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헌재의 존재 이유를 회의케 하는 공수처 합헌 ‘해석’

출발부터 위헌 논란을 빚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이 친여 성향으로 분류된다는 점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없지 않았다. 합헌 결정은 이런 우려를 현실화한 '코드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헌재 결정의 논리는 헌법을 제멋대로 해석한 독단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공수처가 위헌이라는 것이 헌법학의 대가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등 국내 법학자들 대다수의 견해다. 그 이유는 공수처가 입법, 사법, 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초헌법적 기관이라는 것이다. 결론은 '개헌 없이는 공수처를 둘 수 없다'이다.

그러나 헌재는 공수처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속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행정 각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헌법상 금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헌법 해석은 축자적(逐字的)이어야 할 정도로 문구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헌법의 취지에 반하거나 왜곡하는 해석이 '헌법적 효력'을 갖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공수처를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행정 각부에 속하지 않은 독립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헌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이 바로 그렇다. 현행 헌법상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임명하는 수사기관의 장은 검찰총장이 유일하다.

또 국회가 법률 제정과 폐기를 통해 통제권을 가지고 있고, 행정부 내부적 통제를 위한 장치도 있어 권력분립 원칙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도 그렇다. 전형적인 형식 논리다. 권력분립 문제의 핵심은 국회의 법률 제정과 폐기 권한이 아니라 무소불위의 공수처 권한을 어떻게 제어·견제하느냐는 당장의 현실적 문제다. 현행 법률에는 이를 해소할 장치가 없다.

행정부 내부적 통제 장치가 있다는 소리도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검찰 수사를 넘겨받을 수 있는 데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며 판·검사도 수사할 수 있는데 무슨 통제 장치가 있다는 것인가. 이런 자의적 해석은 공수처에 헌법적 타당성이란 허울을 씌워주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헌재의 아부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결정은 헌재가 헌법 수호기관이 맞느냐는 근원적 물음을 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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