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려도 차근차근" 새로운 30년 준비하는 대구시의회

시의회 존재 탓 지방행정 180도 변화
"향후 30년 키워드는 '시민 중심'"

대구시의회가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한다. 마침 지난해 국회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지방자치 2.0' 시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 시점. 그러나 여전히 지방의회의 권한은 지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첫 30년이 '시행착오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증명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대구시의회는 다소 느려 보일지라도 한 발자국씩 새로운 30년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모양새다.

대구시의회 올해 첫 본회의 모습. 대구시의회 제공
대구시의회 올해 첫 본회의 모습. 대구시의회 제공
1991년 대구시의회가 30년만에 다시 개원돼 의장이 첫 본회의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매일신문DB
1991년 대구시의회가 30년만에 다시 개원돼 의장이 첫 본회의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매일신문DB

◆시의회가 바꾼 지방행정

1961년 5월 16일, 군사 쿠데타와 함께 대구시의회는 해산됐다. 1952년 1대 의회가 구성된 지 9년 만의 일이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은 1972년 아예 헌법을 개정, 지방의회 구성을 '조국통일이 될 때까지'로 보류했다.

그렇게 사라졌던 대구시의회는 1987년 민주화와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 1991년 선거를 통해서는 초대 의회가 재구성됐다. 바야흐로 '지방자치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시의회의 존재로 인해 우리 지방행정의 모습은 180도 바뀌었다. 군사정권 아래 권위적이던 지방행정은 '행정 서비스'라는 말이 익숙해질 정도로 문턱이 낮아졌다. 정보공개청구나 주민참여예산을 비롯, 지역의 문제를 지역민이 직접 해결하는 기회도 늘었다.

이는 집행부 대구시를 견제한 시의원들의 노력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시의원들은 지역 주민들의 건의사항이나 민원을 집행부에 알리고, 해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시민 의견을 담아 호소문이나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구시 입장에서도 대의기구인 시의원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지난 4대 대구시의회에서 35건에 불과했던 시의원 직접 발의 조례는 5대 143건, 6대 208건, 7대 221건 등 점점 늘어나다가 이번 8대 의회에서는 전반기에만 205건을 기록했다. 시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정질문이나 5분 발언 역시 4대 152건에서 8대 의회에는 전반기에만 151건으로 크게 늘었다.

대구시의회 관계자는 "지역 현안에 대해 현장을 방문, 문제를 점검하거나 집행부와 소통하는 등 시민과 집행부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게 시의원의 역할"이라며 "다소 권위적인 측면이 있었던 과거 의회와 달리 최근에는 사회 변화에 맞춰 주민과 직접 호흡하는 '생활 정치'에 집중하는 시의원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의회 올해 첫 본회의 모습. 대구시의회 제공
대구시의회 올해 첫 본회의 모습. 대구시의회 제공

◆'30년 뒤 대구시의회' 모습은?

대구시의회에 2021년은 '제2막'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숙원이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32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새긴 깊은 상처를 치유해야 할 책임도 있다.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은 시의회의 향후 30년 키워드로 '시민 중심'을 꼽았다. 결국 지방자치는 시민에서 출발하고, 그 끝 역시 시민이라는 이야기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도입되는 '정책지원 전문인력'은 시의회의 이런 역할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2022년부터 대구시의회에는 의원 4명당 1명씩의 전문인력이 시범 도입된다. 최종적으로는 의원 2명당 1명씩의 전문인력이 갖춰지고, 시의회 사무처 인사권도 집행부로부터 독립될 예정이다.

장 의장은 "여러 명의 지원 인력을 갖춘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원들은 전담 지원인력조차 없는 상황에서 조례 입법 등 의정활동에다 지역구 활동, 정책 제시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했다"며 "전문인력 도입이 의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시의원들이 '주민 대표' 역할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대구시의회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조직 재정비와 전문인력 도입을 준비하기로 했다.

장상수 의장은 "올해는 코로나19 종식과 경제 재도약을 가장 세심하게 살필 시점이고, 대구 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구형 뉴딜' 가속화와 서대구 역세권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 추진도 관건"이라며 "여기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취수원, 대구시청 신청사 등 3대 현안사업까지 성공적 추진을 위해 의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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