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한동일 글/ 흐름출판 /2018)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
라틴어인 이 문장은 로마인들이 편지를 쓸 때 애용한 첫 인사말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어진 이 때 전하고 싶은 인사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인 최초이고 동아시아 최초라는,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이다. 서강대에서 라틴어 강의를 진행했었는데 매우 인기가 좋아 다른 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 청강생까지 늘 만원이었다고 한다. 한 신문에 소개돼 책으로도 출판되었는데 100쇄가 넘었다고 하니 그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지금은 잘 쓰이지도 않고 공부하기도 힘들다는 라틴어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을까?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단순히 라틴어만 가르친 게 아니라는 것을. 라틴어를 모어로 가진 많은 나라의 역사, 문화, 종교, 철학을 함께 다루며 무엇보다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수업이었던 것이다.
"사실 언어 공부를 비롯해 대학에서 학문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틀을 만드는 작업' 입니다. 학문을 하는 틀이자 인간과 세상을 보는 틀을 세우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향후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고, 그것을 빼서 쓸 수 있도록 지식을 분류해 꽂을 책장을 만드는 것입니다."(28쪽)
라틴어 공부가 어려운 만큼 공부에 관해서도 상당 부분 써놓았다. 로마 유학 중에 겪었던 어려움이나 좌절, 또 자신과의 소통을 경험하며 이겨낸 과정 등을 적고 공부를 해야 하는 본질적인 목적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일깨워 준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앎의 창으로 인간과 삶을 바라보며 좀 더 나은 관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 점이 바로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라는 말에 부합하는 공부의 길이 될 겁니다."(56쪽)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이 글들은 필요하다.
책 마지막 부분에 제자들의 편지가 실려 있다. 라틴어만 배웠던 것이 아니라 인생을 되돌아보고 삶이 소중하고 가치 있다는 것을 배운 기회였다고 진심을 담아 감사함을 전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혹 쿠오퀘 트란시비트!) 사람들이 특히 힘들 때 많이 떠올리는 문구의 라틴어 발음이다. 세상에 지나가지 않는 것이 무엇이고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냐고 물으며 사람은 유구한 시간 속에 잠시 머물다 갈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라틴어 명구 중에는 희망과 관련된 것도 많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숨 쉬는 동안 나는 희망한다' 등.
로마법에 젊은이를 가리키는 나이대가 만 20세부터 만 45세까지라는데, 그 나이가 지났다 할지라도 배움과 희망은 여전히 추구해야 할 일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이 책은 스스로를 따듯하게 바라보도록 해준다.
신복순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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