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쫓겨나듯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유학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은 것이다. 유학 실패 후 돌아온 한국 생활은 막막했다. 무엇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 주변 지인과 동네 작은 가게에서 광고 의뢰가 조금씩 들어왔다. 그중 하나가 닭집 브랜드였다.
문제는 광고 예산이었다. 소상공인 식당인 만큼 광고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럴수록 우리는 아이디어의 힘을 빌리고자 했다. 흔히 닭 요리라 하면 치킨이나 찜닭을 생각한다. 튀기거나 찌거나 한 닭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닭탕이었다. 이 점이 생소했다. 바로 그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닭 안에 들어있는 탕이라….' 탕을 그려보고 그 속에 닭의 모습을 넣어보기도 했다. 조금 변태 같지만, 그 모습이 너무 섹시해 보였다. 탕 안에서 하얀 속살을 드러낸 두 다리가 꼬여 있는 모습이 정말 야하게 보였다.
'나 먼저 탕에 들어가 기다릴게·'
그렇게 쓴 카피다. 그리고 냄비 그릇에 닭 부리가 살짝 나와 있는 이미지를 썼다. 마치 냄비 안의 닭이 부리를 살짝 내밀고 탕에서 기다린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 카피를 쓰고 나는 소비자들이 오해해주길 바랐다. '왜 닭집 광고 카피를 이렇게 썼을까?' 하고. 아니나 다를까 현수막 광고를 게재했을 때 그 전략은 통했다. 현수막을 본 어르신들의 항의 전화가 밀려들었다.
"왜 성인 퇴폐 업소 광고를 이렇게 붙여 놨어? 당장 내려!"
어르신들은 이 광고 카피를 야릇하게 해석한 것이다. 우리의 기획 의도가 정확하게 통한 것이다. 사실 소상공인 브랜드는 힘들다. 경제적인 여건도 어렵고 광고비 책정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소상공인이기 때문에 폭발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 해도 그렇다. 나이키 광고를 맡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테슬라의 광고를 맡게 된다면 잠이 안 올 것이다.
하지만 멋진 광고를 만들어도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할 것을 안다. 이미 나이키를 모르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소상공인이라면 정말 어떻게 광고해야 할까? 그때가 바로 아이디어의 힘을 빌려야 할 때이다. 100만 유튜버인 신사임당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콘텐츠와 현재 사회의 이슈거리를 연결시키라고. 사회 이슈와 자신의 비즈니스 영역을 링크시키라고 한다.
5년 전, 선후배 관계인 연예인의 다툼이 화제였던 적이 있었다. 후배의 태도에 선배는 "너 어디서 반말이니?"라는 음성 파일이 실검(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되었던 때였다. 그때 ○○○치킨이 기회를 포착했다. 그것을 패러디해 광고를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선후배 간의 싸움을 흉내 내면서 영상 속 모델은 이런 카피를 던진다. "너 어디서 반마리니?"
그러자 후배의 역할을 맡은 연기자가 대답한다. "치킨은 한 마리지!" 이 패러디 영상이 공개되고 순식간에 100만 뷰 이상을 기록하게 된다. 심지어 이 영상을 찍는 데 50만원밖에 들지 않았다고 하니 엄청난 가성비의 광고가 된 셈이다. 스타트업, 소상공인 여러분, 광고비가 없을 땐 사회 이슈와 당신의 브랜드를 접목시켜라. 그것이 당신의 브랜드가 실시간 검색어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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