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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향의 '약이 되는' 약 이야기] 스테로이드 외용제 안전한 사용

천주향(가운데) 영남대병원 종양전문약사가 혈액종양내과 의료진들과 함께 환자 상태를 살피고 있다.
천주향(가운데) 영남대병원 종양전문약사가 혈액종양내과 의료진들과 함께 환자 상태를 살피고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잠시 일반약국에 관리약사로 근무했던 무렵, 어린 자녀에게 사용할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러 오신 분이 계셨다.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전이었고 얼굴에 바를 수 있는 등급으로 분류된 연고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되었던 터라 조금은 자신있게 권해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잠시 후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오셔서 '이렇게 부작용이 많은 약을 아이에게 바르게 할 수 없다'고 하시면서 작용보다 부작용이 더 많이 적혀져 있는 약품설명서를 보여주셨다. 짧은 경험에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던 기억만 선명하다. 그 때의 연고는 시간이 흐르면서 얼굴에 바르는 스테로이드 연고로 자리 잡아 있어 그나마 잘못 권해드린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해 본다.

실제로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잘못 사용하거나 장기간 사용할 경우에 부작용이 심하게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심할 때 강한 그룹의 약을 일시적으로 사용하고 증상이 완화되면 낮은 그룹의 약으로 일정기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주성분에 따라 작용 강도가 다르다. 주성분이 같더라도 함유 퍼센트(%)가 높으면 작용 강도가 세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 주성분에 어떠한 염이 붙어 있는지에 따라서도 작용 강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제형에 따라서도 작용 강도가 달라지는데 같은 성분이라 할지라도 연고인지 크림인지 로션인지에 따라 작용 강도가 다르다는 뜻이다. 연고, 크림, 로션 중에 로션타입이 피부 발림성이 좋고 피부 깊숙이까지는 덜 침투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동일 성분, 동일 염, 동일 퍼센트 기준이므로 로션이니까 순하게 작용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임상에서는 이 모든 사항을 고려한 7단계의 스테로이드 외용제 분류표를 사용하고 있는데 사용 목적에 맞게 처방되므로 다른 부위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가장 강한 그룹인1등급에 속하는 것은 두피에 사용하는 약물들인데 얼굴같이 약한 피부에 바를 경우 피부가 얇아지고 모세혈관이 확장되며 피부가 갈라지고 트는 것처럼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또 스테로이드가 함유되어 있는 외용제를 무좀에 사용할 경우 일시적으로 가려움증이 완화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나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항진균제 성분의 연고를 처방받아 사용해야 한다. 어느 가정이든 한 두 개 정도의 스테로이드 외용제가 있을 것인데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오남용의 우려가 큰 만큼 약품설명서에 근거가 되는 기준을 첨부하여 스테로이드 외용제에 대한 등급을 표기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천주향 영남대병원 종양전문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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