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근대골목에서 훌쩍 자랄 아이들에게

지역은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이자 국가라는 큰 틀 속에 있다. 하지만 나름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지역만의 특성이 있고, 지역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다.

지역을 안다는 건 대구에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구의 역사와 문화, 인물에 대한 애정을 갖는다는 것이다. 또 대구에 사는 자부심과 대구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지, 생활태도, 삶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대구는 우리 역사 속에서 수백, 수천년 동안 선조들이 대대로 살면서 가꿔 온 곳이다. 또 새로운 전통을 만들면서 부족한 것은 보태며 우리 정서에 맞는 도시로 성장, 발전해왔다. 대구 근대골목은 이러한 대구의 역사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골목길을 걸으면 빛바랜 근현대의 기억들이 일상으로 하나 둘 호출돼 나온다.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변화된 대구의 모습, 대구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그들의 자취가 현재 어떻게 어우러져 있는지 잘 보여주는 유산을 만날 수 있다.

교실과 교과서를 뛰어 넘어 발로 걷고 몸으로 느끼며 대구의 역사를 만들었던 현장과 사람들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 보자. 학생들은 자신과 자기 주변 사람들의 삶이 모여 전체의 역사가 이뤄진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역사 교과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과는 무관한, 중앙 무대에서 활동한 위인들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라나 지역민의 활동이 주변 지역이나 국가에 미친 영향을 알게 된다면 역사는 우리와 동떨어진 게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의 일이 모여 역사가 되고, 나 또한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인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이처럼 근대골목 탐방은 다소 추상적이고 개략적으로 이해했던 한국사의 내용을 지역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역사 교과서에 서술되어 있거나 교과서에서 보지 못한 사건이 주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 우리가 사는 동네이자 매일 오고 가는 길이 바로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현장이다.

이를 통해 우리 고장에 있는 다양한 역사적 이야기와 사건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대구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 대구사람으로서의 정체성, 나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역사의식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박재홍 성광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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