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관(gut)을 사용할 수 있으면 소화관을 사용하라' 이것은 환자에게 적용하는 영양공급의 기본 원칙이다. 많은 환자분들이 주사제로 된 영양제를 좋아하지만 먹을 수 있는 환자는 먹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다.
우리 몸에 질병이 생기면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 유발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뇌를 자극해서 식욕을 억제하게 된다. 특히 암환자에서 이러한 식욕 억제가 문제되는데 항암치료로 인한 메스꺼움, 치료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동반되면서 더욱 더 입맛이 없어지게 된다.
이럴 경우 소극적인 대처로는 계속되는 항암치료를 견디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영양 결핍이 지속되면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도 나빠지게 되므로 식욕촉진제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장기적인 치료에 따른 체력 저하에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암환자의 식욕촉진제로 임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메게스트롤 제제이다. 일반적인 식욕촉진제는 식전에 복용하지만 메게스트롤은 음식물 속의 지방 성분과 결합하여 흡수되기 때문에 식사 후에 복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으며, 아침에 한번 복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메게스트롤 제제는 복용 후 2~3일이면 효과가 나타나는데 너무 입맛이 좋아져서 하루 종일 먹을 것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혹 전혀 효과가 없다는 환자도 있다. 메게스트롤 제제 복용 시 나타나는 체중 증가는 지방세포 및 체내 수분의 양이 증가한 것이지 근육양이 증가한 것은 아니어서 아쉬운 면은 있다.
메게스트롤은 프로게스테론이라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유도체로, 정상적인 에스트로젠의 순환을 방해하는 약이다. 즉 에스트로젠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질환에 사용하는 약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유방암과 자궁내막암이 있는데 이러한 질환에 사용되던 중에 식욕촉진 효과와 체중 증가가 밝혀지게 되면서 지금은 거의 식욕촉진제로만 사용되고 있다. 이 약의 개발 경위가 이러하다보니 식약처 분류는 '항악성종양제'로 되어 있다. 분명 식욕촉진제를 처방해준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복약안내문에는 이렇게 표기되니 또 다른 항암제가 처방되어 있다고 놀라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메게스트롤 제제는 혈당을 올리는 부작용이 있어 기저질환으로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혈당의 변화가 있는지 잘 체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일 경우에는 사용하기 어렵다. 또 혈전 생성을 촉진시키는 부작용이 있어 혈전색전 질환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주의해서 처방하고 있다.

항암치료가 힘 드는 이유 중에 하나는 평온하던 일상이 깨어지는 것인데, 여기엔 잘 먹지 못하는 것이 포함된다. 식사 시간이 되면 당연히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흐름이 하루에 세 번이나 깨어지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항암치료 환자에게 식욕촉진제는 치료 기간 동안 식사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기에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약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남대병원 종양전문약사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