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 정권이 사찰했다는 민주당, 현 정권 사찰 물타기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이 난데없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대대적인 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낙연 대표는 15일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8대 국회의원 전원과 법조인·언론인·시민단체 인사 등 1천 명의 동향을 파악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 자료에는 돈 씀씀이 등 사생활까지 담겨 사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여 충격적"이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장인 김경협 의원은 방송에서 이 주장을 이어받아 "박근혜 정부 때도 이것을 중단시켰다는 메시지가 아직 드러난 게 안 보인다"며 "실제로 그 이후까지 계속 이뤄진 것이 아니냐고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주장을 하려면 문제의 자료가 존재하는지 확인돼야 한다. 그러려면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찰이라고 하려면 사찰의 '정의'(定義)를 충족해야 한다. 대법원은 사찰을 "정보기관이 직무 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평소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개인의 집회·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미행·망원 활용·탐문 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하는 경우"로 정의한다.

이 대표의 말만으로는 전 정권의 '동향 파악' 자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있다손 쳐도 그것이 사찰인지 아닌지 역시 알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주장은 비열한 정치 공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1심 유죄 판결로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입증됐다. 문재인 정권은 '체크리스트'는 있어도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우겨왔다. 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산업부가 탈원전 반대 단체에 대한 동향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법원의 정의를 적용하면 이는 명백한 사찰이다. 민주당의 주장은 이런 부끄러운 진실을 물타기하려는 의도 말고는 해석하기 어렵다. 불리하면 '전 정권'을 들먹이는 고질병이 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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