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장자와 탈현대

현대인들의 모순과 허위의식 지적하고, 참된 삶의 지혜 드러내기

장자의 호접몽
장자의 호접몽

장자와 탈현대/ 이승연·정재걸·홍승표·이현지·백진호 지음/ 살림터 펴냄

부와 명예, 권력, 미모, 건강 등은 현대인들이 외견상 가장 바라는 삶의 욕망들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어느 한 순간 '훅'하고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어떤 구속에도 얽매지 않는 절대자유의 경지는 뭘까? 장자는 이에 대해 소요유(逍遙遊)란 참나를 만나는 삶의 기본을 탄탄히 할 때 누릴 수 있다고 충고한다.

고전이 고전일 수 있는 까닭은 현재의 삶이 녹록치 않을 때 지침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우화와 촌철살인의 말로 삶의 헛된 의식의 맹점을 바늘로 콕하고 찌르듯 지적해온 장자를 통해 현대인들의 모순과 허위의식을 지적하고, 참된 삶의 지혜를 드러내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현대는 분명 인간 이성에 대한 믿음과 과학기술의 발달이 만들어낸 풍요로운 시대이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유토피아적 생각보다 어두운 먹구름이 먼저 다가오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인공지능에 대한 인류의 몰락이 회자되는가 하면,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기후변화나 대구오염 등 자연재해와 지구촌 부의 극심한 양극화,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의 창궐 등은 미래를 생각할수록 혼란스럽기만 하다. 따라서 '현대'가 파국으로 내달리면 현대적 방법으로는 '현대'를 극복할 수 없다. 새로운 희망적 세계는 '탈현대'로부터 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저자들은 그 '탈현대'의 이정표로 장자의 사고를 통해 온갖 대립이나 분열을 이겨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도(道)에 대한 통찰, 즉 이 마음을 '다 타 버린 재처럼, 또 죽은 고목처럼 다스려 '나'에 뿌리를 둔 저 욕망을 잠재우는 것이야말로 차안을 넘어 피안에 있는 절대 경지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불행이 닥쳤을 때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원망하는 까닭은 사람들이 하늘 길을 피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등지며 하늘로부터 받은 본성을 도피하였기 때문이다. 하늘이 내린 벌을 장자는 하늘에 묶여 매달림(帝之縣)이라고 불렀고, 벌에서 벗어남을 하늘의 묶임에서 풀려남(帝之縣解)라고 하였다.'(본문 53쪽)

어떤 상황이나 불행이 있어도 그 무엇에 매달려 원망하기보다 스스로 그러함을 드러내어 하늘의 묶임에서 풀려날 수 있다면 누가 그에게 눈곱만큼의 상처라도 줄 수 있을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겉모습을 꾸미기 위해 삶을 더 이상 허비해선 안 되겠다. 420쪽, 2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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