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멸종(滅種)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종은 장난감으로, 영화 속 주인공으로, 살아 있는 동물보다 때론 더 친숙하다. 평생을 공룡 연구에 바치는 학자들도 많으니 가히 공룡은 죽어도, 죽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다.
공룡을 뜻하는 영어 dinosaur(다이노소어)는 '무서운 도마뱀'(terrible lizard)을 의미하는데 멸종설도 화산 폭발, 운석 충돌, 대지진 등 무서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중 지름이 10㎞쯤 되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공룡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갖는다.
엉뚱하지만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바로 '방귀멸종설'이다.
공룡이 뿜어내는 방귀가 쌓여 지구온난화가 시작됐고 가뭄으로 인해 공룡이 몰살됐다는 논리다. 방귀에 포함된 메탄,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건 과학적 상식이다. 사람이 뀌는 방귀는 양이 많지 않아서 영향이 거의 없지만 동물 방귀의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초식 동물들이 배출하는 가스의 양은 연간 1억t쯤 된다. 소 4마리가 방출하는 가스는 자동차 1대가 내뿜는 가스의 양과 비슷하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런 소보다도 몇 배나 큰 초식 공룡이 배출하는 가스의 양이 어마어마했다는 데서 '방귀멸종설'은 출발한다. 실제 브라키오사우루스라는 공룡은 하루 동안 인간보다 3천400배 이상 방귀를 뀌었다고 한다.
방귀(?) 추종자들은 공룡이 배출했던 가스의 양이 무려 5억t이나 됐을 것으로 추정하며 '방귀대장' 공룡이 지구온난화를 불렀고, 종이 멸종했다고 보고 있다.
경북도청 앞마당을 지키고 있던 공룡 뼈 조형물(길이 10.5m, 높이 3.5m 크기·이하 공룡)도 최근 사라져 방문객들의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 공룡은 1년 반 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미국의 구글 본사(정원에 공룡 뼈 조형물이 있다)를 방문한 뒤 같은 해 12월에 설치했다. 이 도지사는 "세계 최고의 기업도 변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우리 경북도도 변하지 않으면 공룡처럼 없어질 것"이라며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이후 공룡 조형물은 '변해야 산다'는 도정 슬로건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됐다. 방문객도 웅장한 도청 본관을 배경으로 공룡을 '연인' 삼는 사진 명소로 떠올랐다. 이런 공룡이 없어졌으니….
사실 공룡은 본관 옆 건물인 어린이집 주변으로 옮겨졌다. 경북도정이 활기차고 유연하게 변했다는 객관적 성과와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이 도지사는 공룡을 설치하면서 도정이 변화했다고 생각되면 공룡을 치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경북도정은 코로나19로 답답한 대내외 여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일궜다.
수년간 답보 상태에 있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 부지를 확정(8월 28일)했으며 매번 하위권에 머물렀던 정부합동평가에서도 '평가 부문 1위'에 올랐다. 특히 전국 최하위 수준이던 청렴도는 처음으로 최고 등급을 받았다.
내년 국비 예산도 모두 5조808억원을 확보해 민선 7기 이후 반 가까이(42.8%) 늘었다. 이 외에도 해피댄스, 화공특강 등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기분 좋은 변화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도청 앞마당을 떠난 공룡도 '변했다나 어쨌다나'.
뼈만 앙상했던 공룡이 얼마 전부터 흰색 마스크에다 빨간 산타클로스 모자를 썼다. 그러자 어린이집 꼬맹이들 사이에선 공룡이 밤에 살아 움직여 선물을 주러 다닌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만개하고 있다. 아이들다운 발상이지만 이런 '동심'이 어른들에게까지 전달되어 마음이 훈훈해진다.
내년 이맘때는 경북도정에 어떤 또 다른 변화가 생길까. 어게인(again) 경북도정,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기대해 본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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