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바이오뉴딜, 그리고 의료보국

김무환 포스텍 총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1986년, 황무지였던 땅 위에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중심대학, 포스텍이 문을 열었다. 그 시기 대학은 그저 고급 엘리트를 길러내는 곳에 불과했고, 글로벌 리더 양성은 물론 학계를 선도하는 연구 성과를 내는 대학은 감히 꿈도 꿀 수 없었다.

사람들은 서울이 아닌 포항에 그러한 대학을 세우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지만, 박태준 설립이사장은 "포스텍의 설립은 제철보국(製鐵報國)으로 쌓은 실력과 결실을 바탕 삼아 교육보국(敎育報國)을 실천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라고 천명했다.

2011년 세계은행 보고서는 포스텍을 "지방 소재, 사립 등 여러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개교 25년 만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올라서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 평가처럼 포스텍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공계 대학은 물론 아시아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포스코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경상북도와 포항시의 전폭적인 지원, 애정 어린 관심이 있었다.

지난해 포스텍 총장으로 취임한 직후, 포항 주재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포항 발전에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필자는 "포항은 앞으로도 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의료"라고 답했다.

의료 면에서 서울과 경상북도의 지역 격차는 심각하다.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 피할 수 있는 사망률을 '치료 가능한 사망률'이라고 하는데, 경북 지역은 전국 최고인 57.8%다.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도 서울이 3명인데, 경북은 절반도 안 되는 1.3명에 그친다. 전국에서 최저 수준이다.

절대적으로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 코로나19 확산은 이 현실을 제대로 실감케 했다. 신종 전염병 대비 체계는 물론 응급의료 체계가 부족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재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유치한들 이들이 오래도록 활약할 수 있겠는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상북도와 포항시의 발전도 하염없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지금 포스텍이 경상북도, 포항시와 함께 의대를 유치하고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연구 인프라와 환경, 탁월한 인적 자원을 갖춘 포스텍이 의대를 유치하면 의료 격차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이오와 신약, ICT 기술과 접목해 선진적인 의료기술을 겸비한, 아직까지 한국에 없는 스마트 병원을 포항에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경상북도발 바이오 뉴딜의 출발점이다.

우선 이 스마트 병원이 들어서면 포스텍 연구진들은 임상 연구를 지역에서 수행할 수 있고, 연구실 벤처들을 정주토록 하는 기반이 된다. 또 임상 연구를 필요로 하는 바이오 중견기업은 물론이고 벤처기업들을 유치해 포항시가 스위스 바젤과 같은 '바이오 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포스텍의 설립과 성장에 있어 경상북도와 포항시의 성원은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큰 것이었다. 이제 포스텍이 이 성원에 보답해야 할 때다.

"교육(과학)으로 국가에 보답한다"는 뜻을 담은 교육보국(과학보국)에서 출발해 고등교육계와 과학기술계의 변화를 이끌어 온 포스텍은 의료로 국가에 보답한다는 뜻의 '의료보국'으로 경상북도와 포항은 물론, 우리나라 의료를 선도하고자 한다. 경상북도와, 포항, 그리고 포스텍의 새로운 도전, 그리고 경상북도가 이끌어갈 바이오 뉴딜의 시작을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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