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보다 사무관?'
이달 초 경북도청에 출장 차 들렀던 중앙부처 공무원 A 씨는 어리둥절한 경험을 했다. 해당부서 팀장(5급 사무관)이 업무 담당자 연락처라며 건넨 메모지에 'OOO 차관'이라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북도에도 차관님이 있는 줄 알고 적잖이 놀랐다"며 "경북도 차관은 독특한 직급 '애칭'이라는 것을 알고는 웃어 넘겼다"고 했다.
경북도 공무원 진급을 결정짓는 실국별 근무성적평정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경북도 차관'에게 관심이 쏠린다. 연말 승진 인사를 앞두고 평정을 잘 받아둔 차관 30명 정도가 '공무원의 꽃'이라 불리는 사무관(5급) 문턱을 넘기 때문이다.
'차관'은 장관 바로 아래 보직으로서 공무원이 선출직이 아닌 이상 사실상 가장 마지막 진급 자리다. 하지만 경북도 차관은 진급 끝판왕(?) '차관'이 아니라 '차기 사무관'의 줄임말로, 과의 주무계 차석(6급)을 말한다. 주무계 차석은 정기인사 때 사무관으로 승진하는 게 보통이다. 현재는 의미가 넓어져 6급 공무원을 '차관'으로 호칭한다.
경북도 차관은 무늬만 차관이지만 중책을 맡는다는 점에서는 '차관' 못지 않다. 과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한다. '차관' 없이는 '도 행정이 안 돌아간다'는 말도 곧잘 듣는다.
차관 애칭에 대한 화제도 많다.
과거 경북도로 갓 부임한 한 부지사(고위공무원단 가급)의 경우 직원이 '차관님, 부지사님 오셨다'고 하자 부지사가 먼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는 일화는 회식자리 단골 메뉴로 통한다. 경북도 온·오프라인에서는 '차관' 호칭에 대한 갑론을박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경북도 한 공무원은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경북도의 독특한 차관 호칭은 자존감과 책임감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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