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7월 휴전회담이 시작되자 38선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미8군 사령관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은 중공군 전력이 계속 증강되자 '쇼다운' 작전에 착수한다. D데이는 1952년 10월 14일, '저격능선전투'의 출발점이다.
목표는 철원 이북의 오성산 동남쪽 삼각고지와 저격능선으로 불리는 두 봉우리였다. 미 7사단과 국군 2사단이 소규모 공격으로 중공군의 기선을 제압하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고 양측 모두 많은 사상자를 냈다. 중국 측은 토굴 속에서 43일을 버틴 이 전투를 '상감령(上甘嶺) 전역'이라고 부른다.
중국 기록은 1952년 10월 14일부터 11월 25일까지 상감령 전역에 투입된 중공군 병력 4만3천 명 중 사상자가 1만1천여 명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양측이 쏟아부은 포탄만도 230만 발이 넘었다. 70년의 세월이 흘러 우리에게는 거의 잊힌 전투이지만 중국은 아직도 '항미원조'의 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된 승전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상감령은 중국 인민 애국심의 원천'이라는 말도 있다.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자 중국 정부의 '애국주의' 고취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상감령이 등장하는데 1956년에 만들어진 영화 '상감령'과 당시 국민가수 궈란잉(郭蘭英)이 부른 영화 주제가 '나의 조국'은 지금도 애국주의 표상으로 소환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도, 2011년 후진타오 주석의 백악관 만찬장에도 이 노래가 등장했다. '친구가 오면 좋은 술을 대접하고 승냥이가 오면 사냥총으로 맞아주겠다'는 가사가 도발적이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놓고 애국주의로 세뇌된 중국 Z세대와 관영 매체들이 "국가 존엄을 무시했다"며 한국 제품에 대한 보복을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시대착오적 애국주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항미원조전쟁 70주년을 기념한다며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가 줄줄이 개봉되거나 제작 중이다. 미국과의 갈등에서 시작된 적개심이 이제는 한국에 대한 원한으로 번진 것이다. 그릇된 역사 인식이 빚어낸 결과다. 아무리 중국이 한국전쟁을 애국주의의 도구로 삼아도 1950년 10월 19일 중공군이 압록강을 넘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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