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이두아 변호사 모친 고 김해순 씨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종교든 당사자의 기도보다 간절하고 유효한 기도가 어머니의 기도라고 합니다.

어느 시인은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었다"고 했습니다. 제게 묻는다면 "저를 키운 것은 8할이 어머니의 기도였다"고 답하고 싶습니다.

외할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어려운 형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기도 덕분에 형제들이 무탈하게 성장하고 다복하게 사신다고 믿으셨습니다.

외숙부 두 분 모두 공직 생활을 하셨고, 특히 작은 외숙부는 사법시험이 '고시'라고 불리던 시절에 시험에 합격해 고등검찰청 검사장까지 지내셨기 때문에 더욱 더 어머니는 자식의 인생에서 어머니라는 존재의 기도의 힘을 굳게 믿으셨습니다.

저도 인생의 중요한 시기마다 어머니의 기도와 함께 했습니다.

제가 대학 시험을 볼 때도, 사법 시험을 볼 때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될 때도,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 결심을 할 때도, 어머니는 그 시간 내내 멀지 않은 곳에서 기도를 하시면서 저를 응원해주셨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을 때도, 나쁜 결과가 있을 때도 어머니의 기도를 생각하면 어깨를 펴고 결과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덕분에 저는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사진(1994년도 서초동 사법연수원 입소식 때 촬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일주일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제가 가장 큰 상실감을 느끼는 순간은 아침에 눈을 뜰 때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마다 어머니의 기도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이제는 제가 아침에 눈을 떠도 더 이상 어머니의 기도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적막한 가운데 눈을 뜨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절로 납니다.

어머니의 기도는 제게 마법의 주문이었습니다. 아침마다 어머니의 기도로 눈을 뜨면서 '오늘도 힘을 내야지'라고 마음 먹을 수 있었고, 저녁마다 어머니의 기도 소리를 들으면서 하루를 마감하면서 '내일도 평안한 하루가 될 거야'라고 믿었습니다. 밖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어머니의 기도를 생각하며 기운을 차렸습니다.

이제 매일 아침마다 어머니의 기도 소리는 없지만, 어머니의 기도는 제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어머니의 기도에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겠습니다.

살아서는 어머니가 그냥 어머니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노희경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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