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전염병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책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와 '페스트'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 놓여 있는 일상을 매일 보고 듣게 됩니다. 선전국으로 동경의 대상이었던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선 좀처럼 잡히지 않는 대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름 성공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우리의 일상과 비교하게 됩니다. 이처럼 계속되는 바이러스 감염 상황에서 우리는 인류 초유의 위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극복해 나가야 할까요?

◆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세상

이재갑, 강양구의
이재갑, 강양구의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표지

코로나19에 관해 온갖 정보와 전망들이 쏟아집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이재갑, 강양구 저)는 신뢰받는 감염내과 의사와 과학 전문 기자의 경험과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두 저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감염병의 한복판에서 코로나19를 둘러싼 상황을 분석하고, 진단하며, 우리 사회의 방향을 전망합니다.

저자는 코로나19 발병 후 처음 숨막히는 100일의 시간을 영화처럼 객관적 경험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이러스와 질병관리본부, 공공의료, 역학조사관 등 우리나라 방역시스템의 내밀한 현 주소를 들여다봅니다.

또한 인간이 가진 자연스런 정서인 혐오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습니다. 그리고 정신병원, 요양병원, 생존을 위해 현장에 모일 수밖에 없는 콜센터, 택배물류센터 등의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바이러스가 침투해 들어가는 우리 사회의 취약한 고리를 다루며 '뉴노멀'과 '언택트'의 새로운 시대가 반드시 성찰해야 할 곳들을 지적합니다.

지구 가열로 인한 기후 위기 외에도 소와 돼지, 닭, 오리 등을 대량 사육하는 축산업, 그리고 끊임없는 생태계 파괴 등이 지속되는 한 바이러스에 인한 전염병 창궐은 반복될 것입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마스크 쓰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 속에서 코로나19 이후, 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간 경험의 성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상상해야 할 것입니다.

◆ 언제라도 우리를 습격할 '페스트'를 경계하라

알베르 카뮈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표지

코로나19 발명 후 크게 주목받은 고전이 있습니다.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 '페스트'(알베르 카뮈 저)는 1947년 출간되어 비평가상을 받으며, 1942년 출간된 '이방인'에 이어 그의 문학적 명성을 확인해준 작품입니다.

이 책은 페스트로 인해 위기에 빠진 '오랑'시의 시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서술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카뮈는 '악'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페스트 발명 이전 오랑 시민들은 매일매일 같은 리듬으로 사업과 무역, 돈벌이를 위해 도덕적 긴장감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페스트가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급기야 도시는 폐쇄되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극한의 위기 상황을 겪습니다. 이러한 때 재앙을 대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됩니다.

등장 인물 중 파늘루 신부는 페스트를 사악한 자들에게 가해진 신의 징벌이라고 규정하고 신앙으로 구원을 길을 찾습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의 죽음을 목도하고 태도의 변화를 보입니다. 이방인 기자 랑베르는 개인주의적, 도피적 태도를 보이지만 현실적 자각을 통해 보건위생대에 지원하여 페스트에 맞서 싸우게 됩니다.

이들과 달리 시청 서기 그랑, 정치가 타루, 외과의사 리외는 처음부터 끝까지 성실함과 진정성을 가지고 적극적인 태도로 현실을 극복해 나갑니다. 이 주요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악에 대항하는, 진리를 향한 인간의 도덕적 저항이라는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집필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페스트는 전쟁, 나치즘 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리외가 마지막에 말한 것처럼 페스트가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는 것'이라면 전염병이거나 각종 전쟁, 테러, 범죄 또는 우리 내부의 '악마적' 요소까지도 그것으로 상징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19 펜데믹도 인류의 백신 개발 등의 노력으로 언젠가 극복될 것입니다. 하지만 또다른 '코로나'는 '페스트'처럼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성찰의 질문을 던질 때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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