쳐
해외 기상청 애플리케이션. YTN 뉴스 캡쳐

◆ 수난의 기상청… '기상망명족'까지 등장

오보 불신에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기상청 대신 타국의 기상정보를 확인하면서 이른바 '기상망명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이번 분석에서 나타난 국가 키워드 중 일본·미국·노르웨이·영국은 모두 한국 기상청의 예보보다 더 정확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중 가장 이슈가 된 것은 노르웨이인데, 노르웨이 기상청의 날씨 예보가 가장 정확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언급량이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상청은 '오보'가 아닌 '오차'라고 밝혔습니다. 데이터 구축에 시간이 필요한데다 기후 급변 탓에 예측이 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로 날씨 자체에 변수가 많아졌습니다. 한반도의 기후가 점점 아열대화 하면서 기온이 오르며 수증기와 비구름의 활동성이 높아졌는데요. 이른바 '스콜성' 폭우가 증가한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도 아직 부족합니다. 수십 년 동안 독자적 수치모델을 이용해 데이터를 쌓은 유럽과 달리 한국은 지난 4월에야 독자적인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기상청은 현재 외국과 우리나라의 수치예보모델을 모두 활용하고 있지만, 경험과 연구, 데이터의 축적 모두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 세계를 10㎞ 단위로 나눠 6분 주기로 변화를 계산하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지만, 10㎞보다 작게 나누기는 어려워 변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수치모델에 데이터가 쌓이면 장기적으로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제9호 태풍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북상하고 있는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들이 태풍 경로 등 기상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삭 경로 적중한 기상청

오보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한반도를 관통한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 이동경로는 우리나라 기상청의 예보가 가장 근접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상청은 지난 2일 마이삭이 제주도를 지나 3일 오전 2시쯤 강도 '강'으로 부산에 최근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일본과 미국이 내놓은 이동경로는 한국 예측보다 서쪽으로 더 치우쳤는데요. 일본 기상청은 마이삭이 전남과 경남 사이로 상륙한 뒤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했고, 미국 태풍경로센터는 여수와 남해 사이로 들어와 중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마이삭의 실제 이동경로는 부산에 최근접해 이동할 것이라는 한국 기상청 예보와 거의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 2일 오후 8시쯤 "마이삭이 3일 새벽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전망"이라고 예상 경로를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예보 능력이 정말 외국보다 뒤처질까요? 그 격차가 현저한 수준은 아닙니다. 감사원의 '기상예보 및 지진통보 시스템 운영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상 예보 오차율(5일 전 예보)은 43.7%로 유럽연합(EU·37%)보다 높고 영국(41.6%), 일본(45.5%), 캐나다(43.2%)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기상청 역시 예측력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지난 7월부터 기존 1시간 단위의 강수예보를 10분 단위로 개선했습니다. '지금 내리는 비는 7시쯤에 그친다'는 식 대신에 '지금 내리는 비는 7시 20분에 그친다'처럼 예보가 바뀌었습니다.

10분 단위의 강수량 정보를 이용하면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와 그치는 시각, 비가 강해지고 약해지는 변화를 10분 단위로 알 수 있습니다. 예보 제공 시간도 6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납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3시간 단위로 제공되던 기존 단기예보도 1시간 단위로 짧아집니다.

기상청은 인공지능(AI) 예보관도 개발 중입니다. 노르웨이 기상청은 컴퓨터가 계산한 수치를 그대로 예보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예보관의 판단이 들어갑니다. 기상청의 '오보청' 타이틀은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일부 전문가의 의견도 있는데요. 정부 당국이 AI 예보관 개발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의견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보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던 예보관의 능력을 높이는 방침도 이미 2016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유능한 예보관을 확보하고자 교육훈련 체계도 대폭 강화했습니다. 기상 선진국 전문 교육 기간에 장기 파견교육 등 각종 교육과정 신설과 전체 예보관 20%의 상시 교육을 위해 근무체계 까지 바꿨는데요. 또, 강수와 기온 분야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단기예보 전문분석관과 중기예보 전문분석관제도를 새로 적용합니다.

하늘 일을 정확히 알아 맞추는 것이 결코 쉬운 것 만은 아니잖아요. 과도한 비난보다는 건전한 비판과 응원이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기상청이 그 어느 곳보다 더 신뢰 받는 기관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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