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 2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 확산 방지를 위해 커피전문점 등 식품접객업을 대상으로 한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금지 적용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일회용품 남용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6월에는 "원칙적으로는 다회용기를 사용하되 세척·소독을 철저히 하고, 일회용기는 손님이 원하는 경우에만 제공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처럼 환경당국도 개인 위생과 환경 사이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사이 일회용품 쓰레기는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온라인쇼핑, 일회용품 급증 한몫
현장에서는 환경부의 6월 지침마저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동구 혁신도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사실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손님들의 불안감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초반에는 머그컵 또는 일회용컵 사용을 일일이 물어봤지만, 이제는 아예 일회용컵으로만 제공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커피전문점, 음식점 뿐만 아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고 배달음식을 먹거나 택배로 물품을 주문하는 경우가 늘면서 가정 등에서도 일회용품 배출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7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9천625억원으로 전년 동월(11조1천973억원)보다 15.8% 늘었다. 이는 온라인쇼핑 통계 집계 이후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다.
특히 음식서비스 거래액(1조3천780억원)은 같은 기간 66.3%(5천493억원) 급증했다. 이와 함께 농·축·수산물, 생활용품, 음·식료품 거래액도 각각 72.8%, 48.0%, 46.7% 등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부 B씨는 "중화요리 메뉴 하나만 주문해 먹어도 플라스틱 그릇부터 나무젓가락, 소스통, 비닐봉지, 서비스로 주는 음료 페트병까지 처리해야할 쓰레기가 수북히 쌓인다"며 "코로나19로 생필품이나 신선식품을 거의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택배 포장재인 종이, 비닐, 스티로폼 등도 하루가 멀다하고 내다버리기 바쁘다"고 말했다.
◆재활용쓰레기 선별업체는 '포화 상태'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자체의 재활용쓰레기 수거·선별을 대행하는 지역 업체들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지난 3일 오후 찾은 수성구 범물동 생활자원회수센터는 재활용쓰레기를 선별하는 기계의 소음이 가득했다. 파봉기를 통해 커다란 포대자루에 담긴 쓰레기들이 쏟아져나오자, 직원들이 이 중에서 비닐, 폐지, 대형품, 가전 등을 빠른 속도로 직접 골라냈다.
하루 40톤(t) 가량을 선별처리하는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활용쓰레기 반입량이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포장재로 쓰이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이 각각 30%, 20% 가량 증가했다는 것이 센터의 설명이다.
이상욱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 본부장은 "전체 반입량 증가폭은 10% 수준인데 종이를 포함한 포장재 종류가 급증했다"며 "70명이 하루종일 매달려 땀을 흘려도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단일재질이거나 이물질이 없어야 분류가 쉬운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일이 더 힘들어진다. 스티로폼 박스에 붙은 테이프 등을 제거하는 담당 인력만 4, 5명이나 된다"며 "주민들이 제대로 분리배출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에서부터 기업이 재활용 처리에 대해 고려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또다른 재앙되기 전에 대책 마련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탓에 위생이라는 명분으로 당연히 일회용품을 사용하게 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생산부터 소비 단계까지 많은 이의 인식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은영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대책 없이 배출된 쓰레기의 처리는 코로나19 이후 우리에게 다가올 또다른 큰 후유증으로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를 처리할 시설과 시스템이 준비돼있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카페 등에서의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일시적으로 완화했다면, 다시 규제를 재개할 시점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김 사무국장은 "사업체들이 다회용품을 잘 씻어 건조하고 소독하는 등 위생관리 기준을 철저히 지킨다면, 일회용품만큼 안전하면서 환경파괴 문제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친환경 포장재와 재활용 가능한 용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요구하고, 조금 번거롭더라도 텀블러 사용 등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부장은 "많은 사람이 코로나의 원인 중 하나로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를 지목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여전히 환경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손소독제보다 제대로 된 손씻기가 안전하고, 일회용품보다 깨끗이 세척된 다회용기가 우리를 보호할 수 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일회용품 사용 근절을 위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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